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를 둘러싸고 정세가 격동하고 있다. 3월16일과 2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며 스스로 선언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로 미·중 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유럽 등 동맹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남·북·미·중의 전략적 이해 속에서 외교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새 정부는 어떤 국내 여론 지형을 마주하고 있을까?
〈시사IN〉은 북·미·중·일에 대한 감정온도를 물었다. 중국에 대한 감정온도가 22.1로 가장 낮았다(〈그림 1〉 참조). 뒤이어 일본(25.3), 북한(28.6), 미국(55.9) 순이었다. 감정온도는 개인 혹은 집단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0은 매우 부정적인 감정을, 100은 매우 긍정적인 감정을 의미한다.

반중 정서는 한국인들 사이에 고르고 넓게 퍼져 있었다. 성별, 이념, 지지 정당 등이 따로 없었다. 이번 〈시사IN〉의 20대 대선 웹조사 중 많은 문항에서 극적인 차이를 보였던 20대 남성(9.1)과 여성(13.7) 사이에도(〈시사IN〉 제759호 ‘20대 남녀의 투표 전쟁, 아프냐? 내가 더 아프다’ 기사 참조) 격차가 크지 않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차이가 세대에서 나타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반중 정서가 짙어졌다(〈그림 2〉 참조). 중국에 대한 20대의 감정온도(11.3)는 전체 평균의 절반, 60대 이상(30.2)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중국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과는 반대로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60대 이상(60.4)이 친미 정서가 가장 강했고, 이어 20대(59.4), 30대(55.1) 순이었다.

중국에 더 강경한 태도 보이라는 여론
이어서 한국이 북·미·중·일에 어떠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의 견해와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입장을 10점 척도로 물었다(〈그림 3〉 참조). 0에 가까울수록 각 국가에 적대적인 태도를, 10에 가까울수록 우호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한국이 가장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 국가는 중국(3.9점)이었다. 이어 일본(4.1점), 북한(4.7점), 미국(6.6점) 순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대선 기간 적극적으로 반중 정서를 공략했다. 1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며 중국인을 문제 사례로 언급했다. 같은 날 ‘사드 추가 배치’ 한 줄 공약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2월25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전략인 ‘3불(‘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편입’ 불추진)’ 입장에 대해 “그런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라며 비판했다.
시민들은 거센 반중 정서만큼이나 중국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여론은 이재명 후보가 중국을 우호적으로 대하고 있다고(6.1점) 평가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 후보에 비해 낮지만, 여론의 기대보다 중국에 우호적(4.4점)이라고 봤다. 3월25일 윤 후보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상호 존중과 협력의 정신으로 한·중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반중 정서’를 자극하며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에 훨씬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 지형과 마주하고 있다. ‘상호 존중과 협력의 한·중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미국을 대하는 두 후보의 태도에 관해선 평가가 갈렸다. 이재명 후보가 여론의 기대보다 미국에 적대적인(5.1점) 반면 윤석열 후보는 우호적(7.1점)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동맹에 관해서는 합의 수준이 높았다(〈그림 4〉 참조). 한·미 동맹이 유지·강화되어야 한다는 질문에 77.8%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미 동맹을 축소·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은 10.5%였다.

한국이 북한에 취해야 할 입장은 적대적인 태도(4.7점)에 가까웠다. 이재명 후보는 북한에 우호적(6.7점)이고, 윤석열 후보는 적대적(3.1점)이라고 평가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은 팽팽히 대립했다(〈그림 5〉 참조). 제재를 중심으로 한 압박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42.4%, 지원을 중심으로 한 대화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40.9%였다. 북한을 향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가 나뉜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보고 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는지를 물었다. 윤 후보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는 응답(35.7%)이 좋아졌다는 응답(31.3%)보다 많았다. 26.2%는 별 영향 없었다고 답했다(〈그림 6〉 참조).

조사 일시:2022년 3월11~14일
조사 기관:한국리서치
모집단: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표집틀: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2년 2월 기준 전국 75만여 명)
표집 방법:지역·성·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표본 크기:2000명
표본오차: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집오차는 ±2.2%포인트
조사 방법: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가중치 부여 방식:지역·성·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2년 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응답률(협조율):조사 요청 9699명, 조사 참여 2533명, 조사 완료 2000명(요청 대비 20.6%, 참여 대비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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