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방화’라는 단어로 뉴스를 검색해본 적 있는가? (다짜고짜 물으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주간지 기자로 일하면 일주일 내내 수상쩍고 기상천외한 검색어를 입력할 수밖에 없다.)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의 강력범죄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사건은 많이 접하지만 왠지 방화는 좀 낯설게 들린다. 다행히 사상자가 없을 경우 크게 주목받지 않을뿐더러,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의 특성상 그 원인을 밝혀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날마다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방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상대에게 앙심을 품고, 망상에 사로잡혀서…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
2012년 11월12일 밤 10시41분, 미국 버지니아주 어코맥 카운티에서 “데니스 드라이브에 있는 빈집에 누군가 불을 질렀다”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날 밤에만 화재 신고가 두 건 더 들어왔다. 그리고 그 후 5개월 동안 총 86번이나. 2013년 4월1일 방화 용의자들이 붙잡힌 이후 〈워싱턴포스트〉 기자이자 작가인 모니카 헤시는 어코맥 카운티에서 몇 달씩 머물며 사건을 재구성한다. 한 페이지짜리 짤막한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적는다. “정답이 있을 만한 사안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단서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희망, 가난, 자존심, 월마트, 발기불능, 스테이쿰(소고기를 얇게 저민 냉동식품), 모의, 그리고 미국. 종종 우리를 낙담케 하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미국.”
마치 그날, 그 시간에 방화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다. 공범 중 한 명과 수십 시간을 인터뷰한 데다 100명이 넘는 마을 사람과 공무원, 소방대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왜 불을 질렀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뀐다. 방화가 자주 일어나는 곳은 어떤 사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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