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헌법재판소가 출범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만 있고 재판관도 청사도 직원도 예산도 없는, 실체 없는 조직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전신인 헌법위원회를 아는 법조인들은 별다른 기대를 품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없었다.
출범 초기와 비교하면? 2023년 현재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저자는 출범 후 20년 동안(책은 2007년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취임사로 끝난다) 헌법재판소가 주요 사건마다 어떤 판결을 내리며 어떻게 위상을 구축해갔는지 추적한다.
‘1기 헌법재판소’의 과제는 대법원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탓에 두 기관이 곳곳에서 부딪치던 터다. “대법원의 최종 심판자 이미지를 탈색시키지 못한다면 헌법재판소의 미래는 없었다.”
예상과 달리, 헌법재판소는 영역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고 돌파했다. 1990년 ‘대법원 규칙’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결국 대법원과의 고리를 끊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의 로비’ ‘결정문 사전 배포’ 등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책은 막전 막후를 상세하게 다룬다. 책 후반부에서 다루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관련 대목이 흥미롭다. 탄핵 선고가 예정보다 3분 늦게 시작되고, 결정문에서 ‘소수의견’이 생략된 점에 주목해 취재에 돌입했다. 탄핵 기각까지 재판관·청와대·소추위원들 사이의 충돌을 고스란히 담았다.
책은 기자 출신인 저자의 성실한 취재와 방대한 자료 검토에 바탕을 둔다. 저자는 신문·잡지·논문·회의록 등 자료 1만 장 분량을 살피고, 재판관·연구관·청와대 관련자 등을 100시간가량 인터뷰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으로만 만나기 쉽다. 중요한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헌법재판관들 사이 논리가 어떻게 부딪치고 결론지어지는지, 헌법재판소 안팎의 역동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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