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8월24일 하남시 보건소 보건정책과 감염병관리팀이 광화문 집회 35번 확진자가 다녀간 덕풍동 사우나 건물을 방역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보건소 직원들이 있다. 시민의 눈엔 잘 띄지 않지만 탈진할 정도로 일하고 있다. 쏟아지는 민원 전화 대응, 건강관리 키트 제작 및 배포, 소독, CCTV 영상 판독, 확진자 이송 및 관리…. 실시간 재난 알림 문자를 전송하는 것도 보건소 직원들의 일이다. 8월24일, 경기도 하남시 보건소를 찾아 보건소 직원들의 하루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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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20분

보건소 건물과 선별진료소 사이로 전신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건물 3층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하남시 대책본부’ 사무실은 책상 30여 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보건소장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오전 9시33분

코로나19 극복 사업의 일환인 ‘슬기로운 알바 하남’으로 채용된 아르바이트 직원과 사회복무요원이 보건소 지하 1층에서 각종 비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손잡이가 달린 파란색 가방 안으로 소독액, 손 소독제, 스틱형 체온계, 불소, 마스크, 건강 관련 소식지, 실내 스트레칭 안내지 등을 넣는다. 자가격리자들에게 전달할 ‘키트’다.

오전 10시23분

선별진료소 간호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강모래 주무관(43)이 보건소 1층 진료실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강 주무관의 업무는 예약자 명단 제작, 격리자 이송 차량 배치, 검진에 필요한 의료 물품 준비 등이다. 그가 준비한 검체 채취용 봉투들은 예약 시간에 맞춰 실시간으로 선별진료소 안내소로 옮겨진다.

오전 11시10분

○○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한 예약자 40명이 순차적으로 검사를 받으러 오자 선별진료소가 바빠졌다. 이날은 예약자 외에도 많은 인원이 몰렸다. 박영일 간호사(52)는 “8·15 광화문 집회 이후 방문자가 하루 100명을 넘고 있다. 검체 채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행하지만 사실상 거의 24시간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이날 하남시 선별진료소에서 실제 검사를 마친 인원은 115명으로 집계됐다.

오전 11시50분

보건정책과 감염병관리팀 유재영 주무관(30)이 다급하게 레벨D 보호복을 챙겨 입었다. 조금 전에 확인된 하남 35번 확진자가 다녀간 사우나 시설을 소독하기 위해서다. 본래 건강증진과에서 금연
업무를 담당하던 유 주무관은 코로나19 이후 감염병관리팀으로 발령받았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업주에게 관련 지침을 설명한 뒤 소독 작업에 돌입했다. 목욕탕은 물론 찜질방과 식당이 있는 그 위층까지 모두 소독했다. 오후 2시쯤 유 주무관은 확진자의 다음 동선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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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40분

보건소 주무관 2명이 사우나 건물에 도착했다. CCTV 조사 담당자들이었다. 확진자는 해당 건물 1층의 이동통신 매장에 들렀다고 말했다. 주무관들은 매장 창고에서 녹화 영상을 면밀히 검토한 뒤 관련 사실을 메신저로 역학조사관, 감염병관리팀 등과 공유했다. 확진자와 대면한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 만난 시간 등을 살피던 주무관이 이동통신 매장 직원에게 통보했다. “지금 바로 집으로 가세요. 자가격리 대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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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30분

건강증진과 송성한 주무관(38)이 35번 확진자를 임시 격리시설로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다.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송 주무관이 구급차 문을 열고 대기하는 가운데 35번 확진자가 천천히 걸어와 차량에 탑승했다. 임시 격리시설은 현재 부족한 병상을 보충하기 위한 장소다. 이곳에 들어온 확진자들을 모니터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것 역시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다.

오후 4시30분

감염병관리팀 직원들의 손이 바빠졌다. 경기도청 소속으로 하남시 보건소에 파견된 정현준 역학조사관은 수시로 현장에서 전달되는 자료를 검토하느라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 뒤의 홍인영 주무관은 자가격리자 자료를 정리하며 말했다. “병상을 배정해달라고 호소하는 전화를 받을 때 가장 힘들다.” 통계 담당자는 오후 6시에 배포할 자료를 준비하고, 총괄 담당자는 역학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수시로 재난 알림 문자를 내보냈다.

오후 5시58분

구성수 보건소장을 사이에 두고 박은숙 보건정책과장과 박민영 감염병관리팀장이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저녁 7시 이후에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명단이 나올 것 같아요.” 35번 확진자는 8월21일부터 24일 사이에 여러 차례 사우나를 방문했다. 접촉자 중 상당수의 신원이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 상황.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초기 이후로 가능하면 확진자의 동선을 모두 노출하는 방식을 피하고 있다. 확진자의 신상 보호는 물론이고 업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보건소 직원들은 더 피곤해졌다. 시민들에게 통보할 필요가 없으려면,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는 말할 것도 없고 접촉자까지 선제적으로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35번 확진자의 경우처럼, 접촉자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우면 ‘재난 알림’ 등으로 확진자의 동선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하남시 대책본부는 35번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며 접촉자를 찾는다는 재난 알림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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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40분

하남시청 토지정보과 지적팀 서효숙씨(44)가 자가격리 중인 여성을 전화로 격려했다. 자가격리자 폭증으로 서씨 같은 시청 공무원도 업무 지원에 나서게 되었다. 서씨는 “지난번 관리 대상자가 GPS를 꺼놓아 놀란 적이 있어요. 주변 동료 중에는 약을 부탁받아서 가는데 그분이 소주도 함께 사달라고 했대요. 혼자 사는 분들은 전담 공무원 말고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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