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동그란 케이크가 있다. 세 명이 이 케이크를 똑같이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 대부분 자동차 회사 벤츠의 삼각형 로고를 떠올릴 것이다. 쉬운 문제다. 하지만 인지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무척 어려운 문제다.
아동정신과 의사인 미야구치 코지 박사는 일본 의료소년원에서 근무하며 만난 아이들 상당수가 케이크를 삼등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받는다. 아이들은 일렬로 평행선을 긋거나 사등분을 하기도 했다. 귀찮아서 혹은 반항하기 위해서 아무렇게나 선을 그은 게 아니었다.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 잡혀온 아이들이 진지하게 한숨을 쉬며 거듭하다 내린 최선의 결론이었다. 미야구치 박사는 자신의 눈앞에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하는 지금까지의 교정 교육을 시행해봤자 대부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것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케이크를 제대로 나눌 수 없는 소년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경험했을지,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도 알 수 있었다.”
소년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교정시설에 들어가 살펴본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현실 앞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니 마땅한 대가를 받고 진심으로 뉘우쳐야 한다”라는 말은 ‘희망’에 가깝다.
그러면 현실과 희망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아이들을 대하는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결국 모든 사람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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