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얼마 전이었으니 이런 이야기를 해보자. 한글을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어린 백성’을 생각하는 왕의 ‘애민정신’이 가장 큰 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요인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려시대 지식인들이 그 시기 국제도시였던 베이징에 머물면서 다양한 표음문자를 접했던 경험이 조선시대 한글 창제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다.
요즘 이런 주장을 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한글 창제에 중국이 영향을 미쳤다니, 불쾌해할 분들이 꽤 있을 거다. 어떤 역사·문화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접한 두 나라가 서로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가설은 상식적이지만, 반중 정서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이는 ‘금기’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음식, 명절 등에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공유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간장과 된장. 중국 남쪽은 콩을 찐 후 낱알 그대로 발효시키고 한국과 중국 동북쪽은 메주를 만들어 발효시킨다. 저자는 이런 공통점과 차이를 알아가는 것이 ‘중국을 읽는 힘’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부제는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이다. 저자는 “중국을 우리의 경쟁국으로 보지 말고 커다란 플랫폼으로 바라보자”라고 제안한다. 넓고, 수많은 사람이 사는 중국이라는 플랫폼에서 우리가 어떻게 뛰어놀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지적 욕구가 왕성한 저자는 중국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종횡무진 풀어냈다. 다소 현학적이지만, 기존 국제관계 담론에서는 접할 수 없는 성찰이 담겼다.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과거 다국적기업의 금융 컨설턴트로 홍콩, 도쿄, 베이징 등에서 일하다가 어느 순간 생태와 농업 문제에 눈을 떴다. 광저우에서 대학교수인 중국인 아내와 살며 국제 민간교류를 주선하는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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