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6일 서울 주한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중국 내정간섭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이명익
2월6일 서울 주한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중국 내정간섭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이명익

지금 우리에게 가장 뜨거운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해 말 윤석열의 쿠데타 이후 중국은 한국 사회를 들쑤시는 험한 주제가 됐다. 중국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들끓었고, 서울 명동, 건대입구, 대림동에서 “중국인 추방”을 외치는 시위가 잇따랐다. 기왕의 반중 정서를 뛰어넘어 ‘혐중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 캄보디아 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한국인 문제 역시 반중 정서에 기름을 끼얹는 듯했다.

그런가 하면 11월1일 막을 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결과가 뜨거운 관심사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맛있다”라고 한 황남빵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됐고, 샤오미 핸드폰을 두고 “백도어 있는지 살펴보라”는 시 주석의 농담은 세계적 화제가 됐다. 2025년 한국 사회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두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시사IN〉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웹조사를 통해 ‘혐중의 실체’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4년 전인 2021년 5월 진행한 반중 정서 기획에 이어 두 번째다(〈시사IN〉 제717호 ‘반중 정서 리포트’ 기사 참조). 웹조사는 한국리서치가 확보한 온라인 패널 96만3000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 응답자들은 문항이 많아지더라도 응답률이 별로 떨어지지 않아 심층조사에 적합하다. 문항 설계에는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하남석 교수와 윤종석 교수, 한국리서치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이 참여했다. 9월 말부터 머리를 맞댔고, 11월2일 설문 문항을 최종 완성했다.

조사 전 세운 가설의 대전제는 이랬다. “과거의 반중 정서가 감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지금의 혐중은 실험실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신종 바이러스에 가깝다.” 올해 초 한 중국 연구자가 기자와의 대화에서 한 말이었다.

돌이켜보면 쿠데타 직후 윤석열이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미국 항공모함과 국정원을 촬영하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한다(2024년 12월12일)”라며 난데없는 담화를 발표한 것이 ‘혐중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탄핵 반대 집회와 극우 유튜브를 통해 ‘중국 관련 음모론’이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급기야 극우 매체가 생산한 ‘중국인 99명 선관위에서 체포’ 따위 명백한 가짜뉴스를 윤석열 측이 탄핵심판 소송에서 인용하는 기이한 촌극이 벌어졌다.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범죄자가 몰려온다”라며 불안을 크게 키웠다.

본격적으로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이 글은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점차 예민한 이야기로 나아갈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의 문항 순서도 이와 흡사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실제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심정으로 이번 글을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오히려 상승

먼저 주변국 감정온도(호감도) 측정이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미국이 53.7도로 가장 높았고, 북한이 25.9도로 가장 낮았다. 중국은 29.4도였다. 2021년 조사 때와 비교해보면 중국은 3도 올랐고, 미국은 3.6도 낮아졌다(〈그림 1〉 참조). 혐중 여론이 들끓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중국에 대한 감정온도는 올랐다.

이것은 ‘튀는’ 결과가 아니다. 주변국 감정온도 측정은 20여 년 전부터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유서 깊은 여론조사다. 이미 2023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때부터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번 조사에서 찾아낸 가장 확실한 상관관계는 ‘중국 방문 경험’이다.

중국 방문 경험이 있고, 그 횟수가 많을수록 중국에 대한 감정온도가 높았다. 방문 경험이 없는 이들 중 중국에 대해 높은 감정온도(51도 이상)를 매긴 이들은 7%에 불과한 반면 방문 횟수가 열 번 이상인 이들에서는 29%나 됐다. 2021년에는 중국 방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38.8%였는데 이번에는 46.5%로 늘었다. 중국 방문 경험자 중 약 18%는 2023년 이후 방문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중국을 방문한 경험이 호감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의 반중’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장년층(51세 이상)의 반중 정서가 더 강하다. 그런데 2021년 〈시사IN〉·한국리서치 조사에서 20대(15.9도)와 30대(21.8도)의 중국에 대한 감정온도는 다른 세대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도 20대(25.2도)와 30대(20.8도)의 감정온도가 낮고, 60대(35.2도)와 70대(33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여전히 젊은 세대의 반중 정서가 심각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다만 2021년 조사와 달리 20대보다 30대의 반중 정서가 더 강해졌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주변국 감정온도 조사에서 눈에 띄는 건 ‘일본의 약진’이다. 2021년 28.8도였던 일본에 대한 감정온도가 40.9도로 대폭 상승했다. 또 하나,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타이완과 홍콩을 감정온도 조사에 포함해봤다. ‘중국 본토’와 ‘그 외 지역’의 차이를 측정해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타이완 46.1도, 홍콩 45.4도로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주변국 감정온도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다음 호 ‘국제정세 인식의 변화’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주변국 ‘사람’에 대한 감정온도 측정에서도 4년 전과 다른 변화를 줘봤다. 타이완 사람, 홍콩 시민과 함께 화교, 재한 중국 동포(조선족)에 대한 항목을 신설했다(〈그림 2〉). 그 결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호감도(31.9도)는 중국인(28.8도)과 엇비슷했다. 화교(37.5도), 북한 사람(37.6도)보다 낮았다. ‘중국 동포=중국인’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 ‘지도자’에 대한 감정온도 측정 결과도 흥미롭다. 이재명 대통령이 56도로 가장 높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5도였다(〈그림 3〉). 2021년 조사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44.7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6.6도였다. 취임 1년 차라는 특성이 있지만 한국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10도 이상 올라갔다. 반면 미국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5도 이상 내려갔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호감도는 4년 전에 비해 3.5도 올랐다. 이번 조사는 APEC 정상회의 직후인 11월4~5일 이루어졌다. 한국리서치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은 “APEC 회담의 ‘컨벤션 효과’가 이번 조사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국, 북한을 각각 놓고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그림 4〉). 미국에 대해서는 88%, 중국에 대해서는 54%, 북한에 대해서는 4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2021년 조사와 비교하면 미국은 2.3%포인트, 중국은 5.3%포인트 올랐다. 북한은 8.4%포인트 떨어졌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관해서는 전향적 결과가 나올까. 그렇게 보기 어려웠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항에 63%가 동의했다. 문제는 그다음 질문이다. ‘경제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문항에도 66%가 동의했다. 이것은 모순된 응답일까. 그렇지는 않다. 경제협력은 해야 하지만 중국에 종속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을 바라보는 복잡한 양가감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4년 전 조사와 뚜렷하게 달라진 점

지금부터가 이 글의 본론이다. 혐중과 관련된 이슈를 자세히 살펴볼 차례다. 우선 최근 가장 이슈가 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그림 5〉). ‘반대한다’가 53%, ‘찬성한다’는 37%였다(‘모르겠다’ 10%). 이번 무비자 조치는 지난해 중국이 먼저 ‘한국인 무비자’ 조치를 취한 데 따른 상호주의 성격이 컸다. 그럼에도 무비자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은 두 가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고 여기거나, 국내에 중국인이 늘어나는 것이 싫거나.

그래서 물어봤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관광지 혼잡, 소음 등 생활 불편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술에 대해 73%가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범죄나 불법체류가 늘어날 것”이라는 진술에도 70%가 동의했다.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에는 55%, “상호이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에는 46%가 동의했다. 실제로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보다, 생활 불편 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국내에서 중국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가 건강보험과 지방선거 투표권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다소 극단적인 질문을 던졌다.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은 국적에 관계없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라는 설명을 제시한 뒤 ‘중국인에 한해’ 건강보험 이용을 제한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응답 결과는 심상치 않았다. ‘동의한다’라는 응답이 63%,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31%였다(〈그림 6〉).

지방선거 투표권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에 한해서만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의견에 대해 64%가 동의했다. 이것은 분명히 차별을 전제로 한 질문이었다. 중국인 대상 건강보험 적자가 감소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는 보건 당국의 설명이 있었고,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지난 거주자에 한해 투표권이 주어진다는 제약이 있음에도 조사 결과는 이랬다. 중국인의 3대 쇼핑(의료·부동산·선거)을 막겠다는 국민의힘의 구호가 먹힌 결과일까?

7월11일 서울 대림역에서 극우 유튜버와 윤석열 지지자 등이 ‘CCP(중국 공산당) OUT’을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7월11일 서울 대림역에서 극우 유튜버와 윤석열 지지자 등이 ‘CCP(중국 공산당) OUT’을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건강보험과 투표권에 대한 응답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 방문 경험이나 횟수에 따른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다. 세대별로 봐도 마찬가지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오히려 2030보다 6070에서 중국인의 건강보험 이용과 선거권 부여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확 띄는 변수가 나타난다. ‘정당’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호감층(가깝다고 느낌)과 국민의힘 호감층 사이에 차이가 벌어진다. 중국인의 건강보험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 호감층의 56%가 동의했는데, 국민의힘 호감층에서는 78%가 동의했다.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자도 민주당 호감층에서 54%인 반면, 국민의힘 호감층은 83%나 됐다. 3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결과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2021년 조사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당시 지지하는 정당이나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모두 ‘중국을 싫어한다’라는 결과가 나와서 충격을 줬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지 정당, 이념 성향,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등 ‘정치적 배경’과 관련된 대목에서 일관된 차이가 나타났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호감층(개혁신당은 일관되지 않았다), 진보 성향 응답층,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높은 점수를 준 응답층에서 뚜렷하게 중국에 더 우호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10월9일 서울 아현동 인근 도로에 중국인 혐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IN 박미소
10월9일 서울 아현동 인근 도로에 중국인 혐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IN 박미소

중국에 대한 감정온도의 경우 민주당 호감층에서 34.8도인 반면, 국민의힘 호감층에서는 22.4도였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찬성’하는 응답이 민주당 호감층에서는 50%였으나 국민의힘 호감층에서는 27%에 불과했다. ‘반중·혐중 시위의 주장이나 취지에 공감한다’라는 진술에 대해서도 민주당 호감층의 63%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동의는 29%), 국민의힘 호감층에서는 거꾸로 63%가 동의했다(비동의는 31%).

이런 조사 결과가 말하는 바는 뚜렷하다. 중국을 둘러싼 모든 이슈에 정치가 깊숙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쿠데타 이후 윤석열과 극우세력이 들고나온 혐중 선동의 결과 혹은 ‘반작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 사회의 대(對)중국 정책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해석되고 좌우될 가능성이 높게 됐다. 이것이 공동체에 이로운 일일까?

“반중 악용하는 세력 있다” 67% 동의

어쩔 수 없이 ‘정치의 눈’으로 예민한 문항을 살펴보자. 〈그림 7〉은 말하자면 ‘혐중 테스트’ 문항들이다. ‘국내에 있는 중국인은 추방해야 한다’와 같이 극단적인 문항도 포함됐다. 모든 문항에 대해 ‘동의한다’가 절반을 넘지 않는 가운데 정당 호감층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명동과 대림동 등에서 벌어지는 반중 시위는 정당하다’라는 진술에 대해 국민의힘 호감층의 62%가 동의한 반면, 민주당 호감층에서는 24%, 조국혁신당 호감층에서는 17%만 동의했다. 진보당 호감층의 동의가 46%로 다소 높은데, 표본 숫자가 적은 만큼 이번에는 해석을 유보한다.

‘국내 중국인을 추방해야 한다’라는 진술에 대해 전체의 21%만 동의했지만, 국민의힘 호감층에서는 35%가 동의했다. ‘중국인 범죄자는 더 엄히 처벌해야 한다’라는 진술에 동의한 응답자는 전체의 34%였지만, 국민의힘 호감층에서는 무려 50%가 동의했다. 국회 3분의 1 넘는 의석을 가진 제1야당 지지층의 절반이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만 특별히 더 엄히 처벌하자는 데 동의한다는 건, 국민의힘 정치인의 시각에서도 당황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정당 지지와 함께 눈에 띄는 변수는 극우 성향과 반공주의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등 몇 가지 문항에 동의한 이들을 추려 ‘극우 성향 집단’으로 분류했다. ‘북한에 대해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라는 데 동의한 이들은 반공주의 집단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그림 7〉에서 보듯 극우 성향과 반공주의 집단에서 일관되게 ‘혐중 수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극우-반공-혐중’이 하나의 세트가 되어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 만연한 ‘반중 정서 자체’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그림 8〉은 이와 관련된 문항들이다. ‘과도한 반중 정서는 한국의 국익에 손해를 줄 수 있다’라는 데 70%가 동의했다. 다음 질문이 중요하다.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나 언론이 반중 정서를 이용하거나 확대하고 있다’라는 문항이다. 여기에도 67%가 동의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된 혐중 정서는 일부 세력이 조장한 것이다’라는 질문에도 54%가 동의했다.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이 반중 정서를 악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었다.

이런 여론은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진 정치인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균형 잡힌 입장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응답이 72%로 압도적이었다. 중국에 비판적인 정치인이라는 응답은 15%였고, 중국에 우호적인 정치인이라는 응답은 5%였다(〈그림 9〉).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반중의 입장을 취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들은 다수가 아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중국인 추방’ ‘중국인 범죄자 더 엄히 처벌’ 등에 모두 동의하는 이들을 묶어 ‘혐중 집단’으로 분류한 뒤 이들과 나머지 여론의 차이를 살펴보면 어떤 지형이 발견될까?

그 결과가 〈그림 10〉이다. 조사팀이 규정한 ‘혐중 집단’의 규모는 전체의 약 7%였다. 규모가 작은 만큼 전체 평균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혐중 집단과 ‘그 외 집단’의 차이가 뚜렷해지는 결과가 나왔다. 예컨대 ‘중국인 관광객 방문 증가가 상호이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진술에 그 외 집단에서는 49%가 동의했지만, 혐중 집단은 7%만 동의했다. ‘과도한 반중 정서는 한국의 국익에 손해를 줄 수 있다’라는 진술에 대한 혐중 집단의 동의는 ‘0%’였다.

이들은 특히 가짜뉴스임이 명백하게 밝혀진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계엄 당일 주한미군이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라는 가짜뉴스에 대해 혐중 집단의 절반 가까운 47%가 “사실이다”라고 믿었다. 이 가짜뉴스는 이미 최초 보도한 매체 스스로 ‘오보’임을 자인한 사안이다. ‘화교 또는 중국계 복수국적자가 한국에서 판사(법관)로 활동하고 있다’에 대해서도 혐중 집단의 68%가 사실이라고 응답했다. 이 역시 화교 또는 중국계 판사가 없다고 대법원이 공식 해명한 사안이다.

‘혐중 집단’ 7%의 세계

반중 정서는 어쩌면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해 시시각각 경제적·군사적으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할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반중을 기치로 혐오 정서를 자양분 삼아 세력을 키우고, 공동체에 해가 되는 정책을 지지하는 집단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 선두에 선 이가 윤석열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쿠데타 이후 윤석열이 반중이라는 우물에 혐중이라는 독을 뿌렸다”라고.

남아 있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공동체의 우물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음 호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국제정세 인식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일시: 2025년 11월 4~5일

* 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 모집단: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 표집틀: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5년 11월 기준 전국 96만 3097명)

* 표집 방법: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 표본 크기: 1000명

* 표본오차: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3.1%포인트

* 조사 방법: 웹조사(휴대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을 통해 URL 발송)

* 가중치 부여 방식: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5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 응답률 : 27.6%(총 4171명에게 발송, 3627명 접촉, 1000명 최종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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