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스위트 투스〉 시즌 1을 단숨에 정주행했다. 드라마는 정체 모를 감염병이 인류를 습격하고 10여 년이 흐른 뒤의 세계를 그린다. 문명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무리에 감염자가 끼어 있지 않을까 서로를 의심하며, 이성과 윤리는 수시로 작동을 멈춘다. 감염병 도래와 함께 태어나기 시작한 반인반수의 아이들(극중에서는 ‘하이브리드’라고 불린다)은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지목돼 사냥감이 된다. 근거는 없다.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스위트 투스〉 속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다르지만 팬데믹이 흔들어 깨운 인간 세상의 어두운 지점들을 극대화한 우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치사율이나 전파력처럼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특성 가운데 일부 조건이 달라지거나, ‘방역’이라는 수단을 쓰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감염병이 퍼져 나갔다면 우리의 문명도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았을까. ‘하이브리드’ 아이들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소수자 집단을 감염원으로 낙인찍고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일은 코로나19 유행 중에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돌이켜보면 방역에 성공한다는 것은 감염병으로부터 시민의 건강과 목숨을 지킨다는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명이 완전히 무너져 바닥을 드러내지 않도록, 그래서 인간이 인간다움을 지나치게 잃지 않도록 바이러스의 습격을 막아냈기에 1년 넘게 이어지는 감염병 대유행 시대를 비교적 안온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5월, 4박5일간 경기 안산시 상록수보건소를 찾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으로 기능하고 있는 보건소의 모습을 지켜봤다. 널널할 줄 알았던 취재 시간은 한없이 빠듯했다. 보건소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 업무는 업무대로 늘어나고, 원래 해오던 건강증진 사업이나 치매관리 사업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해 이어지고 있었다. 묵묵히, 하지만 바스러지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책임과 소명을 다해왔을 시간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몰라 기사를 쓰는 도중 여러 번 손을 멈췄다.
방역의 수혜는 우리 사회 곳곳에 미쳤다. 하지만 이를 위해 남들보다 무거운 짐을 져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예우가 돌아갈 때 우리는 감염병 위기에서 진정으로 문명을 지켜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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