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찾아 읽다 날짜를 확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최근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다. 10~20년 전 기사인데 어제 쓴 것 같다. 언론 보도에 ‘좌편향’ 딱지를 붙이는 공세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쟁탈전도, 야당일 땐 '언론의 자유'를 외치다가 여당이 되자 가짜뉴스 척결 투쟁을 벌이는 정치권도 새롭지 않다. 외양만 바뀐 채 언론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언론에 대해 계속 말한다는 것은 냉소를 극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양극화한 정치 지형을 탓했다가, 어떤 날은 개별 언론인의 윤리 문제였다가, ‘역시 미디어 환경이 달랐다면’ 하는 탄식으로 이어지는 무한궤도에 갇혀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데 해결은 난망한, 피로해지기 딱 좋은 이슈다. 답 없는 고민이 이어지던 차에 책을 펼쳤다.
영미권 언론학자 세 명이 내놓은 ‘선언’은 통렬하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저널리즘 제도는 소멸할 것이라는 경고다. 전 세계 곳곳에서 반자유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엘리트가 등장했지만 저널리즘의 언론 규범은 현실과 동떨어졌고 수용자들은 일찌감치 등을 돌렸다. 엘리트, 규범, 수용자 세 가지 열쇳말에 주목해 저널리즘의 신뢰 하락을 분석한 점이 새롭다. 저널리즘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개혁과 혁명 두 갈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출 권력의 반민주적 행태를 더욱 선명하게 비판할 것인가(개혁), 저널리즘이 배제해온 집단을 포용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혁명).
저널리즘의 여러 대안 중 눈에 띄는 것은 ‘다양성을 전제하는 뉴스룸’과 ‘다양한 정보원의 목소리에 기반한 뉴스’다. 뉴스가 그간 외면해온 공동체를 확장하고 수용자와 접점을 늘려가자는 제안이다. 언론 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포착해낸다. 다시 한번 냉소를 가다듬고 저널리즘이 처한 위기를 헤쳐 나가려 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
한국은 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나라가 되었을까 [기자의 추천 책]
혼란스러운 여름이다. 수해 피해부터 초등교사의 죽음, 흉기 난동 그리고 잼버리 사태까지 모두 어딘가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구석을 담고 있지만 좀처럼 사회적 의제가 되지 못하고 손에...
-
살인은 복잡하다, 거짓과 연민 때문에 [기자의 추천 책]
여름, 추리소설의 미덕은 스피드다. 뇌를 가동하는 데도 에너지가 든다. 에너지를 쓰면 열이 난다. 그러니 최대한 뇌를 절전 모드로 해두고 별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이야기...
-
조력 사망은 어떻게 이뤄지나? [기자의 추천 책]
저자 스테파니 그린은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이다. 캐나다가 ‘의료 조력 사망(MAiD)’을 허용한 2016년, 업을 바꿔 캐나다 최초 조력 사망을 수행했다. ‘조력 사망’이라고 쓰는...
-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기자의 추천 책]
세 사람이 등장한다. 어릴 적 피아노 영재였지만 교통사고 후 삶의 의미를 잃은 한국계 이주민 여성 피비,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신학대생이었지만 믿음을 잃은 뒤 새로운 길을 찾는 윌,...
-
정치가 언론을 혐오할 때 [미디어 리터러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 보도를 언급하며 이와 같이 말했을 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한참 어...
-
헌법재판소가 궁금하다면 [기자의 추천 책]
1988년 헌법재판소가 출범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만 있고 재판관도 청사도 직원도 예산도 없는, 실체 없는 조직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전신인 헌법위원회를 아는 법조인들은 ...
-
뉴스레터 ‘뉴닉’이 피자 파티를 연 이유 [미디어 리터러시]
‘뉴닉’은 2018년 12월 뉴스레터 서비스로 시작한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현재 뉴스레터 구독자 58만명, 앱 누적 사용자 30만명을 확보했다. 다섯 달 전인 7월8일, 뉴니커(뉴...
-
“듣똑라조차 유지가 안 된다니…” [미디어 리터러시]
〈중앙일보〉의 뉴스 콘텐츠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마지막 방송을 최근에야 봤다. 2019년 ‘2030 세대의 시사 친구’를 내세우며 시작해 특히 여성 청년...
-
과몰입과 무관심 사이, 선거보도 영역 넓히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꼭 물어본다. “선거 시즌인데, 뭐 재미난 거 없어?” 보수정당이 대구에 내리꽂기 공천을 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진보정당의 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간...
-
매일같이 함께 뉴스를 봐준 당신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또 하나의 시도를 접는다. ‘오뜨밀’이라는 데일리 시사 라디오 겸 유튜브다. 이전에 한번 이 지면에서 말한 적 있듯(〈시사IN〉 제822호 ‘뉴미디어 PD가 라디오를 하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