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달구지 수준’ 안전속도 5030에 뿔난 운전자들(8월17일 〈머니투데이〉)” “‘소달구지 타는 게 낫다’...‘안전속도 5030’ 첫날 반응은(4월17일 〈쿠키뉴스〉)”.
지난 4월17일부터 시행된 ‘안전속도 5030’에 대한 언론 보도 제목이다. 안전속도 5030은 보행자 통행이 많은 도심 지역 일반도로는 시속 50㎞,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까지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는 정책이다. ‘소달구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 보행자 보호 정책은 많은 운전자들에게 비아냥과 조롱을 받고 있다.
왜 5030일까. 시속 50㎞와 시속 30㎞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2018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세단형 승용차와 인체 모형을 갖고 차량 속도별 충돌 실험을 했다. 시속 60㎞로 충돌하면 보행자의 사망 확률이 80% 이상, 중상 확률이 92.6%로 나타났다. 시속 50㎞에선 보행자 중상 가능성이 72.7%, 30㎞ 이하면 15.4%까지 줄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선진국은 도심의 차량 제한속도를 이미 50㎞ 이하로 적용해왔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 8월30일부터 시내 대부분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통일했다. 올해 4월에서야 5030 정책을 시행한 우리나라의 2015년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3.5명이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칠레(4.1명) 다음으로 많다.
2018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충돌 실험은 보행자가 성인 남성일 경우를 가정하고 실시했다. 동일한 차량 속도에서 몸집이 작고 가벼운 어린이 보행자의 사망·중상 확률은 더 높아진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량의 속도를 물체의 자유낙하 높이로 환산해 설명했다. “시속 30㎞ 자동차와의 충돌은 사람이 3.5m 높이에서, 시속 50㎞ 차와의 충돌은 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충격과 같다. 즉 어린이가 걷는 주변 도로의 차량 속도가 시속 50㎞라는 것은 어린이를 높이 10m 낭떠러지 주변을 걷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얻는 것은 운전자의 시간 단축이다. 얼마나 이득일까? 지난 4월 경남도는 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등과 차량 속도에 따른 주행시간을 비교 조사했다. 출근(오전 7~9시), 퇴근(오후 5~7시), 야간(오후 9~10시) 시간대로 나눠 각 2회씩 3일간 총 17회를 택시 두 대가 제한속도 시속 60㎞와 50㎞로 같은 구간(7.5㎞)을 각각 달렸다. 결과는? 시속 60㎞ 택시는 평균 22분54초가 걸렸다. 시속 50㎞ 택시는 23분34초가 나왔다. 40초 정도 빠르거나 느리다. 택시요금은 18원 차이다.
8월11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이 발표한 ‘5030 시행 100일 성과 분석’에 따르면 올해 4월17일부터 7월26일까지 5030 정책이 적용된 지역에서 보행 중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명에서 139명으로 16.8% 줄었다. 차량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1㎞ 낮아졌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4~7월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량 이동량이 매우 적었던 시기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임재경 연구위원은 말했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게 아니라 도시 내에서는 더 밟아봤자 어차피 다음 신호에 걸린다. 급하게 가느냐 차분하게 가느냐의 차이일 뿐 도착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는 걸, 운전자들이 앞으로 5030을 실천하며 경험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기획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시사IN〉 특별기획 ‘스쿨존 너머’
1. ‘스쿨존 너머’, 어린 생명이 꺼진 자리
2. 보행 어린이 사고 지점에 점을 찍으면?
3. 길 위 아이들 눈에 블랙박스가 있었다면(통합본)
4. 보행 중 어린이 교통사고 언제 어디서 발생하나?
5. 보행 안전을 돈 주고 사야 하나요
6. 지방 소멸과 신도시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
7. 민식이법 무섭다고? 사망해도 집행유예
8. “차 가게 빨리 비켜” 사람보다 차가 우선
9. 어린이 입장에서 진짜 ‘갑툭튀’는 누구일까?
10. 소달구지? 사람 살리는 5030!
11. 길 위의 아이들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들
※ ‘스쿨존 너머’ 특별 웹페이지 beyondschoolzone.sisain.co.kr
※ ‘모든 곳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캠페인 참여하기 makeschoolzone.sisain.co.kr
-
‘민식이법 놀이’는 어른들이 하고 있다
‘민식이법 놀이’는 어른들이 하고 있다
변진경 기자
지난해 5월 스마트폰 앱마켓에 모바일 게임 하나가 출시됐다. 제목은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 어린이보호구역을 운전하며 어린이들을 피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아이들...
-
신호등은 초록색인데, 아이들이 길 건너지 못하는 이유
신호등은 초록색인데, 아이들이 길 건너지 못하는 이유
변진경 기자
‘민식이법’ 이전에도 ‘운전자가 보행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법률로 명시된 시민의 의무였다. 도로교통법 제49조 1항 제2호는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어린이가 보호자 없...
-
어린이 입장에서 진짜 ‘갑툭튀’는 누구일까?
어린이 입장에서 진짜 ‘갑툭튀’는 누구일까?
변진경 기자
이상돈 서울디지털재단 정책연구팀 수석연구원(현 경영기획팀장)은 2018년 육아휴직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를 데리러 학교 앞에 갔다. 이 연구원은 교문 밖을 나서는 자녀를 발견...
-
어린이 사고 난 자리, 미안하다 말하는 어른들도 있다 [스쿨존 너머]
어린이 사고 난 자리, 미안하다 말하는 어른들도 있다 [스쿨존 너머]
변진경 기자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일어난 장소를 취재하며 많은 어른들을 만났다. 그들은 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사고 이후 자기 집과 가게 앞에 생긴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인도 ...
-
또 횡단보도 위에서 어린이가 죽었다
또 횡단보도 위에서 어린이가 죽었다
당진·변진경 기자
또 학교 앞 도로에서 어린이가 죽었다. 횡단보도 위, 우회전 차량에 의해서다. 지난 11월25일 오후 3시18분께 충남 당진시 채운동 탑동사거리, 초등학생 A군(13)은 자전거를 ...
-
도로 위 아이들의 죽음은 모두 공평하다 [프리스타일]
도로 위 아이들의 죽음은 모두 공평하다 [프리스타일]
변진경 기자
지난 7월7일 경기도 평택시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두 명이 굴착기에 치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 명은 다치고 한 명(11세, 여)은 목숨을 잃었다. “아이를 친...
-
민식이법과 스쿨존을 넘어서야 도로 위 아이들이 안전하다
민식이법과 스쿨존을 넘어서야 도로 위 아이들이 안전하다
변진경 기자
2019년 12월24일, 도로교통법 제12조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3이 개정되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안...
-
주연상 손에 든 여덟 살 배우 [기자들의 시선]
주연상 손에 든 여덟 살 배우 [기자들의 시선]
김영화 기자
이 주의 수상2월25일 열린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덟 살 배우 소피아 오테로가 주연배우상(은곰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제 최연소 수상 기록이다. 스페인 영화 〈...
-
반복되는 스쿨존 비극,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사회 [금요시사회]
반복되는 스쿨존 비극,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사회 [금요시사회]
장일호 기자·최한솔·김진주 PD
‘스쿨존의 비극’은 왜 자꾸 반복될까요. 지난 4월8일 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배승아 양(9)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가 힘들 만큼 만취한 상태...
-
타이완 기자들이 민식이법을 주목한 까닭 [사람IN]
타이완 기자들이 민식이법을 주목한 까닭 [사람IN]
변진경 기자
타이완에는 ‘보행자 지옥(行人地獄)’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나 인도 없는 도로 위에서 차량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자 생긴 말이다. CNN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