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 솟구치는 산에서 중남미 사회의학으로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입춘, 경칩, 춘분이 지나도록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봄의 전령사가 도착했다. 백련사 동백도, 산동마을 산수유도, 화엄사 홍매화도 그 주인공이 아니었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황사와 미세먼지야말로 한반도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진정한 전령사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1등이었다는 그날, 거리에는 다시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도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KF 94 마스크를 하나 꺼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열린 한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것이었다.포장지에는 커다랗게 ‘은나노’ ‘ 민생지원금 둘러싼 네 가지 쟁점 주하은 기자 정부·여당의 참패로 끝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키워드는 ‘민생’이었다. ‘대파 한 단 875원’ 발언으로 상징되는 윤석열 정부의 민생 실책으로 정부 심판론에 불이 붙었고, 국민의힘은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총선이 마무리된 현재 정국을 주도하는 키워드 역시 민생이다. 먼저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한 쪽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다. 4월1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생회복 긴급조치’를 공식 제안했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민생지원금)’을 골자로 한다. 이 대표는 “말로만 민 새를 찾아보세요 당신의 아파트에서 김연희 기자 아파트는 삭막한 도시의 상징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자연이 꿈틀대는 탐험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새를 관찰하는 탐조인(探鳥人)들에게 그렇다. 인공화된 도시에서 아파트 단지는 작은 숲 구실을 한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살아간다. 아파트는 인간만의 보금자리가 아니다.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탐조책방’은 국내 1호 탐조 전문 독립서점이다(제823호 ‘새 관찰이 처음이라면 탐조책방을 찾자’ 기사 참조). 2021년 4월 문을 열었다. 책방 주인이자 생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박 프랑스에서는 4월이 되면 ‘세입자 퇴거’가 늘어난다, 왜? 파리·이유경 통신원 3월31일, 지난 5개월 동안 프랑스 세입자(임차인)에게 적용된 ‘동계 퇴거 중지 기한’이 종료됐다. 프랑스의 독특한 임차인 보호법인 동계 퇴거 중지 기한법은 1954년에 처음 시행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 신부이자 빈민 구제 운동가로 유명한 ‘사제 피에르(Abbé Pierre)’의 주창에 따라 제정된 이 법은 최소한 동절기만은 강제 퇴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 법은 2014년, 3월15일까지였던 기한을 2주 늘리며 매년 11월1일부터 이듬해 3월31일 자정까지 적용되고 있다.이 법에 “이것도 인권이야?” 물을 때, 가장 먼저 답한 ‘공감’ 20년 [사람IN] 김은지 기자 ‘공감’이 20년을 맞이했다. 국내 최초로 공익 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비영리 변호사 단체다. 4명으로 시작한 공감은 현재 박영아(50)·김지림(35)·장서연(46)·조미연(35)·황필규(56) 변호사(왼쪽부터) 등 12명이 함께하고 있다. 첫발을 디딘 2004년은 다양한 인권 이슈가 태동하던 때였다. 장애·이주·성소수자 등 당시만 하더라도 인권 담론에 잘 들어오지 않던 사건에 공감이 나섰다.산업연수생 개념에 머물던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2007년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불이 나 구금돼 있던 이주민 10명이 ‘중립금리’ 상승이 미국 금리인하 미룰까 이종태 기자 미국의 일자리가 자꾸 늘어나는 바람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시름에 잠겼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에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내리지 않으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내리기 어렵다.지난 4월5일, 미국 노동부는 3월의 ‘농업 이외 일자리’가 전월(2월)보다 30만3000건이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2월의 3.9%에서 3.8%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연준의 정책위원들은 기준금리(4월 초 현재 5.25~5.5%)가 “2024년에 0.7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다 플라스틱 오염 없애는 ‘위대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오성 기자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날마다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고, 배달 음식 용기는 박박 설거지를 해서 내놓고는 했다. 웬만한 전자제품 설명서보다도 난해한 분리수거 매뉴얼을 붙들고, 하나라도 더 살려보겠다고 골머리를 앓았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필수, 가급적 새 옷도 사지 않으려 했다. 평범한 소비생활 속에서도 지구와 환경을 지켜보겠다는 선한 몸부림이었다.현실은 우리의 선의를 받쳐주지 못했다. 아무리 애써봐야 결국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대에 머물렀다(세계적으로는 9%에 불과하다). 우리가 분류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절약 경쟁’ 유통업, 미래는 어디에? 주하은 기자 3월25일, 유통 대기업 이마트가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1993년 창사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개별 점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은 있었지만,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확대한 적은 없었다. 이마트 측은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2013년 정점을 찍은 이래로 이마트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지난해에는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후 최초로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펴냄“한국인이 아는 영국은 잘못된 영국이 많습니다.”지은이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가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40년 넘게 영국에 살며 한국인의 눈에 비친 영국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영국과 유럽 문화에 대해 여러 매체에 기고했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은 서울의 어느 카페 소파 쿠션에도 있고, 머그잔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막상 영국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소감이다. 예를 들어 영국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렇다. 영국의 모든 법률은 북한은 왜 일본이 아니라 중국을 택했을까 남문희 편집위원 지난 3월20일 아시아축구협회(AFC)는 북한축구협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3월26일 평양에서 열기로 한 2026 북중미월드컵 일본과의 예선전 경기를 중립국 경기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말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 유입을 우려해서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일본 측은 회의적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보수 우파 정치, 이렇게 다르다 이종태 기자 지난 3월19일 일본은행(일본의 중앙은행)이 21세기 들어 최근까지 줄곧 유지해온 초저금리 정책을 폐지했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 전반을 강타할 극히 중요한 사건이다. 그 함의를 물어보기 위해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 이강국 교수를 만났다.일본은행이 3월19일 드디어 ‘마이너스 금리’와 ‘수익률곡선통제(YCC)’를 폐지했다.일본은행은 1999년 기준금리를 0%로 내렸고 2001년부터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2007년엔 기준금리를 0.5%로 올렸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인하했다. 2016년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려 올해 3 30년 만의 승리 선언, 그러나 불안한 미래 이종태 기자 “그렇다. 우린 모두 일본인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가 2019년 9월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키르케고르는 일본인이 아니다. 그가 활동해온 미국 등 서방국가의 당시 경제 상황이 일본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우린 모두 일본인’이란 강력한 수사로 표현했다.당시 일본의 경제 상황이 어땠기에? 1990년대 초반 ‘자산시장 거품’이 폭발한 이후 일본은 거의 30년 동안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1980년대, 일본의 가계와 기업은 빌린 돈으로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일본 경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4가지 통화정책 이종태 기자 일본은행이 지난 3월19일 폐지한 ‘마이너스 기준금리’ ‘수익률곡선통제(YCC)’ ‘질적완화’ 등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불린다. 왜 ‘비전통적’이라고 불리는지 해당 정책들을 짚어보자.양적완화가장 유명한 차입비용(금리)은,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기준금리다. 기준금리를 바닥으로, ‘돈을 돌려받지 못할 리스크’가 크고 만기가 길수록 차입비용이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10년 만기’ 같은 장기 차입비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금리는 기본적으로 단기 차입비용이다. 기준금리 자체가 은행들이 특정 순간의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초 또다시 고립 택한 북한 축구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북한과 일본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B조 4차전은 3월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3월20일 북한은 돌연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이 경기를 개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일본과 3차전(도쿄 원정)에서 0-1로 석패한 지 하루 뒤 일이었다. 16년 만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스스로 걷어찼다.일반적으로 경기 연기 요청은 전쟁이나 소요 사태, 악천후 등 선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할 때 이뤄진다. 북한은 홈경기 개최의 권리와 의무를 모두 갖고 있었다. 그러나 대체 장소 마련 등 의견도 내지 않은 독자와의 대화 시사IN 편집국 〈시사IN〉은 2021년부터 독자 리뷰단을 꾸려 최신 호 리뷰 원고를 받아왔다. 10명 내외의 독자 리뷰단 참여 독자들이 매주 보내주는 기사 비평문이 바로 이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다. ‘독자와의 대화’ 코너로 개편된 뒤, 독자 리뷰단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심동훈 독자에게서 대화 요청이 왔다. “독자 리뷰를 기쁜 마음으로 써왔는데 중단되어 너무 아쉽다.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라고 했다.심씨는 1997년생 청년이다. 창간호부터 〈시사IN〉을 구독해온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사IN〉을 읽기 시작했 팬데믹 ‘워프’ 통과하며 확 달라진 웹툰 생태계 박인하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 코로나19 팬데믹이 많은 걸 바꾸었다. 애초부터 바뀔 방향이었지만, 워프(공간 이동) 장치를 통과하듯 팬데믹이 그 거리를 줄여버렸다. 오프라인 연결이 끊겨버린 상황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경제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인 웹툰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회귀·빙의·환생(이하 회빙환)을 활용해 현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매회 독자들에게 쾌감을 안겼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토종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들은 편하게 웹툰을 구매했다. 이미 10년 넘게 축적된 사용자 경험은 팬데 위기의 엔씨소프트, 한국 게임산업의 길은? 이상원 기자 서구권에는 ‘한국인은 게임을 잘한다’는 인식이 있다. 해외 웹사이트에는 ‘한국어 닉네임을 가진 게이머가 혼자서 적을 학살했다’ ‘한국 서버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고수들이 가득했다’는 후일담이 떠돈다. 그런데 한국인 게이머에 비해 ‘한국 게임’의 명성은 세계시장에서 그다지 높지 않다.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전형적 한국 게임(또는 김치 게임)’이란 말을 악평으로 쓴다. 한국 게임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분야였다.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 숙의 민주주의 끝에 다가온 존엄사의 길 파리∙이유경 통신원 3월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조력사망법에 대한 계획을 밝혀 프랑스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18세 이상 성인이 중단기 사망선고를 받고 만성통증이 있는 불치병에 걸린 경우 ‘조력 사망’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초 신청 이후 이틀간 재고 기간을 둔 뒤 의료진의 공동 합의를 거쳐 조력 사망을 승인하는 식이다. 의료진은 양심의 자유에 따라 조력 사망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환자는 절차 중 통증완화제 투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마 “전공의 돌아오라” 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의 작심 발언 김연희 기자 3월17일 일요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한다는 정책이 발표된 이후, 주영수 원장은 발언을 자제하며 병원이 정상적 진료를 유지하게 하는 데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1개월이 넘어가고 급기야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사직서 제출 결의에 나서자, 의료계 내에 상당한 책임을 가진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서 ‘역할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밤을 고심하며 입장문을 작성했다.마이크 앞에 선 주영수 원장은 간곡한 어조로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의 이-팔 전쟁 그 후, 유럽에서 커지는 반유대주의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지난 3월2일 토요일 밤, 스위스 취리히 시내 젤나우 지역.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잡은 ‘츠바이테 악트(2. Akt)’, 즉 ‘제2막’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은 여느 때처럼 손님들로 붐볐다. 벽에 걸린 커다란 스크린 7개에서 스포츠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맥주잔을 손에 든 이들이 저마다 자기 팀을 응원했다. 넓은 창문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스크린에 눈을 고정한 사람들은 닫힌 창문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밤 9시35분을 막 지나던 시각, 음식점 안에서 창문 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훤히 보이는 인도에서 15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