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2021년 6월3일 목요일

스무 살 이후로 쭉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점이나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보건증이 필요했다.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 동네 보건소를 종종 찾았다. 코로나19 이전 나에게 보건소라는 곳의 경험은 딱 거기까지였다. 5월25일부터 4박5일간 안산시 상록수보건소에서의 취재가 결정됐을 때 ‘출장 기간이 너무 긴 거 아닌가’ 생각했다. 보건소가 K방역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은 선별진료소 정도에 그쳤다.

큰 착각이었다. 첫날 방문한 백신접종센터부터 정신이 없었다. 예진실과 접종실을 통과하면 백신 보관창고가 나왔다. 밖에서 수많은 노인들이 접종을 마치는 동안 창고 안에서 간호사 두 명이 해동된 화이자 백신을 끊임없이 주사기에 나눠 담았다. 보건소 1층 콜센터에는 백신접종 예약과 이상반응 신고를 위한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사무실 한쪽에서는 이상반응 피해보상 서류를 내러 온 민원인을 상담했다. 2층의 감염병대응팀 직원과 역학조사관들이 종일 확진자 동선을 파악했고, 청소 노동자들은 층층마다 계단 손잡이며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소독약품으로 자주 닦아냈다. 보건소 안팎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 촘촘히 엮여 있었다.

문득 코로나19 이전의 보건소 풍경이 궁금했다. 상록수보건소 건강증진과 박규금 과장은, 보건소는 “어디에나 있지만 없으면 곤란해지는 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당뇨·고혈압 교육, 치매 예방사업부터 자살예방센터 운영까지 지역민의 건강과 관련된 수많은 일을 보건소가 담당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이 본연의 업무를 병행하며 코로나19 대응을 해왔다.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전쟁 같은 1년여를 보낸 직원들은 인터뷰 도중 여러 번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슈퍼맨이 되어야 했던 그들의 노고를 4박5일 일정 속에서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영상 보러가기(예고편): https://youtu.be/h3Ih--DTyro

기자명 최한솔 PD 다른기사 보기 soru@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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