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제작의 풍경. ⓒ시사IN 신선영
〈시사IN〉 지면 제작의 풍경. ⓒ시사IN 신선영

SNS에서 ‘유료 신문·잡지 공짜로 보기 꿀팁’을 전수하는 글을 봤다. 이런저런 방법을 쓰면 국내는 물론 해외 유료 매체를 따로 돈 내고 구독하지 않아도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로 지면 편집본의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는 거였다. 해외 매체 디지털 구독료로 매달 얼마간 지출하고 있는 나부터도 유료 매체 소속인의 본분을 잊고 ‘이 방법 써볼까’ 혹할 뻔한 정보였다. 비법 전수 글 아래에는 “좋은 정보 공유하겠다” “진짜 필요했는데 감사하다” 유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십분 이해한다. 빠듯한 생활비에 콘텐츠 구독료라도 아끼고 싶은 소비자 마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다행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종이 위에 편집된 뉴스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구나.’ 매일, 매주, 매달, 매년 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종이 매체 콘텐츠 공급자인데 그 수요가 확인될 때마다 점점 더 꽃 본 듯이 반가워지고 있었다. 소심해졌다는 거다. 아무도 관심 없는 일에 매진하고 있을까 봐.

문제는, 수요자가 있어도 그 수요자의 행위가 공급의 동력을 지워나가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다. 모두가 공짜로 본다면, 즉 매체로 독자의 구독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퀄리티 페이퍼’는 정부나 기업의 돈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유지할 재간이 없다(애초 그런 것들을 ‘퀄리티 페이퍼’라 부를 수도 없다). 그러니 위와 같은 ‘꿀팁’이 전수되면 될수록, 꿀팁은 꿀팁이 아니게 될 것이다. 부실해진 뉴스 콘텐츠를 보기 위해 굳이 비법을 전수할 필요가 있겠나.

매주 시사주간지 한 권을 만들어내는 마감 전쟁을 치를 때마다 새하얗게 탄 구성원들과 스스로를 목격한다. 그 연소의 땔감은 때론 열정이고 때론 격무, 과로 같은 것들이다. ‘번아웃’ 되더라도 내가 발생시킨 열정의 효용을 체감하면 다시 땔감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열손실이 커지는 느낌이다. 분명 뜨겁게 태우긴 했는데, 거기에서 발생한 열에너지가 어디로 얼마나 갔는지 확인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취재’해서 나온 글(사진·그림·영상), ‘고민’해서 만든 글, 다듬어진 글. 무엇보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온 글. 이것들이 가진 가치를 여전히 믿는 일은 요즘 같은 세상에 망상이고 몽상일까? 인간의 열정과 고생(전문용어로 삽질)은 과연 어떤 가치와 효용이 있을까? 뉴스 유통 플랫폼의 독과점, AI 콘텐츠 시대, 종이 매체의 소멸···.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무능한 뉴스 콘텐츠 생산자로서 해결하지 못한 질문이 너무 많다.

하지만 점점 또렷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열정’ 하나만 갖고는 그 무엇도 지속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스스로도 회피하고 싶던 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염치를 버린 채 눈 질끈 감고 한마디 질러보겠다. 좋은 뉴스를 보고 싶으면 유료 구독을 해주세요. 그래야 공급이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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