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가 보이고 반딧불이가 돌아왔다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환타야, 반딧불이가 돌아왔어.” 인도의 카주라호에 사는 라주와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사는 샤오잉, 일본 오키나와현의 유키가 각각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코로나19로 인간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인도 북부에서 히말라야가 다시 보이고, 바다거북이 산란지를 찾아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장식하던 4월 초였다.우리는 각자 반딧불이와 얽힌 기억을 떠올렸다. 라주는 야심한 시각에 반딧불이를 보러 가자고 속삭이는 바람둥이 여행자들의 시대가 다시금 열릴 것이라 말했고, 샤오잉은 무위전(木魚鎭) 강가에서 민물낚시할 때 건너편 숲이 환하게 빛나자 김용균법이 시행되었지만··· 노주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노동자들이 죽는다. 깔려 죽고, 끼어 죽고, 부딪혀 죽는다. 추락해 죽고, 매몰돼 죽고, 질식해 죽는다. ‘위험의 외주화(위험하고 유해한 작업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전가되는 현상)’를 방지하기 위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새 산업안전보건법, 소위 ‘김용균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죽음을 알리는 소식은 그치지 않는다.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에서만 김용균법 시행 후 희생자가 3명이나 나왔다. 아들의 결혼을 앞둔 하청 노동자는 채 고정되지 않은 합판을 밟아 1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 ‘1일 1깡’을 아시나요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먼저 유튜브에 ‘비 깡’이라고 쳐보기 바란다. 맨 위에 있는 동영상 두 개의 조회수를 합친 결과가 대략 1000만이다. 하나는 비의 ‘깡’ 뮤직비디오, 다른 하나는 음악 순위 프로에서 선보였던 컴백 무대다. 여기까지 읽고 “과연, 비의 인기가 변함없이 대단하구나” 여겼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기실, ‘깡’은 혹평을 면치 못한 곡이다. 일차원적인 가사, 도무지 방향성을 종잡을 수 없는 프로덕션, 시대를 거꾸로 가는 듯한 댄스 퍼포먼스 등으로 인해 비의 흑역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몇 년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오고 있는 최신 케이 오두막에서 스스로 3주간 격리됐던 사람들 김형민(SBS Biz PD) 1781년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싣고 자메이카로 가던 노예 운송선 종(Zong) 호에 문제가 발생한다. 식량이 떨어졌고 좁은 배 안에 다닥다닥 붙은 사람들 사이에 전염병마저 돌았지. 종 호는 노예들이 해상에서 죽을 경우 한 명당 보험금 30파운드를 받는 보험에 들어 있었어. “다만 병으로 죽거나 자살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고, 반란을 일으킨 노예를 살해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배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던진 경우에만 보험금 청구가 가능했다(〈조선일보〉 2011년 1월15일).” 종 호의 선장은 무려 노예 122명을 생으로 바다에 집어던지 보미: 호쾌하게 빛나는 재능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에이핑크 보미를 일반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린 건 프로야구 시구였다. 그의 시구는 속칭 ‘개념 시구’로 불리며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속내가 뻔한 이유로 여성 아이돌을 마운드 위에 자주 올리던 프로야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마운드 앞의 잔디나 최소한 선수가 밟는 투수판 훨씬 앞에서 하는 연예인 시구의 관행을 깨고, 보미는 투수판을 지그시 밟은 뒤 포수 글러브 정중앙으로 묵직한 볼을 던졌다. 특히 화제를 모았던 2015년 시구 영상은 단시간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며 이후 보미에게 투수 매디슨 범가너의 이름을 딴 ‘뽐가너’ 현직 국회의원은 왜 이 책을 번역했나 천관율 기자 2019년 6월 어느 날,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뜸 책을 하나 안겨주더니 특유의 단문으로 말했다. “번역했어. 읽어봐. 재밌을 거야.”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 원제는 ‘민주당 다수파의 탄생, 1928~36년’이다. 미국 정치학자 크리스티 앤더슨이 1979년에 내놓았다. 선거 때마다 골골대던 민주당이 1930년대 이후 다수파로 떠오른 과정을 추적했다.본격 연구서다. 재미있게 읽힌다고는 못하겠다. 그래도 정치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재미 하나는 압권이다. 이 책이 다루는 ‘뉴딜 체제’는 미국 정치의 지형을 근본적으 김부겸 후보 사진이 화살처럼 내게 꽂혔다 강홍구 (사진가) 사진계에 널리 쓰이는 말 가운데 롤랑 바르트가 처음 사용한 푼크툼(punctum)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원은 라틴어로 ‘바늘로 찌르다’라는 뜻인데 사진을 읽는 한 방법 혹은 시각을 말한다. 푼크툼과 상대를 이루는 말은 스투디움(studium)이다. 스투디움은 사진에 관한 일반적인 해석 또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뜻한다. 반면 푼크툼은 일반적인 사진의 정보가 아니라 한 개인의 특수한 관점과 마주쳐 일어나는 예외적인 경험을 말한다. 스투디움은 사진이 가진 일반적인 정보이고, 푼크툼은 사진을 보다가 우연히 갑자기 느끼는 경우가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세상의 모든 수학에르베 레닝 지음, 이정은 옮김, 다산사이언스 펴냄“이 책은 수학에 관한 책이지 수학책은 아니다.”한국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수학은 암기과목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듣고 졸업한다. 어떤 문제에는 무슨 공식을 대입해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기계적으로 외운다. 수준도 관심도 들쭉날쭉한 학생들을 한 번에 가르치려면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이런 방법으로 배우면서 수학을 좋아하기는 참 어렵다.〈세상의 모든 수학〉의 전략은 그래서 낯설다. 목차만 보면 역사책으로 착각할 정도다. 선사시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가, 피 Game of the Kingdom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아주 독특한 ‘자유계약 정치가’ 천관율 기자 김종인. 1940년생.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의 손자. 2012년 총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를, 2016년 총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2020년 총선에서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도왔다. 앞 두 선거는 이겼다. 그리고 두 대통령 모두와 척을 졌다. 마지막 선거는 졌다. 4월29일 현재, 임기 제한 없는 전권을 요구하면서 미래통합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기자는 그를 인터뷰한 적이 두 번 있다. 그가 대선주자 박근혜의 개인교사라는 소문이 파다하던 시절인 2010년 12월에 한 번, 대선주자 문재인과 결별해 더 유튜브형 국회의원 속기록형 국회의원 [프리스타일] 천관율 기자 2020년 검찰개혁 충돌 정국의 어느 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열렸다. 한 여당 의원이 야당을 향해 내내 호통을 쳤다. 그는 다음 날 인터넷에서 최고 스타가 되었다. 사자후를 토했느니 야당을 얼어붙게 만들었느니, 좀 민망한 찬사가 범벅된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그 의원이 야당을 얼어붙게 만들기는 했다. 완전히 엉뚱한 얘기여서 아무도 대답할 필요를 못 느꼈으니까. 법사위는 그의 발언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그냥 가던 길을 갔다.방송 화면에 강한 퍼포먼스형 국회의원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 이전의 국회는 장점마을 사건에서 우리가 놓친 것 나경희 기자 금강농산에서 8년 동안 근무한 김재길씨(47)가 텅 빈 공장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만 해도 여기에 기계가 남아 있었는데….” 공장 부지 왼쪽 끄트머리에 있던 식당은 헐렸다. 직원 20여 명이 밥을 먹던 길쭉한 테이블도 사라졌다. 정수기도, 싱크대도 보이지 않았다. 공장 마당에 쌓여 있던 KT&G 로고가 찍힌 팰릿(화물을 쌓는 틀)도 없었다. 공장 안을 둘러보던 김씨가 유일하게 남은 설비 앞에 멈춰 섰다. “이건 사이즈가 커서 못 뜯어갔나 보네.” 2~3층 높이의 비료 사일로(저장탱크)였다.2017년 11월 금강 장점마을 비극의 매 순간 기업은 이익을 거뒀다 나경희 기자 임형택 익산시의원 지역구(영등2동·삼성동·부송동)는 산업단지 옆에 붙어 있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 악취 민원이 빈번했다. 의정 활동을 하는 동안 악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 의원은 2013년 ‘익산 악취해결 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집행위원장을 맡았다.2017년 장점마을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될 무렵 임 의원은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위원들과 여러 차례 마을과 금강농산을 찾아갔다. 그의 지역구는 아니었지만 익산 지역 내 환경문제를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었다. 민관협의회 위원들이 각자 분야에서 문제 원 가장 흔한 직업병 피부질환의 산재 신청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초보 전문의 시절, 중소 규모 제조업체들에 대한 보건관리 위탁업무를 수행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를 정해놓았는데, 자체 고용이 어려울 때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한 번은 작은 공장을 방문했는데, 생산과장의 바지에 무엇인가 묻어 있었다. 그는 “그때 피부병이 세척제 때문이라고 해서 청소 방법을 바꾸었더니 작업복은 좀 더러워지네요” 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 이전 방문 때 청년 노동자 여러 명의 손바닥에 접촉피부염이 발생했다. 과도한 세척제 사용이 문제로 판단되어 사용량을 줄이고 적 역학조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장일호 기자 의과대학 수업은 머리보다 체력을 요구했다. 오경재 교수(원광대 예방의학교실)는 대학 시절 자주 조는 학생이었다. 조는 중에도 또렷이 들린 말이 있었다. “‘나무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다고 숲 자체가 건강해지지 않는다. 숲 전체를 봐야 한다. 의학도 개인이 아니라 전체가 건강해지는 법을 고민해야 하는 학문이다.’ 교수님이 그 말씀을 하는데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그 말에 의지해 ‘인기 없는’ 예방의학을 선택했다. 3평 남짓한 진료실에 평생 앉아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근데 제가 잘 몰랐어요, 시골 출신이라. 전 환경문제 전문가 100% 활용하는 법 장일호 기자 바람이나 쐴 겸 나섰다. 김세훈 박사(전북대 환경공학과)는 2017년 2월 강공언 교수(원광보건대 보건의료학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환경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같이 가보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런 일’이 일상인 사람들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수락했다. 임형택 익산시의원과 손문선 전 익산시의원(시민단체 좋은정치시민넷 대표)이 동행했다. 문제가 발생한 곳이 사유재산이라 무단침입으로 고소당하지 않으려면 ‘배지’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전북 익산시 함라면 함라3길 3-76. 도착한 곳은 금강농산이라는 비료공장이었다. 김 박사는 느낌이 좋지 않 성장 대신 선택한 ‘삶의 질’ 장일호 기자 2019년 12월10일 정헌율 익산시장은 서울 강남구 KT&G 서울사옥 앞에 있었다(사진).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 KT&G 책임 촉구’ 집회의 앞줄을 지켰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그날 집회에서 정 시장은 잠시 언급됐을 뿐이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익산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전라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정헌율 시장은 전임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며 열린 2016년 4월 재선거로 임기를 시작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정 시장이 임기를 시작할 무렵 장점마을도 ‘환경 재난’ 마을의 해바라기 꽃 필 무렵 3 익산/장일호·나경희 기자 신옥희(75)는 경로당에서 벌어진 거나한 술판에 끼었다가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해장이나 해야겠다.” 함라마트에서 콩나물을 집어 들었다. ‘옥희 죽었는가’라는 문자 안부에 ‘죽었는지도 모르지’라고 답하며 웃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 넓은 집이 스산해 문뜩 외로웠다.5남1녀 자식에 손주까지 모두 모이면 26명이다. 큰집은 그 모든 식구를 다 품었다. 온 식구가 여행이라도 한번 가려면 큰일이었다. 가족행사로 어디 한번 놀러갈 때면 아예 전세버스를 한 대 빌리곤 했다. 누구 하나 운전하느라 술을 마시지 못할까 봐 ‘환경 재난’ 마을의 해바라기 꽃 필 무렵 4 익산/장일호·나경희 기자 점심시간은 경로당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고봉으로 퍼 담은 밥그릇이 밥상에 오르자 김낙길(65)은 제몫의 밥을 절반 넘게 옆 사람에게 덜어냈다. “내가 위를 3분의 1이나 잘라냈거든.” 김낙길은 스스럼없이 옷을 걷어 개복 수술한 자리를 보여줬다. 2012년 위암 판정을 받았다. 세로로 길게 난 칼자국이 8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했다.장점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낙길은 현재 익산 시내에 살지만 2010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매일 장점마을로 온다. 어머니 이점례(89)가 오전 8시 ‘할머니 유치원’(노인요양시설 사랑방)에 간 사이 집안일 ‘환경 재난’ 마을의 해바라기 꽃 필 무렵 1 익산/장일호·나경희 기자 피해자가 아닌 삶의 주인공으로늙고 병드는 일은 자연의 몫이었다. 세월만이 사람을 시들게 했다. 그런 줄만 알았다. 어떤 죽음은 자연스럽게 오지 않았다. 작은 시골 마을은 언제부턴가 장례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이웃의 죽음은 예고편이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암환자가 발생했다. 암에 대한 공포가 아니어도 질병은 노인들의 가장 중요한 상태이자 문제였다. 늙음에 대한 ‘벌’이거나 ‘잘못 살아온 삶’의 대가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던 병이 내 탓이 아니라고 알려준 것 역시 시간이었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2001년 들어선 비료공장 금강농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