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익숙하지만 공공의료 분야 취재를 막 시작할 무렵 여러 차례 다시 확인했던 숫자가 있다. 5%. 한국에서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민간병원이 대부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공공병원이 이 정도로 적을 줄이야. 기사 초고를 넘긴 뒤에 이 수치가 맞느냐고 편집팀에서 확인 전화가 오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아파서 병원을 간 적은 많지만 공공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기억은 없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 의료계 종사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워낙 적으니 공공병원에서 일해본 경험 자체가 한정적이고, 접점을 만들 기회가 없으니 의료인들에게도 공공병원이라는 일터는 꽤 낯선 곳이라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21년부터 〈매거진 ○○(공공)〉을 펴내고 있다. 2023년 12월15일 발행된 제5호의 주제는 지방의료원이다. Disparity(격차)라는 부제가 붙었다. 코로나19 유행 때 감염병 전담병원을 담당했으나 경영난에 빠진 현 상황과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지방의료원 본연의 역할을 모두 내포한 중의적 표현이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는 중증장애인 치과가 있다. 국립재활원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에게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치은염과 치주질환이다. 신체장애인은 몸이 불편해서, 정신·발달장애인은 구강위생에 대한 인지도가 낮거나 통증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치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는 몸부림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치료해야 한다. 경북 칠곡에서 수원까지 오는 환자도 있다.
영월의료원은 진폐병동을 운영한다. 강원도 영월과 정선 등지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탄광지역이었다. 한때 산업역군으로 불리던 광부들이 이 병동에서 진폐증 치료를 받는다. 진폐증은 완치 개념이 없는 질환이라 장기 입원하는 환자가 많다. 그래서인지 함께 실린 사진 속 병동의 모습은 일반 가정집을 닮았다. 〈매거진 ○○〉은 지방의료원의 구석구석을 비추었을 뿐인데, 이 잡지를 읽고 나면 예전에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어떤 이들의 삶까지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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