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을 죄악시하는 이들에게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대표되는 정치권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이 통과되더라도 정치권의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정치권의 갈등은 거리로, 사회로 확산된다. 거의 매주 거리에서 열리는 집회는 정치권의 갈등을 확대 재생산한다. 정치권은 거리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거리의 갈등을 국가의 갈등으로 확대한다. 갈등의 악순환 구조다.현대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계급, 계층, 개인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 다툼이 모두 갈등이 되면, 그리고 갈등이 국가·사회·개인 르네상스 시대의 보물섬 찾기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16세기 초, 바스쿠 다가마와 알바레스 카브랄의 원정으로 인도 서해안에 대한 지배를 확고히 한 포르투갈은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해마다 후속 함대를 동쪽으로 파견했다. 이미 진귀한 향신료가 모여드는 집산지인 캘리컷과 스리랑카, 말라카(현 믈라카)를 차지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향신료 중의 향신료로 여겨지며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정향(Clove)과 육두구(Nutmeg)의 원산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육두구는 중세 이후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귀족들의 식탁에 올랐다. 자두 크기의 열매에 타원형 씨앗이 들어 있는데, 기다림의 미학 성실함의 가치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세상의 속도에 현기증이 난다. 노래 한 곡이 가진 생명력이, 유행어의 순환 속도가, 벼락 스타가 대중의 망각 속으로 흡수되는 시간이, 가끔은 너무 빨라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어제가 다르고 또 오늘이 다른 이 숨가쁜 속도는 금방이라도 세상 모두를 집어삼킬 듯 거세게 휘몰아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의외로 초연하다. 대부분 살고자 하는 의지로 어느새 그 속도에 적응하거나,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시류에 몸을 맡긴다.2017년 8월, 어딘가 수상한 제목 ‘담다디’로 데뷔한 10인조 보이그룹 골든차일드의 와이(Y)는 이러한 세상의 소모 놓치면 후회할 당대의 예술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이것만 준비하면 된다. 인터넷을 통한 시청이 가능한 환경. 다 됐으면 먼저 유튜브를 화면에 띄운다. 바야흐로 2020년대다. ‘짧아진 호흡’과 ‘영상’ 그리고 ‘모바일’, 세 요소만 고려해봐도 뮤직비디오가 당대의 예술이라는 점은 팩트에 가깝다. 요컨대, 음악을 바탕으로 창조된 3~4분짜리 영화인 셈이다. 여기, 내가 자주 찾는 예술적인 뮤직비디오 세 편을 공개한다. 지난 글(제642호)에 소개한 FKA 트위그스의 ‘셀로판(Cellophane)’ 못지않다.Mumford & Sons ‘Delta’ (Live From The O2) (2 ‘처녀성’이라는 단어 언제나 없어질까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미국 래퍼 티아이는 열여덟 살 딸에게 매년 ‘처녀성 검사(virginity test)’를 시킨다고 한다. 그가 팟캐스트에 출연해 한 말에 따르면 딸은 열여섯 살부터 산부인과에서 질주름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의사에게 확인을 받는다. “딸이 성인이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아버지에게 알려주려면 동의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듣고서는 딸에게 동의를 종용했다. 그는 이 모든 이야기를 스스로 방송에서 떠벌렸다. 방송 직후 여성단체는 물론 의료인들로부터 문제 제기가 쏟아졌고, 뉴욕 주의회는 처녀성 검사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이 에피소드는 어느 ‘데이터 3법’ 반대가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침체된 경제도 일으키고 복잡한 사회문제도 풀고 난치성 질환의 정복도 가져올 수 있는 만병통치약, 그 이름은 빅데이터.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빅데이터 ‘앓이’ 중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한목소리로 빅데이터만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다고 외치는 중이다. 그렇게나 갈등하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데이터 3법’ 통과에는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데, 공통적으로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련 기업이 사업 과정에서 인간은 언젠가 잉여 집단이 되리라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016년 3월, 알파고의 등장은 인간의 존재론적 지위를 뒤흔드는 대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이 제대로 음미되기도 전에, 정치인과 기업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치적 유행어 속에 알파고의 충격을 묻어버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그 실체가 명확해지기도 전에, 지난 수십 년 동안 개혁이나 개선을 바랐으나 번번이 좌절을 맛본 각계각층의 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 동원되었다. 경제계와 과학기술자들은 규제 철폐와 정부 간섭 최소화를 얻기 위한 수사로, 교육자와 예술가들은 창의력을 강조하기 위해 같은 용 ‘인류 멸망’인데 위로가 되네 김영화 기자 “우리는 지금의 불행을 SF의 렌즈를 통해 보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임원진을 인터뷰했을 때 대표인 듀나 작가가 했던 말이다. 그 문장이 다시 선명해진 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산불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5개월째 꺼지지 않는 불, 서울 면적의 100배 소실, 야생동물 10억 마리 폐사…. 폭염과 가뭄 등 이상고온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더 이상 SF의 주제가 아니었다.“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이승만의 후계자가 무슨 짓인들 못하랴 김형민(SBS Biz PD) 1954년 이승만 대통령 중임을 위해 개헌안을 통과시킨 사사오입 사태의 비화 하나로 얘기를 시작해보자. 원래 국회의원 한 명만 더 찬성했더라면 개헌안은 사사오입 따위 지저분한 과정 없이 깔끔하게 통과될 수 있었다. 당연히 개헌에 찬성하리라 여긴 한 명이 무효표를 내버렸어. 그는 한자를 못 읽는 일자무식이었다는구나. 그래서 자유당 지도부는 그에게 “네모가 있는 글자(可) 밑에 기표하시오” 하고 가르쳐줬는데 안타깝게도 네모는 부(否)자 밑에도 있더란 말이야. 이 여당 의원은 고심 끝에 가부 양란에 모두 기표를 했고 그 탓에 무효표로 처 대단한 사진가의 탄생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 공모전이나 전시작 공모 심사를 할 때마다 작품이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을 타듯 비슷한 소재를 찾아 비슷한 방식으로 촬영한다. 예술 ‘독창성’이 부족하다. ‘사진 스폿’에 떼로 몰려다니면서 촬영한 사진이 난무한다. 공모전 상금만 노리는 공모전꾼들도 등장했다. 여러 곳의 공모전을 똑같은 이름의 ‘작가’가 휩쓴다. 그래서 오늘날의 사진계를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라 부를 수밖에 없다.그런데 얼마 전 서울의 한 유명 아트센터 전시 작가 공모 작품을 심사하면서 사진의 저변 확대가 꼭 질 낮은 ‘작가’를 양산하기만 하 ‘최대의 압박’ 정책 ‘최악의 결과’ 낳나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새해 벽두부터 일촉즉발 전면전으로 치달을 뻔한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움직임이 일단 멈춰 섰다. 1월3일, 미국은 이란의 2인자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했다. 닷새 뒤인 1월8일, 이란은 이라크의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응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이란이 물러서는 것 같다”라면서 추가 군사응징을 자제했다. 미국인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는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언급하면서도 “평화를 추구하는 자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외교적 해결 “모든 폭력의 완성은 성매매였어요” 김영화 기자 카메라가 그림자를 향해 셔터 음을 냈다. ‘봄날(활동명)’은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다 문득 레이철 모런을 떠올렸다. “저도 레이철 모런처럼 얼굴 내놓고 멋있게 활동하고 싶은데 한국 사회가 참 어려워요.” 아일랜드 출신의 반(反)성매매 활동가인 모런은 10대 때부터 7년간 자신이 겪은 성매매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드 포,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이란 책을 냈다. 반(反)성매매 활동가인 봄날도 지난해 11월 자신의 생애사를 담은 책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냈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방지법은 성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의 멀고도 먼 ‘산재 요양’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며칠 전 어떤 분이 우리 과 외래로 근골격계 질환 산재 상담 전화예약을 했다. 근골격계 질환이란 우리 몸의 뼈, 근육, 연골 등의 질환으로 업무 때문에 발생하거나 악화되어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하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 환자는 처음에 산재병원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자 했는데, 산재병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관련성 평가 특진 시범사업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연고지 인근 민간병원인 우리 과를 소개했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2년 전부터 건설일용직, 보건의료업, 휴폐업 사업장, 물류 상하차 작업, 조리 종사자 등 일부 업종·직종의 페르시안 게임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미국의 욕심은 끝이 없고 유탄은 브라질이 맞는다? 이종태 기자 2018년 5월부터 사실상 무역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이 1월15일 ‘1단계 합의’를 체결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트위터를 통해 “워싱턴에서 중국 측 고위급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매우 크고 포괄적인(very large and comprehensive)’ 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단계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겠다”라고도 썼다. 구체적 시일은 밝히지 않았다.총구를 먼저 내린 쪽은 중국으로 보인다. 86쪽에 달하는 합의문의 세부 내용은 1월9일 현재까지 공표되지 않았 아파트 키드의 씁쓸한 추억 김문영 (이숲 편집장) 냄새는 많은 것을 환기한다. 어느 시간, 어떤 장소에서 맡은 냄새는, 그 냄새와 결합된 기억을 불러와 불시에 우리를 시간 여행으로 이끈다. 〈수영장의 냄새〉는 작가의 개인적 기억을 환기하면서(수영장 냄새는 아마 소독약 냄새겠지만 더 나은 환경을 위한 관리의 과정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아파트 키드로 대표되는 고도성장기의 30여 년 전 사회상을 소환한다.주인공 ‘민선’의 엄마는 늘 바쁘다. 집안 살림을 도맡으면서 증권과 부동산에 관심을 둔 엄마 덕에, 민선이네는 서울 변두리에서 갑자기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 대형 아파트 단지에 입 민중가요를 ‘불후의 명곡’으로 나경희 기자 노랫말도 멜로디도 처음 들었다.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 자욱한 최루 연기 넘쳐나던 날/ 그대는 빨간 머리띠 묶고/ 투쟁의 불꽃을 높이 올렸네.’ 김영복 ‘다음페이지’ 대표(49)의 대학 시절 애창곡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이다. “생각해보면 재밌는 가사예요. 최루탄 연기 속에서 누군가 건넨 손수건 한 장으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노래한 거잖아요.” 1992년 학생운동 노래패인 ‘조국과 청춘’이 발표한 이 노래는 당시 대학가 분위기를 반영했다. 전대협의 전투적인 학생운동 노선 대신 대중적인 학생운동으 을씨년스러운 ‘빈 캠퍼스’의 경고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SNS에서 표지사진 연출 논란. 팩트 체크! 현장 포착 맞습니다. 강원도 동해시 한중대 도서관. 폐교 뒤 방치된 캠퍼스. 학교를 잃은 학생들. ‘대학이 사라진다’ 커버스토리를 쓴 김연희 기자입니다.한중대에 주목한 이유?김동인 기자가 사전 취재. 김 기자도 현장에 가보고 놀랐다고.태권도학과 35명을 전수조사했는데.나경희 기자와 함께 군복무 중인 학생을 제외하고 거의 전부 연락. 정용문 학생회장 등을 통해 폐교 뒤 학생들의 행적 취재. 학생들도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며 적극 응하기도.이 기획을 한 계기?제632호 ‘빈집의 경고(빈 도시로 진학하는 학생을 격려하는 슬픔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6학년 담임의 연말 업무 중 하나는 중학교 배정 원서를 쓰는 일이다. 우리 학교가 위치한 도계읍에는 남중, 여중이 하나씩 있다. 아이들은 별도의 추첨 절차 없이 중학교에 진학한다. 나름 수월하게 보일지도 모르나 남모를 고민거리가 있다. 도시지역 중학교에 다니고 싶어 하는 학생이 꽤 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6학년은 4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중 한 명이 2학기 말에 전학을 갔고, 3명이 졸업 후에 학군을 옮길 예정이다.학교 선택은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이므로 교사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시골 탈출 정서를 발 “5·18 행불자 가족 전원 DNA 채취할 기회 줘야” 정희상 기자 “누구든 5·18 행방불명자(행불자)와 아픔을 나눌 순 있어도 그 한을 같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운남동에 사는 정호화씨(48)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인 1980년 5월20일 오후 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을 잊지 못한다.그의 아버지 정기영씨(당시 43세)는 당시 광주시 중흥동에서 어머니와 ‘왕대포집’을 운영했다. 마침 그날 가게 음식 조리용 석유곤로에 기름이 떨어지자 아버지는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아들 호화가 뒷자리에 태워달라고 졸랐다. 아버지는 “석유를 사온 뒤 태워주마” 하고 아들을 달랜 뒤 집주인 아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