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은전은 〈비마이너〉 연재 글에서 자신이 해온 일을 설명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썼다. 13년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교사로 일했던 그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그런 일의 기쁨이 무엇인가요?” 스스로도 만족스럽고 듣는 사람도 이해했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은 야학을 그만두고 7년 뒤에야 찾아왔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졌다고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웃음이 났어요. 세상이 다르게 보였어요. 다시 태어난 것처럼.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사는 게 하나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았어요.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었냐고요? 전부 다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그런 사랑, 해보셨을 거잖아요?” 일순간 좌중의 눈이 반짝였다. ‘알죠, 그런 마음!’
〈그냥, 사람〉을 읽고 나서 받았던 충격이 떠올랐다. 정말 이상한 책이었다. 책 속에는 온통 고개를 돌리고 싶은 얘기뿐이었다. 뒤틀린 육체, 갇혀 있는 삶, 비뚤어진 세상을 직시하는 시선은 불편했고, 주저함 없이 탈시설을 주장하는 맑은 시선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도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아니,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줄어드는 페이지가 몹시 아쉬웠다.
당시에는 저자가 굉장한 글쟁이여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그가 써내려가는 담백한 문장은 좋은 쌀로 잘 지은 밥 같았다. 밥이 맛있으면 어떤 반찬을 곁들어도 훌륭한 식사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얼마 전 〈비마이너〉 연재 글을 읽은 뒤 그게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때 내가 받았던 충격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매료되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사랑은 시선 속에 담긴다. 자꾸만 그리로 눈길이 향해 상대의 고유성을 읽어내고, 희미한 반짝임을 눈치 채고, 결국 그가 가진 아름다움을 알게 되고 만다. 홍은전은 그런 것들을 모아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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