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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1940년생.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의 손자. 2012년 총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를, 2016년 총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2020년 총선에서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도왔다. 앞 두 선거는 이겼다. 그리고 두 대통령 모두와 척을 졌다. 마지막 선거는 졌다. 4월29일 현재, 임기 제한 없는 전권을 요구하면서 미래통합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기자는 그를 인터뷰한 적이 두 번 있다. 그가 대선주자 박근혜의 개인교사라는 소문이 파다하던 시절인 2010년 12월에 한 번, 대선주자 문재인과 결별해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내려놓던 2016년 8월에 한 번 했다. 둘을 합쳐 3시간쯤 단둘이 만났다. 2016년 인터뷰 때, 그의 정치 이력을 압축해 보여주는 문답이 나왔다.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과 민주당이 제일 다른 게 뭔가?” “기본적으로 똑같다. 선거는 매니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얘기다. 고정 지지층만으로 선거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유능한 매니저가 중도층을 끌어와야 한다. 그리고 한국 정당은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매니저는 양쪽을 넘나들어도 별 문제가 없으며, 정당이 유능한 매니저를 쓰지 않는 것은 자기들 손해다. 이것은 충성과 신뢰와 후원으로 맺어지는 정당과 정치인의 관계가 아니다. 프로 스포츠 팀과 자유계약 선수의 관계다. 한국 정치는 정당의 정체성과 소속감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는데, 김종인이라는 예외는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는 한국의 양대 정당체제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 다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똑같은 약점을 갖고 있다.

‘경제를 아는 40대 기수론’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이렇게 해야 보수의 주류를 뛰어넘어 중도파를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그는, 자신이 야권에서 이런 흐름을 만들어내면, 여당에서도 젊은 정치가가 주류를 뛰어넘어 급부상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한 젊은 국회의원은 “386 뒤에 줄 서지 말고, 차차기 같은 한가한 생각 하지 말고 2022년을 보고 준비해라. 한국에도 마크롱 현상이 불 수 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그에게 들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처럼 기존 좌우 정당 질서를 다 뒤흔드는 바람이 2022년 대선에서 불 거라는 전망인데, 예측과 기대가 섞인 얘기다.

이 독특한 ‘자유계약 정치가’는 발상이 자유롭고 몸이 가볍지만, 대신 뜻한 바를 이룰 세력을 형성할 수 없다. 프로 스포츠 팀에서도 자유계약 선수가 리더로 안착하는 사례는 좀처럼 드물다. 그래서 그에게는 기성 체제의 대격변이 유일한 활로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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