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탄핵을 기다리던 올해 초, 절반은 취재 목적, 절반은 악취미 활동으로 극우 유튜브를 종종 시청했다. 여러 인상적인 영상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유튜버가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항변하다 울먹이던 순간이다. 평소 온갖 혐오 표현을 일삼으며 ‘쎈캐’를 자랑하던 그 유튜버(현재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를 동요시킨 단어는 다름 아닌 ‘화교’였다. 극우 유튜버들 사이 내분이 일어난 가운데 누군가 그를 중국인 출신으로 몰아갔고, 그는 그 루머를 가장 못 견뎌 했다.
자신의 출생지를 걸고 ‘1억원 내기를 하자’라며 발끈하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가장 강한 혐오의 키워드는 ‘중국’이 되었구나. ‘공산당’ ‘종북’ ‘빨갱이’에 이어 ‘화교’ ‘중국인’ ‘짱깨’ 딱지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모욕적인 욕설이 되었구나.
왜 그렇게 됐을까. 2021년 6월 이오성 기자는 ‘반중 정서 리포트(〈시사IN〉 제717호)’를 보도했다. 한국리서치와 함께 대규모 웹조사를 벌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던 당시 이미 반중 정서는 넓고 깊이 퍼져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관련 뉴스 카테고리를 분류하자면 ‘국제’ ‘외교’ 분야에 가까웠다. 적어도 한국 사람들끼리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다.
4년이 지났다. 지난 조사와 같은 형식으로, 좀 더 추가된 질문을 붙여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키워드는 ‘혐중’이다. ‘반대’와 ‘혐오’는 크게 다르다. 중국을 둘러싼 모든 이슈에 국내 정치가 깊숙이 들어왔다. 이제 중국 이야기를 할 때 한국 사람들끼리도 목에 핏대를 세우고 싸울 준비를 한다. ‘극우-반공-혐중’이 하나의 세트로 연결됐다. 이번 조사 설계·분석에 함께 참여한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반중이라는 우물에 혐중이라는 독이 뿌려졌다”라고 말한다. 그 디테일이, 이번 커버스토리에 담겼다.
기사에 분명 이런 댓글들이 달릴 것이다. “‘반미’ ‘반일’은 되고 ‘반중’은 안 되냐?” “‘반중’ 하는 거지 ‘혐중’ 하는 게 아니다!” 조사팀이 설정한 ‘혐중’ 테스트 문항은 다음과 같다. ① ‘중국인 대상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에 동의 ② ‘중국인 범죄자는 다른 외국인 범죄자보다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에 동의 ③‘ 국내에 있는 중국인은 추방해야 한다’에 동의 ④ ‘과도한 반중 정서는 한국 국익에 손해를 줄 수 있다’에 부동의. 이 네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이들은 특정 집단의 나쁜 행동과 그 영향을 ‘반대’하는 사람인가, 특정 집단에 속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 일원을 ‘혐오’하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시사IN〉 기자 화교설, 〈시사IN〉 중국 자본설 같은 것도 퍼질 것이다. 울먹이지도, ‘1억원 내기’도 할 생각이 없지만 피하지 않고 계속 지켜는 볼 생각이다. 수집·추적·분석해서 ‘혐오’의 뿌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증오하는 마음의 위력에 조금이라도 타격을 입히는 것. 우리는 그런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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