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60
  • 승인 2020.05.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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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수학
에르베 레닝 지음, 이정은 옮김, 다산사이언스 펴냄

“이 책은 수학에 관한 책이지 수학책은 아니다.”

한국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수학은 암기과목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듣고 졸업한다. 어떤 문제에는 무슨 공식을 대입해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기계적으로 외운다. 수준도 관심도 들쭉날쭉한 학생들을 한 번에 가르치려면 어쩔 수 없기는 한데, 이런 방법으로 배우면서 수학을 좋아하기는 참 어렵다.
〈세상의 모든 수학〉의 전략은 그래서 낯설다. 목차만 보면 역사책으로 착각할 정도다. 선사시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가, 피라미드를 넘나들며 수학이라는 아이디어가 인류사에 왜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추적한다. 그렇게 출발한 이야기는 서서히 추상 수준을 높이더니 결국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도달한다.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바이러스와 인간
이낙원 지음, 글항아리 펴냄

“한국 사회, 아니 인류가 긴 터널을 뚫고 지나가고 있다.”

표지가 눈을 끌었다. 고글과 마스크, 방호복으로 꽁꽁 싸매진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영화 속에서만 봤던 의료진들의 모습이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 어느 때보다 의료진과 대중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시대다. 이 책은 코로나19 일선 의료 현장에서 한 호흡기내과 의사가 써내려간 기록이다. 저자가 속한 병원에서 선별진료소가 차려졌던 1월 말부터 두 달간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일기가 40편 실렸다. 저자는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대응과 감정을 조금이나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바이러스·세균·미생물은 단순히 몸뿐 아니라 몸과 몸이 맺는 관계들,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에까지 자국을 남기기 때문이다.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리타 홍 핀처 지음, 윤승리 옮김, 산지니 펴냄

“시진핑 집권 아래, 중국의 독재적 권위주의가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015년 3월 중국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 다섯 명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대중교통에 성희롱 방지 스티커를 배포하려고 계획했다. 중국 정부의 엄중한 단속 대상이 된 이들은 이후로 ‘페미니스트 파이브’로 불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다. 저자는 이 사건 이후 중국 내 여성운동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한다. 중국의 영페미니스트(Young Feminist)들이 어떻게 중국 사회 내에 ‘균열’을 만들고, 공산당 정부와 맞서고 있는지 주목했다. 여전히 중국에서는 ‘미투 운동’과 관련된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대학 내 성추행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탄원서가 검열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이 만든 균열은 중국 사회 내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복왕 윌리엄
폴 쥠토르 지음, 김동섭 옮김, 글항아리 펴냄

“영국은 윌리엄의 정복으로 바이킹 세계와 절연하고 대륙의 본류에 들어오게 된다.”

한때 영국이 세계사를 주도할 수 있었던 역량의 뿌리에 노르만 왕조가 있다. 노르만 왕조를 다져놓은 주역은, 노르망디 공국이라는 작은 나라로 몇 배나 더 큰 잉글랜드 왕국을 거두어들였던 ‘정복왕 윌리엄’. 윌리엄의 조상은 덴마크에서 건너온 바이킹이며, 그의 33대손이 영국의 찰스 왕세자다. 이 책은 윌리엄이 1066년 영국(정확히는 잉글랜드)을 정복하고 영국 왕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상세히 추적한다. 먼저 윌리엄이 활동한 11세기 서유럽의 사상, 문화, 공간적 특징을 서술한 뒤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가 건설한 앵글로-노르만 제국이 서유럽의 최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필연적 이유를 설명해준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문학동네 펴냄

“나는 그것이 두렵고도 기대가 된다.”

작가가 된 후 11년간 쓴 산문을 묶었다. 요즘 그는 글을 쓰지 않을 때 발코니에 나간다. 식물의 화분을 갈고 가지를 쳐주며 ‘절박하게’ ‘싸우듯이’ 일을 하다가 너무 그랬나 싶어 플라스틱 앉은뱅이 의자에 앉으면 비로소 순한 잎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쓰고, 먹고, 여행하는 ‘절박한’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어딘가 앉아 잠깐 응시한다. 거기서 길어낸 사유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분명 사려 깊게 자리하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준 예민한 감각은 어디서 나오는지, 왜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작가에게 저작권이 어떻게 이후의 노동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인지에 대해 짐작하게 된다.

 

 

 

 

 

 

 

편집자의 마음
이지은 지음, 더라인북스 펴냄

“이제 1년이 되었으니 이 일을 계속할지 그만둘지 결정하세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자는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아이가 걸음마를 뗄 때까지 함께해줄 누군가를 하나라도 만난다면 알아서 잘 걸어갈 거라고 말한다. 12년 차 출판노동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동행하는 선배를 아직 만나지 못한 출판 편집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 6개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 경험을 담았다. 이 책을 쓸 때 담당 편집자는 ‘출판의 미래’를 상상해달라고 주문했다. 저자가 오래 몸담았던 출판사에선 매출을 기준으로 직원을 상대평가 했다. C를 받으면 좌절했고 A를 받아도 동료의 안위가 걱정됐다. 나를 대신해 C를 받은 누군가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같이’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것이 출판의 미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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