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1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업무상과실치사상과 명령 위반 혐의를 받는다.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4개월의 수사 끝에,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임 전 사단장을 지목했다. 〈시사IN〉이 입수한 특검 공소장에는 “임성근 전 사단장이 안전조치를 강구하기보다는 주로 언론 홍보를 의식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작전 수행을 강조함으로써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으로 하여금 ‘허리 깊이 입수 지침’ 등 과도하고 무리한 작전 지시를 감행하도록 유발했다”라고 담겼다.
2년 4개월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는 위태로웠다. 당일 보문교 부근 내성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에 나섰던 해병대원들은 “깊은 곳이 아니어도 자주 휘청거렸다” “강 수심이 오락가락해서 계속 긴장하며 수색했다”라고 같은 날 해병대 수사단에 진술했다. 그리고 그 작전에 해병대 1사단 포7대대 소속 채 아무개 일병(순직 이후 상병으로 추서 진급)도 투입됐다. 2003년생 채 상병은 그해 3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2023년 7월19일은 그가 입대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보문교 인근 도로에서 하천 쪽으로 내려가는 유일한 길목 입구에는 ‘이곳은 수심이 깊어 위험하므로 수영을 금지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채 상병 특검 수사 결과, 그 무렵에는 사고 발생 위험이 더 컸다. 집중호우로 많은 물이 내성천으로 유입되면서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졌다. 산사태로 인해 흙과 돌, 나뭇가지, 오물 등으로 강물이 혼탁해져 수중 상태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수색 작전 첫날이던 2023년 7월18일, 채 상병이 속한 포7대대와 포11대대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도로를 정찰하거나 강 주변을 살피며 실종자를 찾았다.

다음 날인 2023년 7월19일, 수색 방법이 바뀌었다. 장 아무개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대위)은 전날 밤 9시50분 채 상병을 포함한 포7대대 본부중대 부대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내일 7대대 총원 허리까지 강물 들어갑니다’라고 지시했다. 구명조끼나 로프 같은 안전 장비는 구비하지 않았다. 당일 현장에 있던 간부들에게는 이렇게 지시했다. “사단장이 올 때가 됐으니 물에 들어가는 시늉이라도 좀 내달라.”
이날 오전 9시경, 채 상병은 뭍에서 가장 먼 하천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수색 중이었다. 생존 해병들이 해병대 수사단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그때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땅이 꺼졌다. 채 상병 바로 옆에 있던 병사의 목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나가기 위해 수영을 해봤지만 물살이 너무 강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동료 병사의 눈에 살려달라고 외치며 발버둥 치는 채 상병이 보였다. 채 상병을 포함해 물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던 병사까지, 해병대원 5명이 순식간에 급류에 휩쓸렸다.
“힘 빼!” “숨 쉬어!” “배영 해!” 강물에 빠진 병사들을 향해 동료들이 소리쳤다. 병사 두 명은 자력으로 헤엄쳐서, 두 명은 간부가 구조해서 무사히 물가로 나왔다. 그런데 남은 한 명, 채 상병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11시간 뒤인 2023년 7월19일 밤 10시30분쯤, 소방 드론 화면에 빨간색 티셔츠가 잡혔다. 그 뒤 소방대원들이 하천 가장자리 물가에서 의식을 잃은 채 엎드려 있는 채 상병을 발견했다. 심정지 상태였다. 해군포항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인 2023년 7월20일 오전 2시13분 사망진단을 받았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사건 초기부터 줄곧 수중 수색 지시를 부인했다. 현장 지휘관들과 부대원들의 증언은 달랐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의 사흘간 기록 바탕으로, 임 전 사단장의 명령에 따라 수중 수색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추적했다.

■ 사고 이틀 전, 2023년 7월17일
2023년 7월17일 오후 8시, 채 상병을 포함한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부대원들이 하나둘 작전지 인근인 경북 문경시 숙소에 도착했다. 부대원들은 출발 전 구체적인 임무에 대해 아무런 지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평소 대민 지원 나갔을 때를 떠올렸다. 피해 가옥을 복구하는 등의 임무를 예상하고 삽, 마대, 장갑, 갈퀴, 곡괭이 정도의 물품을 챙겼다.
지시는 예상과 달랐다. 2023년 7월17일 오후 10시11분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대대장들과 주요 간부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포병 간부 대화방)에 처음으로 ‘실종자 수색’ 임무가 전파됐다. 최선임 대대장이었던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중령)은 “내일 과업은 실종자 수색 위주 시행, 한천과 석관천 물가 위주 수색, 사단장님 강조 사항 1. 복장 통일 철저(하의 전투복, 상의 적색 해병대 체육복, 정찰모/체육모 절대 안 됨) 컴뱃셔츠 안 됨. 사단장 현장 지도 시 복장 점검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 사고 하루 전, 2023년 7월18일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대령)은 당시 실종자 수색 등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 투입된 관할 부대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해병대 1사단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없었다. 2023년 7월17일 합동참모본부는 육군 제2작전사령관에게 해병대 1사단을 작전통제하라고 명령했고, 제2작전사령부는 경북 예천을 관할로 둔 육군 50사단에 해병대 1사단을 작전통제하라고 지시했다. 요컨대 문병삼 전 육군50사단장(소장)이 지시를 내리면 박상현 전 여단장이 따르는 구조였다.
2023년 7월18일 오전 5시30분경, 박상현 전 여단장은 1일 차 실종자 수색 작전을 시작하기 전 회의를 열고 각 대대장들에게 ‘장화를 지참해 수변 끝까지만 가고 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지시했다. 곧이어 오전 5시51분, 최진규 전 대대장은 포병 간부 대화방에 ‘장화들 지참하고 수변 끝까지만 가고 절대 물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재강조되었습니다’라는 지침을 전파했다.
그때 포병 간부 대화방에는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성근 전 사단장의 지시 사항이 계속 올라왔다. 주로 복장 통일 지시, 언론 공보 지침이었다. 오전 6시39분 최진규 전 대대장은 “사단장님 지시: 얼룩무늬 스카프 총원 착용. 쪼개는 얼굴 표정 안 나오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시간여 뒤인 오전 7시21분, 장 아무개 전 포병여단 작전과장(소령)은 “언론 접촉 시 유의/당부 사항, (···) 라. (장병) 히죽이거나 웃는 모습 지양, 위 내용은 사단장님 강조 사항임”이라고 이야기했다.

지시 사항 전달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 임성근 전 사단장은 직접 수색 작전 현장을 돌아다녔다. 그는 수색을 재촉했다. 오전 9시20분 이 아무개 포3대대 9중대장(대위)은 작전 시작 전, 수변과 하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임 전 사단장은 이 대위에게 다가가 “왜 병력 투입하지 않냐! 빨리 투입해!”라고 질책했다. 한 시간 뒤쯤인 오전 10시30분경, 박상현 전 여단장에게 ‘실종자 시신 1구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보고받고부터는, 구체적인 수색 방식에 대한 설명 없이 ‘바둑판식’ 수색 방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철수 지침까지 무시했다. 현장 작전통제권을 가진 문병삼 전 사단장은 오후 2시59분 ‘기상 상황을 고려해 육군 부대는 오후 3시경 전면 철수하니, 해병대도 철수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임 전 사단장은 해당 철수 지침을 보고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중단하면 안 된다. 종료 예정 시각인 오후 4시30분까지 계속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이날 포병대대 부대원들은 기상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 전 사단장의 지시에 따라 수색 작전을 지속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특히 포병부대를 다그쳤다. 박상현 전 여단장은 오후 4시 최진규 전 대대장에게 임 전 사단장이 질책한 내용을 전달했다. 최 전 대대장이 “장화부터 허벅지까지 움푹움푹 들어간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박 전 여단장은 “아니 필요하면 더 들어갈 수도 있지. 내일은 국방부 장관님, 사령관님도 방문할 예정이다. 실종자 발견 가능성을 고려해서 더 전술적으로 정성껏 탐색하라”고 몰아붙였다.

이날 저녁 8시15분, 임성근 전 사단장은 화상회의를 열고 직접 수중 수색을 언급했다. “위에서 보는 것은 수색 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71대대가 (실종자 시신을) 찾은 것 아니냐”라며 더 적극적으로 실종자를 수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손을 가슴 높이까지 올려 “그리고 거기 내려가는 사람은, 그 장화 뭐라고 그러지”라며 가슴 장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때부터 포병 부대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후 9시 박상현 전 여단장은 따로 화상회의를 열고 “사단장님이 강조하신 대로 바둑판식으로 수색해라. (···) 포11대대장의 직접적인 행동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포병 부대를 콕 집었다.
박상현 전 여단장에게 지목받은 최진규 전 대대장은 30분 뒤인 오후 9시30분, 이용민 전 포7대대장 등을 불러 포병여단 자체 결산 회의를 열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지시했다. “다 승인받았다. 허리까지 들어간다.” 특검은 이 지시로 포병여단 간부들이 “현장 상황에 따라 수중, 수변 구별 없이 물속에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수색 활동을 해야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허리까지 물에 들어가서 수색하라’는 지시는 이후 이용민 전 대대장을 거쳐 채 상병의 직속상관인 장 아무개 본부중대장을 통해 본부중대원들에게 전파됐다.

■ 사고 당일, 2023년 7월19일
임성근 전 사단장은 전날에 이어 작전 2일 차에도 현장 방문을 예고했다. 전날 포병 부대는 임 전 사단장의 질책을 받은 상황이었다. 오전 5시24분 최진규 전 대대장은 일찍부터 “CG(임성근) 조우 시 어제 여러분께 이야기드린 것처럼 지휘통솔이 되고 있다는 모습과 제대별 본 수해 작전에 엄중함이 느껴질 수 있도록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오전 6시20분 이용민 전 대대장도 박상현 전 여단장에게 “(사단장이) 물속에 좀 들어가 있는 거 보려면 간방교 일대(포7대대 13중대 수색 구역)로 가면 될 거 같다”라고 나섰다.
두 대대장뿐만 아니라 채 상병이 소속된 포7대대 본부중대 해병대원들도 사단장의 방문을 의식해 ‘물속에 허리 깊이까지 입수해 적극적으로 수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채 상병도 오전 8시45분부터 수중 수색을 시작했다. 채 상병의 동료는 “나중에 아토피에다 수영할 줄 몰라서 물을 싫어했다고 들었다. 우리한테 그걸 말도 안 하고 징징대지 않고 선임들과 간부들이 들어가니 자기도 들어왔다”라고 진술했다.
채 상병 특검은 “안전조치를 강구하기보다는 ‘허리 깊이 입수 지침’ 등 과도하고 무리한 작전을 감행한 피고인들의 공동의 업무상 과실”로 보고 임성근 전 사단장과 함께 박상현 전 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장 아무개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12월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가 이들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한다. 특검 관계자는 “임성근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업무상과실치사상을 다투는 주요한 쟁점 중 하나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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