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어느 가을날, ‘젊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해하기 위한 신경해부학적 배경’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다듬던 한 신경과학자의 손이 멈칫한다. 정상 대조군으로 찍은 가족들의 뇌 스캔 사진 속에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뇌 모습을 띤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보조연구원이 사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한 장이 섞인 거라고 생각한 그는 모든 기록을 다시 점검하게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처음부터 아무런 실수도 없었다. 그 뇌 스캔 사진의 주인공은 나였다.”
성공한 신경과학자이자 의대 교수인 저자 제임스 팰런은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일상에서도 남부러울 게 없는 자신이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사이코패스의 정의부터 다시 파고든다. 결론은 이렇다. “사이코패스는 마치 예술과 같다. 정의할 수는 없지만, 보면 안다는 말이다.”
그는 자신이 왜 범죄자가 되지 않고 오히려 뛰어난 커리어를 일굴 수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다 어느 날 정원에 놓인 삼발이 의자를 보고 ‘세 개의 다리’ 이론을 떠올린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진 자가 범죄자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 전측두엽의 저기능, 둘째 전사 유전자(공격성 유전자) 등 고위험 변이 유전자 여러 개, 셋째 어린 시절의 감정적·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 그는 자신이 헌신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범죄자의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뇌 과학을 설명하는 부분도 제법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조금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라고 정의 내렸을까? 답은 책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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