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1일 내란 특검에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21일 내란 특검에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환점을 돈 김건희 특검이 최근 수사팀을 재편했다. 두 개의 수사팀이 새롭게 구성됐다. 한 개는 신설됐고 다른 한 개는 기존 수사팀의 업무를 일부 바꿨다. 이들 수사팀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사를 지휘하는 특검보는 비(非)검찰 출신 인사가 맡고, 팀 구성원도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 및 파견 경찰관으로 구성되는 등 검사들의 참여가 배제되었다. 이번 수사의 주요 대상이 검찰, 그리고 검찰이 수사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최근 3대 특검의 수사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직 및 전현직 수뇌부로 향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윤석열 정부 당시 김건희씨의 부실 수사 의혹을 받는 검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채 상병 특검은 공수처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공수처장을 포함한 간부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이다. 내란 특검팀은 이전부터 비상계엄 검찰 파견 의혹과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 등으로 심우정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를 해왔다.

이번 3대 특검 수사의 배경에는 사정기관(검찰)은 물론 그 사정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공수처)마저 정권을 추종하면서, 권력 정점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이 마비됐다는 의심이 있다. 특검이 사정기관들의 수사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출범한 만큼 단순한 개별 사건 수사를 넘어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거쳐가야 하는 단계인 셈이다. 동시에 수사 난도가 높고 선입견 없는 공정한 수사가 핵심이 되어야 하는 등 특검의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 김건희 특검, 단서는 비화폰에

김건희 특검의 새 수사팀은 특검법의 제2조 1항 14호와 15호 대상 사건을 맡는다. 14호는 ‘공무원 등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직권을 남용하는 등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 은폐하거나 비호, 각 사건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을 교사했다는 의혹 사건’이고, 15호는 ‘조사 및 수사를 윤석열 또는 대통령실 등이 방해했다는 의혹 사건’에 대한 규정이다. 요약하면 특검 출범 전 사건을 맡았던 검찰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직무 수행 과정에서 권력의 압력은 없었는지를 수사하는 것이다.

이 규정들에 따라 1순위로 꼽히는 수사 대상이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24년 10월 이 사건 수사 개시 4년6개월 만에 김건희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수사팀은 김씨를 상대로 서면조사 두 번, 대면조사 한 번 하는 데 그쳤다. 특히 대면조사는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비공개로 출장 조사하며 ‘특혜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압수수색 영장도 한 차례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하자 재청구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시세조종을 알았다고 볼 만한 직접증거가 확인되지 않았고,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4월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고등검찰청이 김건희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적극 가담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수백 개를 확보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커졌다. 검찰이 이러한 자료를 이전에 확보하고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논란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탄핵 직후 결정적 증거가 발견된 점도 의심을 키웠다. 서울고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앞서 서울중앙지검의 판단과 정반대 결론을 내고 김씨 구속에도 성공하면서 검찰에 대한 의혹은 정점을 찍었다.

2024년 10월17일 조상원 당시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0월17일 조상원 당시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은 검찰의 당시 불기소 결정이 정당했는지, 그 판단에 상부 또는 대통령실 등의 외압이 작용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우선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전 반부패수사2부장, 김승호 전 형사1부장 등 당시 불기소 결정 과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직접증거 없이 의혹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강제성과 부당성,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돼야 하는데 수사 과정에서 의견 개진과 지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입증 문턱이 높다는 취지다.

단서가 없는 건 아니다. 김건희씨,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이의 비화폰 통화가 대표적이다. 2024년 7월3일 김건희씨는 자신의 비화폰으로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 두 차례 33분간 통화했다. 김씨가 주가조작 및 명품가방 수수 사건으로 검찰 조사(7월20일)를 받기 17일 전이었다. 김 전 민정수석과 심 전 총장은 검찰의 김건희씨 불기소처분(10월17일) 전인 지난해 10월10∼11일 비화폰으로 24분간 통화했다.

윤석열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은 김씨 조사 전날인 7월19일에 세 차례, 조사 직후인 7월21일 새벽에 두 차례 통화했다. 김씨 불기소처분 당일에는 여섯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시사IN〉 제924호 ‘김건희 수사 변곡점마다 꼬박꼬박 전화 받은 사람’ 기사 참조). 대통령 배우자와 검찰총장에게 비화폰이 지급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수사상의 주요 분기점에 민정수석-검찰총장, 민정수석-대통령 사이 통화가 이뤄졌던 것이다. 대통령실 차원의 수사 외압을 의심케 하는 정황증거인 만큼 이들이 비화폰으로 통화한 이유와 통화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이 특검의 수사 과제로 평가된다.

김건희 특검 수사의 불똥이 경찰로도 튈 수 있다. 11월4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씨 모친 최은순씨와 오빠 김진우씨를 국고손실 혐의 등으로 소환조사했다. 최은순씨와 김진우씨는 가족회사인 ESI&D를 운영하면서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등을 주도했다. 특검은 ESI&D가 2011~2016년 양평군 공흥리 일대 아파트 개발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여러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한다.

2022년 대선 당시 불거진 이 의혹은 경찰이 수사했다.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은 2023년 김진우씨 등 5명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최은순씨는 관여 정황이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양평군과 김건희씨 일가의 유착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를 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처럼, 만약 특검이 이번 공흥지구 개발사업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최은순씨를 기소할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경찰이 대통령 장모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 공수처 겨냥한 채 상병 특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채 상병 특검은 11월28일 수사 기간이 만료된다. 그런데 채 상병 특검은 후반기에 접어들어 수사를 확대 중이다. 대상은 공수처다. 특검은 현직 공수처 수장인 오동운 처장을 지난 11월1일 피의자로 소환조사하면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검의 공수처 대상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된다.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지연했다는 의혹,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했던 공수처 소속 검사의 국회 위증 의혹, 마지막으로 이 위증 혐의 수사를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 등이다.

특검은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를 고의 지연했다는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은 앞서 공수처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하면서 “2024년 6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윤석열 관련) 압수·통신영장을 결재할 수 없다’며 영장 청구를 강행하면 자신이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같은 해 1월 처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김선규 전 공수처 수사1부장검사에 대해서는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채 상병 사건 관계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나왔다.

송창진 전 검사와 김선규 전 검사는 모두 윤석열과 근무연이 있는 ‘친윤’ 검사로 꼽힌다. 채 상병 특검은 이들이 고의로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하려 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채 상병 특검법에는 ‘공수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과 관련된 불법행위’가 특검 수사 대상으로 명시되어 있다. 특검은 송 전 검사를 10월29일, 김 전 검사는 11월2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10월29일 채 상병 특검에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29일 채 상병 특검에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창진 전 부장검사와 관련한 고발 사건도 수사 대상이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해병대 수사 외압 건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을 했다. 송 전 부장검사가 변호사 시절이던 2021년 대리한 인물 중 한 명이 이종호 전 대표였고, 당시 변호한 사건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송 전 검사는 공수처에 근무한 이후 채 상병 수사를 맡게 됐으면서도 1년 동안 직무회피 신청을 하지 않았고, 국회에서 이를 “몰랐다”라고 설명하면서 위증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검은 공수처가 송창진 전 검사에 대한 위증 혐의 고발 접수 이틀 만에, 무죄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팀은 이 보고서가 이재승 당시 공수처 차장검사와 오동운 처장에게 차례로 보고된 정황도 포착하고 두 사람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오 처장과 송 전 검사, 김 전 검사 모두 “정당한 수사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충분히 해명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내란 특검 수사선상에

내란 특검은 다른 두 특검보다 이르게 검찰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심 전 총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30분 열린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했다. 회의 직전 심 전 총장은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과 통화했다. 특검은 이 정황을 두고 대통령실-법무부-대검찰청의 역할과 연락 내용 규명을 수사 중이다.

특검은 우선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하고 그를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왔다. 그러나 9월 청구한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보강이 필요해졌고, 심 전 총장 관련 수사도 미뤄졌다. 특검은 9월 초, 심 전 총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9월21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지만 이후 별도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그 밖에 특검은 심 전 총장이 올해 3월 법원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 직후 검찰총장으로서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민단체가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넘겨받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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