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박정훈은 외딴곳에 있고, 이종섭은 호주에 있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의 수해 대응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폭우가 쏟아진 2022년 8월8일, 서울 신림동 빌라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불어난 물 때문에 숨졌다. 이들은 119에 수차례 연락했다. 신고가 많았던 탓에 구조가 여의치 않았다. 이튿날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 같은 말을 했다. 대통령실은 반지하 앞에 우산을 쓴 채 쭈그리고 앉은 대통령의 모습을 카드뉴스로 만들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현장 과일값, 농산물 가격은 왜 이렇게 널뛰는 걸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3월5일과 3월6일, 두 가지 통계가 발표되었다. 하나는 3월5일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3745달러로 1년 전보다 2.6% 증가했다(달러 기준). 2022년에 7.4% 줄어들면서 타이완에 20년 만에 역전된 바 있는데, 1년 만에 타이완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국민총소득이 늘었다니 기분은 좋은데, 실제 체감이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다.다른 하나는 3월6일에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 최고책임자의 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산아제한 ‘표어’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 요즘 아이들은 ‘이해 불가’ 표정을 짓는다. 한 반에 60명이 넘고 과밀학급 때문에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누던 내 세대의 기억은 너무 먼 과거가 되어버렸다.0.72명. 2월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합계출산율이다. 저출생 문제를 다룬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는 이 수치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숫자인지를 간단한 계산으로 보여준다.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면, 자녀 세대는 총 36명으로 줄어든다. 이 합계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되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의사들의 이야기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근무지 이탈로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절이 하 수상해,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자료를 찾아 읽었다.히포크라테스 하면? 의학의 아버지다. 과학적·합리적 의술의 대명사로 통한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모으고자 했다. 의학 자료를 최대한 긁어모은 〈히포크라테스 전집〉도 그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시대, 당대의 의학 지식을 모은 전집에 당시 가장 유명했던 의사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히포크라테스 혼자 쓴 게 아니다.의학 드 ‘민생’이 만능 치트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사람마다 입에 잘 붙지 않는 단어가 있다. 나에겐 ‘민생’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별로 어려운 한자(民生)도 아니고, 뜻(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 자체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민생이라는 단어를 쓸 일이 별로 없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다’는 국어사전 예문처럼, 너무 옛말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 수도 있겠다. 혹시나 해서 여태 쓴 기사에 ‘민생’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썼나 검색해봤더니, 남의 말을 인용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 같은 경우를 빼놓고는 기사에 그 단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일상어 느낌이 적어서 세월호 10주기, 이태원 유가족들이 울고 있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시사IN〉 종이책만 보는 독자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1월7일부터 〈시사IN〉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사진기자 넷이 전국 각지에 있는 ‘세월호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가며 매일 한 명씩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다. 올해가 세월호 10주기다. 10년 전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이면, 꼭 100명을 만나게 된다.100명의 사진과 100명의 말. 이 기획을 시작할 때, 박미소 사진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지금껏 언론에서 보여준 ‘유가족’ 이미지는 눈물을 흘리거나 디올 백이 ‘국가적 보존 가치 있는’ 대통령 선물?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요즘 여권 인사들, 말 참 꼬이겠다 싶다. 방어는 해야겠는데, (내가 보기에는) 말하는 사람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말을 해야 하니….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이야기다.최근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선물 관련 규정이라고 해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찾아 읽었다. 제2조를 보면,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국민(국내 단체를 포함한다)으로부터 총선 앞 ‘업무보고 전국 일주’, 그런 나라 또 있나요?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2024년은 선거의 해다. 총선·대선이 예정된 나라가 많다. 일일이 헤아리기에 너무 많다. 고맙게도 지난해 말 〈타임〉이 집계했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최소 64개 국가에서 큰 선거를 치른다. 2024년에 전 세계 인구의 약 49%가 투표장으로 향할 예정이다.‘슈퍼 선거의 해’ 2024년의 문을 연 선거는 1월13일 타이완 총통 선거다. 양안 관계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선거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맞붙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 선거 미국과 한국에서 언론 압수수색 이후에 벌어진 일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검찰의 언론사·언론인 압수수색 문제를 다룬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다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떠올랐다. 캔자스주의 매리언 카운티에서 벌어진 일이다. 매리언 카운티 경찰이 지역언론 〈더 매리언 카운티 레코드〉 사무실과 편집·발행인 집을 압수수색했다. 직원 7명이 근무하고 4000부가량 발행하는 작은 언론사다. 이 매체가 한 식당 주인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게 압수수색의 이유였다. 이 식당에서 열린 정치 행사 취재를 두고 업주와 매체가 갈등을 겪어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 매체가 한 시의원으 대통령과 법무부의 두 ‘결심’, 납득이 가나요?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연말 연초, 두 사건이 눈에 띄었다. ‘결심’ 시리즈다. 먼저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전 검찰총장(윤석열)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과 관련해 서울고법이 선고한 취소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판사 사찰’ 문건 작성·배포와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등의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2021년 10월, 1심은 징계가 유효하다고 봤다. 2022년 5월, ‘김건희 리스크’를 키운 건 여권이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2023년 12월28일, 이른바 ‘쌍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흔히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으로 부르는 법이다. 법안이 통과되자 대통령실은 법안이 이송되는 즉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진작부터 예견된 수순이다.여권은 ‘총선을 겨냥한 악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김건희 특검법은 느닷없이 등장한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처음 발의한 게 2022년 9월이다. 국민의힘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그러다가 2023년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의 1심 판결이 났 정치인 한동훈, 개와 늑대의 시간은 끝났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해가 진 직후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 낮과 밤의 경계를 이르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이맘때가 시사주간지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통상 마감일의 다다음 주 화요일이 발행일로 찍힌다(일종의 주간지 ‘유통기한’이다). 이번 호의 발행일은 2024년 1월2일. 이번 호가 신년호다. 다른 매체들이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 시사주간지는 새해와 관련한 아이템을 준비해야 한다. 신년호 기획으로 무엇을 내보낼까. 두세 달 전부터 고민스러웠다.2024년은 총선이 치러지는 해다. 윤석열 정부 2023 올해의 인물 ‘박정훈 대령’, 그의 봄을 기다린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올해의 인물. 매년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의 무기명 투표와 토론을 통해 선정한다. 올해는 의견이 빨리 모아졌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다.2023년 7월20일. 해병대 1사단 소속 채 아무개 상병이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했다. 장병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무리한 수색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안타까웠던 그 사건이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의 일상을 뒤흔들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사를 맡은 그는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법대로’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 사건을 인계한 날, 그는 이 나라의 능력자는 검찰에만 있나?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인사가 만사다. 인재를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걸 잘 풀리게 한다는 뜻이다. 방통위원장에 검사 출신을, 그것도 7월에 적임자라며 권익위원장에 앉힌 사람으로 ‘돌려막기’ 하는 인사는 어떤가. 12월6일 방통위원장에 내정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말이다.‘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읽어보았다. ‘제1조(목적)’는 이렇다.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 ‘롤드컵’과 ‘엑스포 유치전’을 복기하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게임은 11월19일에 끝났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팀 T1이 우승했다. ‘롤’의 ‘ㄹ’ 자도 모르는 입장에서 보기에 신기했다. 이번 대회 온라인 누적 시청자 수가 약 4억명에 이른다니, 그 숫자에 놀랐다. 왜 서울 광화문광장에 1만5000명 관중이 모이고, 결승 티켓은 10분 만에 매진되고, 암표 가격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지.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그리고 6년 만의 우승이라 더 열광하는 것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게임 마니아’ 이상원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그 소년소녀가장과 노란봉투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가족돌봄 아동’과 ‘소년소녀가장’. 뒤의 말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정부는 2014년부터 공식 문서에서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이름을 지웠다. 변진경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고서야 알았다. 왜 그랬을까. 아동에게 가장의 역할을 부여하는 게 정서적 아동학대일 수 있다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아동은 돌봄의 주체가 아니라 돌봄의 대상이어야 하므로, 소년소녀가장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문제는 그다음이다.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용어가 있을 때 취약 아동을 발굴·지원했던 시스템 중 은행을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그 청년의 말을 듣고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김동인·주하은·박미소 기자가 영국·미국의 ‘금융 이해력’ 교육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금융이 발달한 두 나라에서는 학교 혹은 비영리단체에서 어떻게 금융 교육을 할까?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그 취재의 결과물이다.2021~2022년 동안 국내에서 했던 취재가 쌓여 이 기획을 하게 되었다. 부채 문제를 취재하던 김동인 기자가 2021년 초에 금융 상담 현장에 있는 전문가에게 ‘악성 채무 문제로 찾아오는 청년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불법 사기대출 피해가 많았다. 혹시 ‘작업 대출’이나 ‘내구제 대출’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메가 서울과 R&D 예산, 대통령의 소신은 무엇인가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쯤 들었던 ‘캐나다 멀로니 총리’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캐나다의 보수당이 1988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집권 후 멀로니 총리는 세제 개혁을 통해 제조업에 한정했던 부가세를 모든 업종으로 확대했다. 누적된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세제 개혁 2년 뒤인 1993년 총선에서 멀로니 총리의 보수당은 단 2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당시 자유당은 연방부가세 철폐를 공약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집권 후 장 크레티앵 총리는 나중에 이 공약을 폐기했다. 재정적자를 우려해서다. 1997년 캐나다 재 ‘김포 서울 편입론’을 말하기 전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얼마 전 개인 용무로 충남의 한 도시에 1박2일 머물러야 했다. 숙소에 차를 대고 저녁을 먹으러 걸어 나왔다. 식당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대학 앞을 찾았다. 동행했던 큰애가 말했다. “서울하고 달리 여기 되게 한적하네요.” 인구 10만의 소도시. 제법 큰 상가에 불이 꺼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의 그 길을 다시 걸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그 상가를 지나다 뒤늦게 알아차렸다. 불이 꺼져 있었던 게 아니라 폐건물이었다. 밤이라 몰랐다. 서울·수도권을 오가는 버스터미널 근처의 건물이 비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뜻밖의 아 웹조사로 살펴본 대한민국 검찰 인식 지형도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10월26일, 검찰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과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의 전직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한 기자는 〈경향신문〉을 퇴사해 다른 언론사를 다니고 있다). 압수수색에 나선 곳은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 1부장). 이날 압수수색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관여했던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보도와 관련이 있다. 검찰은 이 보도가 2021년 10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