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후회할 당대의 예술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644
  • 승인 2020.01.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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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바탕으로 창조한 3~4분짜리 영화이다. 필자가 자주 찾는 예술적인 뮤직비디오 세 편을 공개한다.
ⓒSamir Hussein멈퍼드 앤드 선스(왼쪽)의 ‘Delta’(Live From The O2)는 라이브 영상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것만 준비하면 된다. 인터넷을 통한 시청이 가능한 환경. 다 됐으면 먼저 유튜브를 화면에 띄운다. 바야흐로 2020년대다. ‘짧아진 호흡’과 ‘영상’ 그리고 ‘모바일’, 세 요소만 고려해봐도 뮤직비디오가 당대의 예술이라는 점은 팩트에 가깝다. 요컨대, 음악을 바탕으로 창조된 3~4분짜리 영화인 셈이다. 여기, 내가 자주 찾는 예술적인 뮤직비디오 세 편을 공개한다. 지난 글(제642호)에 소개한 FKA 트위그스의 ‘셀로판(Cellophane)’ 못지않다.

Mumford & Sons ‘Delta’ (Live From The O2) (2019)

텅 빈 객석, 한 밴드가 노래를 시작한다. 처연하고 구슬픈 멜로디다. 분위기가 변하는 건 보컬이 첫 도입부를 끝낸 뒤부터다. 관객의 환호성이 저 멀리에서 들리고, 서서히 커지더니 어느새 2만명이 꽉 들어찬 광경으로 변해 있다. 즉, 실제 라이브를 먼저 녹화하고, 이후 관객이 없는 상황에서 녹음한 라이브 클립에 맞춰 영상을 찍은 뒤 이 둘을 합친 것이다. 오투(O2) 아레나는 영국을 대표하는 대형 공연장이다. 우리가 아는 슈퍼스타들이 이곳에서 한 번쯤은 라이브를 펼쳤다. 멈퍼드 앤드 선스도 마찬가지다. 이 영상, 반드시 후렴구부터 집중해서 시청해야 한다. 록 스타답게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절정을 향해 몰아치더니 이내 잊지 못할 체험을 선사한다. 환상적인 라이브 실력, 절묘한 편집, 여기에 관객들의 황홀한 표정까지, 라이브 영상의 삼위일체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Antony and the Johnsons ‘Cut The World’ (2012)

근자에 발표된 음악은 아니다. 2012년 곡이고, 뮤직비디오를 접하자마자 주위에 ‘강추’를 날렸던 기억이 생생해 소환해본다. 주연은 영화배우 윌럼 데포와 캐리스 밴 허슨, 그리고 행위예술가 아브라모비치. 혹여 이름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찾아보면 “아, 이 사람” 할 것이다. 경고하는데 이 영상, 꽤 잔인하다. 심장이 약한 분에게는 ‘비추’다.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살인을 ‘언어’로 치환하면, 변화를 요구하는 언어는 때로 급진적이고 절박해야 한다는 것. 변화를 요구하는 언어의 시제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는 것. 하긴, 변화가 무슨 예약제도 아니고 “6개월 뒤부터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목소리, 아무 의미 없지 않은가 말이다. 마지막에 주목하기 바란다. 건물 밖으로 탈주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남성은 단 한 명도 없다. 해석은 그대에게 맡긴다. 참고로, 앤터니 앤드 더 존슨스의 리더 앤터니 헤가티는 트랜스여성 뮤지션이다.

Coldplay ‘Daddy’ (2019)

이미 이 지면에 이 곡이 수록된 콜드플레이의 신보 〈에브리데이 라이프(Everyday Life)〉에 대해 썼던 바 있다(제639호). 당시 글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설명을 뺀 곡이 지금 소개하는 ‘대디(Daddy)’다. 대략 한 달 정도 되었다. 오전 4시 좀 넘어 이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는데 펑펑 울어버렸다. 동화처럼 예쁜 애니메이션과 슬픈 가사가 내 마음을 흔들었던 까닭이다. (앤터니 앤드 더 존슨스와는 다른 이유로) 나처럼 아버지가 부재한 경우라면 이 뮤직비디오는 추천하지 않는다. 꼭두새벽에 눈물샘이 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영어에 자신 없다면 곡 제목 뒤에 ‘가사 번역 뮤직비디오’라고 쳐서 감상하길 권한다. 믿고 보는 영화 번역가 황석희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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