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는 등교 시간대인 오전 8~9시, 하교 이후인 오후 2~6시에 몰린다. 아래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인근 모습. ⓒ시사IN 이명익

되풀이되는 사고에는 패턴이 있다. 데이터는 어떤 시간대에, 어떤 지점에서, 어떤 경로로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는지 지도 위에 알알이 수놓는다. 비극에 패턴이 있다는 것은 어른들이 노력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다.

〈시사IN〉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koroad.or.kr)을 통해 지난 10년간(2011~2020년) 일어난 만 13세 이하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의 패턴을 추적해보았다. 사고의 시간·공간, 가해 차종, 도로 특성, 피해자 연령을 연도 변수와 함께 살펴봤다. 단,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2020년 데이터의 특수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차와 사람의 이동량이 크게 줄어들고 어린이들이 상당 기간 등교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읽을 필요가 있다.

■ 사고 줄어도 사망 비율은 그대로

전체 사고 건수(보행 중 어린이 교통사고)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그림 1〉 참조). 2011년 만 13세 이하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는 6519건에 달했지만 이 수치는 2018년까지 꾸준히 줄어들었다. 2020년에는 전체 사고 건수가 2172건으로 급감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동량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팬데믹 직전인 2019년(4062건)에는 전년(2018년, 3748건) 대비 사고가 늘어나는 모습도 보인다. 연간 사고 건수가 4000건 내외에서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 셈이다. 저출산으로 해마다 아동 인구가 급감하는 점을 고려하면 어린이의 보행 안전은 그다지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사망사고 비율은 더욱 줄지 않았다. 〈그림 1〉에서 전체 사고 건수 대비 사망사고 건수의 비율(사망사고 비율)을 보면 해마다 어린이 보행 중 사망사고 비율이 0.5~1%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가장 위험한 사고’를 먼저 방지하기보다는 사고 절대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망사고는 어린이 연령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 2-1〉은 보행 중 교통사고 피해자를 취학 전 아동(6세 이하), 초등학교 저학년(7~9세), 초등학교 고학년(10~13세)으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다. 전체 사고 건수는 취학 전 아동에 비해 학령기 아동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사망사고의 비율은 다르다. 취학 전 아동, 그러니까 유아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그림 2-2〉 참조). 1세별 연령으로 나눠 살펴본 사고 패턴도 같은 경향성을 보인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모든 사고를 더한 뒤, 연령별로 전체 사고 건수와 사망 건수를 따로 분석했다.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는 6세까지 점진적으로 늘어나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인 7~9세에 급격하게 증가한다. 본격적으로 통학하면서 어린이 홀로 이동하는 시간이 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림 3〉에서 선그래프는 연령별 사망사고 비율을 표기한 것이다. 1세부터 5세까지는 사망사고의 비율이 1%가 넘는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사고 건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번 사고가 일어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사고가 일어나는 시간과 공간의 특성

아동 보행 교통사고는 하루 중 언제 가장 많이 일어날까? 〈그림 4〉는 시간대별 전체 사고 건수와 사망사고 건수를 분석한 그래프다. 아동 보행 교통사고는 등교 시간대인 오전 8~9시, 하교 이후인 오후 2~6시에 몰린다. 오후 시간대는 아이들이 하교 이후 학원 등을 오가거나,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대다. 통상 자동차 통행량은 오후 6시 이후의 퇴근 시간대에 늘어나지만, 아이들의 사고는 이들의 주요 활동 시간대에 몰려 있다.

늦은 오후 시간대에 특히 사망사고 발생률이 높다. 〈그림 4〉에 표시된 사망사고 건수는 주로 오후 4~6시에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오전 8~9시 한정된 시간대의 등굣길에는 비교적 촘촘히 안전망이 굴러가지만, 아이들마다 하교 시간과 활동 범위가 다른 하교 시간대에는 그만큼 보호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고는 어디에서 주로 발생할까. 먼저 도로 형태별 교통사고 분포를 살펴보자. 〈그림 5〉는 교차로와 단일로의 사고 발생 추이를 표기했다. 10년 전만 해도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는 교차로보다 단일로(일반도로)에서 압도적으로 더 많이 발생했다. 2011년 교차로에서 발생한 아동 보행 교통사고는 1393건이었지만, 단일로에서 발생한 아동 보행 교통사고는 4811건으로 4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단일로 교통사고는 해마다 줄어들어 2019년 2067건까지 감소했다. 반면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9년 1691건으로 오히려 조금씩 늘어났다.

어째서 단일로 교통사고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교차로 교통사고는 제자리걸음일까. 경찰청이 공개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전국 1만4921곳 수준이던 어린이보호구역은 2015년 1만6085곳까지 꾸준히 늘었고, 이후 1만6000여 곳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평범하게 곧게 뻗은 도로에서는 이 같은 사회의 노력이 사고를 줄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해온 도로 보행환경 개선, 불법주차 단속, 신호등·건널목·방지턱 설치 등도 사고 감소의 요인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차량이 복잡하게 얽히는 교차로에서는 그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를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그림 6〉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교차로 내 교통사고를 세 구역으로 나누어 분류한 결과다. 인도와 같이 교차로 차도 바깥에서 발생하는 ‘교차로 부근’ 사고는 총 1447건으로 26%를 차지했다. 차도에 해당하는 ‘교차로 안’은 4년간 1844건으로 33%를 차지했다.

문제는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도중 사고를 당할 때다. ‘교차로 횡단보도 내 사고’는 지난 4년간 2290건으로 전체 ‘교차로 아동 보행 교통사고’ 가운데 41%를 차지했다. 도로교통법상 모든 차량은 횡단보도에서 통행하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끼쳐서는 안 된다(제27조). 그러나 교차로에서만은 여전히 많은 사고가 횡단보도 위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고 당시 피해자의 보행 형태를 분석한 데이터에서도 (도로 위를) 횡단하던 중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7〉 참조). 전체 사고 가운데 55%가 도로를 횡단하던 중 차에 부딪혔다.

■ 가장 위험한 차종은?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를 가해 차종별로 분류해보았다. 〈그림 8-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전체 가해 차종 가운데 70.1%는 승용차다. 화물차(10.3%), 승합차(7.2%)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오토바이(이륜차·원동기)로 인한 사고 비율도 다소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여전히 ‘가장 위험한 차종’은 승합차·화물차·건설기계다(〈그림 9〉 참조). 지난 10년간 발생한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가운데 사망사고의 비율을 차종별로 살펴보았다. 사고 절대량이 가장 많은 승용차 사고의 사망사고율은 0.55%로 나타났다. 승합차(2.9%), 화물차(1.7%) 등 차량이 클수록 사망 확률도 높아졌다. 특히 건설기계로 인한 사망사고 비율은 15.22%에 달했다. 건설기계 차량이 오가는 길이 어린이들의 동선과 겹칠 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데이터 분석 도움:김도연

 

※이 기획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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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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