지난해 11월 충남 당진시 한 초등학교 도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어린이를 추모하는 꽃다발들. ⓒ시사IN 이명익

지난 7월7일 경기도 평택시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두 명이 굴착기에 치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 명은 다치고 한 명(11세, 여)은 목숨을 잃었다. “아이를 친 줄 몰랐다”라고 주장하는 굴착기 운전자는 사고 지점에서 3㎞를 더 주행하다가 경찰에 잡혔다.

비슷한 사고는 이전에도 아주 많았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지난해 1월14일 서울 신월동에서 발생한 사고다. 10세 여자아이가 인도를 걷던 중 주유소로 진입하는 굴착기에 깔려 사망했다. 그 사건 운전자도 “아이를 친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관련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평택 사고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사고임에도 가해 운전자가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민식이법의 적용 대상은 ‘자동차 및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자’까지다. 굴착기는 현행법상 자동차가 아닌 중장비에 해당한다. 법을 개정해 어린이보호구역 가중처벌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굴착기 운전자도 다른 자동차 운전자들과 똑같은 법과 처벌 강도를 적용받는 게 형평성에 맞는다. 누구는 민식이법을 적용받고 누구는 안 받는 게 말이 안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거면 될까? 나는 어쩐지 자동차 운전자와 굴착기 운전자가 적용받는 법의 형평성보다, 이번 평택 사고 피해 어린이와 지난해 서울 신월동 사고 피해 어린이의 같고 다름에 더 마음이 쓰인다. 두 아이 모두 길을 걷다가 굴착기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한 사고는 어린이보호구역이었고 다른 사고는 아니었다. 그 차이 때문에 언론과 대중의 반응이 갈렸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 사회는 누굴 더 걱정하고 있는 건가? 위험한 도로 위 아이들인가, 전과자가 될까 봐 두려움에 떠는 어른들일까? 어른들이 받을 처벌의 차이에 주목하는 동안 아이들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는 건 아닐까? 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들로 머릿속을 채우며 걸어가던 아침 출근길,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습관적으로 자동차에 길을 양보했다. 자동차들은 습관적으로 먼저 지나갔다. 여느 때처럼.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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