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욕심은 끝이 없고 유탄은 브라질이 맞는다?
  • 이종태 기자
  • 호수 644
  • 승인 2020.01.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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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1단계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에 비해 중국이 너무 잃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중국 제조 2025’를 좌절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드러난다.
ⓒAP Photo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왼쪽)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8년 5월부터 사실상 무역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이 1월15일 ‘1단계 합의’를 체결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트위터를 통해 “워싱턴에서 중국 측 고위급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매우 크고 포괄적인(very large and comprehensive)’ 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단계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겠다”라고도 썼다. 구체적 시일은 밝히지 않았다.

총구를 먼저 내린 쪽은 중국으로 보인다. 86쪽에 달하는 합의문의 세부 내용은 1월9일 현재까지 공표되지 않았다. 주로 미국 측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따르면, 미국은 너무 많이 얻고 중국은 지나치게 잃었다.

먼저 관세부터 보자. 지난해 12월 초, 당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 상당에 대해서는 25%, 12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상품들에는 15%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15일부터 부과하겠다던 15% 관세의 대상(1600억 달러 규모)은 중국산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PC, 장난감, 의류 등이었다. 애플이 중국 현지에서 조립하는 아이폰을 미국으로 수입하면 15% 관세를 물게 되는 셈이다. 1단계 합의 이후에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16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15%’는 철회되었다(중국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철회). ‘12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15% 관세’는 7.5%로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25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25%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25%’는 향후 대(對)중국 협상에 내밀 미국의 카드로 사용될 전망이다. 더욱이 중국이 1단계 합의안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관세율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스냅백(snap back)’ 조항까지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1단계 합의문은 ‘환율을 조작하지 않겠다는 중국 측의 서약(pledges)’을 담고 있다. 미국 시장에 중국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기 위해 중국 위안화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를 검증하는 수단도 합의에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하락시키려면, 인민은행(중국의 중앙은행)이 위안화로 달러화를 대량 매입하면 된다. 이처럼 달러화 수요를 늘려서 그 가치를 상승시키면 위안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다만 인민은행이 추가 매입한 달러화는 외환보유고의 상승으로 반영된다. 미국 측은 인민은행 외환보유고 현황 등의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달받아 중국 측의 환율 조작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게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아온 중국 측의 ‘지식재산 절취 및 도용’을 방지하는 방안들도 1단계 합의문에 들어갔다. 예컨대 중국 내의 관련 민·형사 법률을 개정·강화한다. 그동안 중국 측은 자국에서 사업하는 해외 기업에 기술이전을 압박해왔는데, 이를 방지하는 책무를 중국 정부에 부여한다. 기술 획득 목적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삼간다. 이 정도 합의로 중국의 지식재산 절취를 실제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2단계 협상에서 더 논의될 전망이다.

ⓒAP Photo미국 농부가 네바다주 스프링필드의 들판에 콩을 심고 있다.

‘WTO 규범 위반’ 논란 불거질 수도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금융서비스 시장(은행·보험·증권·신용평가 등)에 좀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지금까지 외국인들은 중국 기업의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었다. 중국 정부가 대기업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금융업체의 업무영역도 엄정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중국 특유의 금융제도를 ‘개선’하라고 압박해서 관철한 셈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문 공개 이후에야 파악 가능할 것이다.

1단계 합의에서 가장 선명하고 충격적인 내용은, 중국의 미국산 수입을 인위적으로 대폭 늘리는 조치다.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의 수입 규모를 2년(2020~2021) 동안 최소한 2000억 달러 확대하기로 했다. 한 해에 평균 1000억 달러꼴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U.S. trade with Major trading Partners〉)에 따르면, 무역전쟁 이전인 2017년 중국의 미국 상품·서비스 수입 규모는 1880억 달러다(미국의 중국산 수입 규모는 5237억 달러). 합의안대로라면, 중국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2880억 달러(2018년의 1880억 달러+1000억 달러) 규모로 미국산 상품·서비스를 수입해야 한다.

미국은 특히 농산물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USTR을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2년(2020~2021)에 걸쳐 미국 농산물 수입을 320억 달러(연평균 160억 달러) 더 늘리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2017년 24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규모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400억 달러(2017년의 240억 달러+160억 달러)에 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은 끝이 없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한 해 500억 달러까지 늘릴 것이라고 떠벌린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이 (합의문 외에도) 50억 달러어치의 농산물을 더 살 수 있다고 했으니 (그 수입 규모는 450억 달러로, 대통령이 말한) 500억 달러에 가깝다”라며 맞장구를 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미국 농업지대에 몰려 있다.

중국 측은 미국의 밀·쌀·옥수수·에너지·제약·금융서비스 등을 더 수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대로 미국산 수입을 무역전쟁 이전 대비 65%나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양국의 이런 합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근본 원칙인 ‘차별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만약 미국산 상품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고 뛰어나 중국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미국산을 더 수요하게 되었다면 문제가 없다. 시장원리에 따른 수요 증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인위적으로 중국의 미국산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면, 중국이 다른 나라들을 미국에 비해 ‘차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브라질·뉴질랜드 등 중국에 농산물을 수출해온 국가들이 미·중 합의의 희생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브라질의 피해 규모는 1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공산품 부문에서도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중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번 합의가 다른 나라들의 구체적 피해로 나타나면, 미·중 양국의 ‘WTO 규범 위반’ 논란이 본격화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2단계 협상에서 더 어려운 과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미국 측은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국가보조금’이나 ‘지식재산 보호의 더욱 구체적 방안’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다. 중국이 경제·군사 부문에서 글로벌 패권을 노리고 추진해온 ‘중국 제조 2025’를 좌절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측면에서 1월15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중 1단계 합의안 체결 절차는, 문자 그대로, 휴전 조인식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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