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김진주 PD

2021년 6월24일 목요일

친구가 연인 관계에서 ‘가스라이팅’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가스라이팅이 뭐지? 검색해보니 ‘상황이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정서적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행위’란다. 그런데 ‘조작’이나 ‘조종’ 등의 단어를 어떤 무게로 보느냐에 따라 가스라이팅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에 따르면 ‘왠지 몰라도 결국 항상 그 사람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볼 수 있다.

가스라이팅의 판별 기준은 무엇일까. 인터넷에는 자신의 경험이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많다. 그중 하나를 각색해 정신과 전문의 세 명에게 직접 물어보고 그 답변을 영상에 담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폭언을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사준 액세서리가 실수로 끊어졌는데 ‘역시 나한테는 비싼 걸 사주면 안 돼’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을 발견했는데요. 제가 당한 게 가스라이팅인가요?” 의사들의 답은 뭐였을까?

신기하게도 세 명의 판단이 다 달랐다.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이 아니다, 가스라이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영상이 올라가고 ID ‘사라다’가 “대강의 느낌이 오면서도 판별하지는 못하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속 시원하게 궁금증을 해결해드리지 못해서 유감이다. ‘가스라이팅이다, 아니다’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내가 만든 영상의 결론이다. 학술적 용어가 아니라서 복잡한 인간관계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적용할 때는 전문가의 자의적 판단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세 의사가 각기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에 이르렀는지 들어보면 앞으로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은 〈시사IN〉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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