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오랜 취재원이다. 김보민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이사장은 18년간 경기 부천, 군포 지역에서 아동청소년 돌봄·복지 활동을 펼쳐왔다. 사각지대에 웅크린 아이들 이야기가 궁금하면 늘 그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네트워크도 강력하거니와 돌봄 사각의 작은 징후와 틈새도 놓치지 않는 그의 관찰력 덕분에 여러 번 취재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아이들의 언어를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아이들이 ‘불쌍하다’ ‘안쓰럽다’ ‘외롭다’는 감상과 정황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 기억을 전할 때 아이들이 했던 말과 지었던 표정은 어떠했는지를 낱낱이 기억하고 세상에 전해준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 가족들의 늦은 귀가로 방과후 늘 혼자 집에 있어야 했던 초등학생 5학년 철수(가명)에게 “아기 때 이야기 좀 해줘”라고 했을 때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저요, 엄마 아빠가 저를 할머니네 집에 데려다 놓았어요. 그래서 너무 슬퍼서 말을 안 했어요. 할머니네 집 앞에서 시냇물만 보고 있었어요(본문 8쪽).”
아이의 기쁨과 슬픔을 함부로 뭉뚱그리거나 진단하는 대신 작가는 가만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 구체적인 장면을 오랫동안 기억해주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지역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아동 돌봄 사업들을 꾸려나갔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밥 굶는 아이들을 위해 푸드트럭을 몰고 나가고, 내친김에 아동청소년 전용 식당 '밥 먹고 놀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작가는 가정과 학교에서 외면받은 아이들에게 온기 있는 헝겊원숭이(1940년대 한 심리학자가 벌인 새끼 원숭이 실험에서 유래한 단어. 철사로 만들었지만 우유가 나오는 어미 원숭이 모형과, 헝겊으로 만들어졌고 우유는 나오지 않는 어미 모형을 두었을 때, 새끼 원숭이들은 우유를 먹을 때만 제외하고 늘 헝겊 모형 쪽에 붙어 있었다) 정도의 존재라도 되어주고자 노력했다. 그 분투와 결실, 좌절과 희망의 기록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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