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린드버그는 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인종주의에 경도된 친(親)나치 인사라는 사실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39년 기고에서 린드버그는 이렇게 썼다. “우리끼리의 다툼에서 벗어나 백인 성벽을 다시 쌓아야 할 때다. 몽골인, 페르시아인, 무어인으로부터 우리 유산을 스스로 지킬 차례다.”
저자는 유대계 난민 가정에서 자란, 예일 대학 철학과 교수다. 그는 파시즘이 특정 역사적 시기, 특정 공간에만 퍼진 이념이 아니라고 적었다. 그에 따르면, 파시즘은 정부 성향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사회 풍조에 가깝다. 린드버그의 ‘아메리카 퍼스트 운동’은 같은 시기 “미국 친파시즘 정서의 대중적 얼굴”이라고 썼다. 친트럼프 시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에 대한 반발, 터키의 반세속주의적 여론 등이 오늘날 파시즘의 얼굴이라고 저자는 논증한다.
파시즘의 대전제는 ‘우리’와 ‘그들’의 존재다. 대화를 통한 갈등 조정은 불가하다. 파시즘 세계관은 “그들은 없이 우리만 있던, 낭만화된 허구적 과거”라는 신화에 기댄다. 이 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사다. 그래서 “파시스트 정치는 민족의 암울했던 과거의 순간들을 모두 부인한다”. 폴란드와 터키는 자국의 전쟁범죄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일을 범죄로 만들었다. 대중에게 이를 설득하기 위해 파시즘은 반지성적 프로파간다를 동원한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책은 먼 나라 철학자의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다. 지난 십수 년간 한국의 뉴라이트는 ‘자학적 사관’을 성토하고, 건국과 번영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은 정치적 반대 세력에 ‘가짜’ 딱지를 붙인다. 약자에 대한 혐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활개를 치고 있다. 여전히 이 사례들이 파시즘의 징후라고 여기는 것은 과잉 반응일까? 저자는 ‘정상 여부’에 대한 우리 판단을 의심하자고 제안한다. “한때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려는 집단적 경향”이야말로 파시즘 확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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