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3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0월23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중단하면 안 된다. 종료 예정 시각인 오후 4시30분까지 계속 수색하라.” 11월10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구속기소 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작전 첫날이던 2023년 7월18일 철수 지침을 보고받고도 무리한 수색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날인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던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시사IN〉이 확인한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 공소장에 따르면, 1일 차 수색 작전일인 2023년 7월18일 오후 1시30분경,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와 함께 포3대대·포11대대는 수색 구역 일대에 폭우가 내려 작전을 지속하기 어려워지자, 폭우를 피해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는 해병대 1사단에 대한 호우 피해 지역 작전통제권이 없었다. 2023년 7월17일 합동참모본부는 육군 제2작전사령관에게 해병대 1사단을 작전통제하라고 명령했고, 제2작전사령부는 경북 예천을 관할로 둔 육군 50사단에 해병대 1사단을 작전통제하라고 지시했다.

현장 작전통제권을 가진 문병삼 전 육군50사단장(소장)은 2023년 7월18일 오후 2시59분 ‘기상 상황을 고려해 육군 부대는 오후 3시경 전면 철수하니, 해병대도 철수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해당 철수 지침을 보고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중단하면 안 된다. 종료 예정 시각인 오후 4시30분까지 계속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이날 해병대 포병대대 인원들은 기상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 전 사단장의 지시에 따라 수색 작전을 지속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4시30분 임성근 전 사단장은 포병부대 숙영지를 방문해 신 아무개 포병여단 군수과장(대위) 등에게 “오늘 7여단에서 실종자를 1명 찾았는데 포병도 (실종자를) 찾았으면 좋겠다. 실종자를 찾으면 14박15일 휴가를 줄 테니 대원들을 독려하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밤 8시15분에는 화상회의(VTC)를 열고,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 등 주요 간부들을 상대로 “실종자 수색 정찰 시 실종 지점에서부터의 확대 수색이 필요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수색 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슴장화 확보 등 수중 수색을 염두에 둔 지시를 연달아 내렸다. 다음날 2023년 7월19일 수색 작전에 투입된 채 상병은 오전 9시5분경 경북 예천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해병 특검은 “당일 강우가 지속돼 작전 구역의 위험성이 더 증가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임성근 전 사단장이 안전조치를 강구하기보다는 주로 언론 홍보를 의식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작전 수행을 강조함으로써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으로 하여금 ‘허리 깊이 입수 지침’ 등 과도하고 무리한 작전 지시를 감행하도록 유발했다”라고 공소장에 적었다.

11월10일 특검은 임성근 전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채 상병이 순직한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의 일이다. 특검은 사건 발생 당시 현장 지휘관 4명에 대해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가 이 사건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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