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깡’을 아시나요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660
  • 승인 2020.05.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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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 노래’ 챌린지가 그랬듯이 1일 1깡 문화도 곧 사라질 것이다.
ⓒ레인컴퍼니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먼저 유튜브에 ‘비 깡’이라고 쳐보기 바란다. 맨 위에 있는 동영상 두 개의 조회수를 합친 결과가 대략 1000만이다. 하나는 비의 ‘깡’ 뮤직비디오, 다른 하나는 음악 순위 프로에서 선보였던 컴백 무대다. 여기까지 읽고 “과연, 비의 인기가 변함없이 대단하구나” 여겼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기실, ‘깡’은 혹평을 면치 못한 곡이다. 일차원적인 가사, 도무지 방향성을 종잡을 수 없는 프로덕션, 시대를 거꾸로 가는 듯한 댄스 퍼포먼스 등으로 인해 비의 흑역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몇 년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오고 있는 최신 케이팝과 직접 비교하면 이런 단점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수로서의 비는 훌륭했지만 제작자로서의 비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데, 곡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묘한 반전이 일어났다. 적시해서 말하자면 유튜브에 기거하는 사람들이 ‘깡’ 영상을 갖고 놀이를 하기 시작한 거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위의 컴백 무대 영상 밑에 줄줄이 달린 댓글을 봐야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업데이트되고 있는 댓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시간, 순삭될 거라고 확신한다. 정말이지 보통 재미가 아니다.

그렇다. 재미다. 이 두 영상은 재미를 위한 놀이터 구실을 해주는 셈이다. 오죽하면 ‘1일 1깡’이라는 유행어가 생겼겠나. 그리하여 결과는 거의 1000만에 육박하는 조회수다. 이를 통한 수익의 대부분은 당연히 곡을 통해 호되게 비판받은 비에게로 돌아간다. 어떤가? 놀랍지 않은가.

이게 바로 내가 릴 나스 엑스(Lil Nas X) 글(제622호)에 썼던 ‘밈(meme) 문화’다. 일종의 문화 유전자라고 생각하면 거의 정확한데, 스트리밍· 동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빠른 속도로 유행을 탄다는 특징을 지닌다. 장담컨대 지금이야 그 기세가 폭발적일지라도 ‘1일 1깡’ 문화는 곧 없어질 것이다. 금세 새로운 유행이 치고 들어올 게 분명한 까닭이다. 예를 들어 ‘아무 노래’ 챌린지가 한때 선풍이었지만 지금은 어떤지 되새겨보면 알 수 있다.

밈의 시대정신은 명확하다. 재미있어야 한다. 아니, 재미를 넘어 즉각적이고 즉물적인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 과하게 진지해서는 곤란하다. 비의 ‘깡’이 그랬던 것처럼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심지어 밈은 이 역풍마저 희화화라는 과정을 통해 자기 영역으로 흡수한다. 1UBD(무슨 의미인지 찾아보라)라는 기준을 세워주고, 1000만 뷰를 달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곧 사라진다.

웃기면 장땡인 시대 아닌가

대세를 대체할 재미가 넘쳐나는 까닭에 문제될 건 없다. 마치 항구적 조증에 걸린 양 밈 세대는 끊임없이 재미를 갈구한다. 그러니까, 소셜 미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밈 세대의 요체는 직관성이다. 속된 말로, 웃기면 장땡인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거칠게 분류해 20세기가 의미를 찾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재미를 찾는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아무래도 20세기 쪽 사람인지라 뒷맛이 씁쓸한 게 솔직한 독후감이다. 무슨 말만 했다 하면 꼰대 소리 듣는 세태에도 불만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뭘 어쩌겠나. 시대정신을 한 개인이 거스를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 새로운 세대가 알아서 잘 찾을 거라고 믿는 것 또한 좋은 어른의 조건 중 하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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