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토론, 안 되는 토론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최근 학교에서 두 번의 토론 과정을 목격했다. 하나는 우리 학급의 체육대회 입장 행렬을 정하는 토론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칙을 개정하는 토론이었다.체육대회 때, 우리 학교에선 학급별로 공연의 성격을 지닌 입장을 하고 있다. 우리 반 학생들도 체육대회 몇 주 전부터 입장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의상과 음악을 선택해 안무도 구성했다. 중간에 시험 일정도 있었지만 틈틈이 준비했다.그 과정에서 매우 사소한 것까지도 둘러앉아 토론을 통해 정했다. 어느 시점에 모자를 벗을지, 그리고 다시 쓰는 게 좋은지 아니면 멀리 던지는 게 좋을지 하나하 소득주도성장 공격 논리의 허점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얼마 전 서강대 박정수 교수가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내용인즉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여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잘못된 현실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 성향 학자들의 기존 연구들은 2000년 이후 노동생산성에 비해 실질임금의 상승이 낮았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결과가 소비자물가지수로 실질임금을 계산하고 GDP 디플레이터로 노동생산성을 계산했기 때문이며, 물가지수의 차이를 배제하면 그런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들은 이 연구를 보도하면서 소 우리의 이웃 ‘분자 가족’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제609호 커버스토리 ‘새로운 가족’ 기획의 처음과 끝은 섭외. 난관의 연속. 몇몇 취재원들은 얼굴 공개를 주저하며 거부. 그래도 다양한 4가구 섭외.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이웃’이었던 ‘분자 가족’을 소개한 임지영 기자입니다. 분자 가족의 개념을 차용했는데? 기사에도 언급한 김하나·황선우 작가의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 나온 분자 가족 개념을 빌렸죠. FTMWD, W, WM, MW 등 분자식은 제가 붙여보았습니다.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 동거 가구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데, 섭외가 가장 힘들었죠. 지인 가운데도 ... 떡볶이가 내게로 오기까지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떡볶이’를 알리고 있다. 자꾸만 생각난다. 떡볶이에 비엔나소시지를 넣어 먹을 생각을 누가 했을까 뒤늦게 감탄 중이다. 떡볶이가 나에게로 오기까지는, 누군가의 노동이 필요하다.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같은 주문 중개 앱을 통해 주문을 한다. 주문받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자신이 배달을 맡긴 대행업체, 곧 바로고·생각대로·부릉의 특정 지점 또는 기타 배달대행 업체에 주문(콜)을 띄운다. 라이더들은 배달대행 앱을 통해 들어온 주문을 처리한다. 3000원 안팎의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라이더 대부분은... 우리의 일상이 되는 노동조합을 위하여 전혜원 기자 게임을 좋아해 게임회사에 들어갔다. 취미가 일이 되고 나니 문제가 보였다.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마다 직원들이 전환배치나 권고사직을 당했다. ‘크런치 모드’라 불리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류호정씨(27)는 처음엔 혼자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4월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기자 동료들과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 그런데 류씨 소속 팀이 갑자기 없어졌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이뤄진 대표이사와의 면담 끝에, 노조 출범을 2주 앞둔 지난해 8월 권고사직을 당했다. 류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화섬노조)에서 일을 ...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매혹의 땅, 코카서스 현경채 지음, 띠움 펴냄 “코카서스에서 만나는 이름 푸시킨, 톨스토이, 고리키.” 코카서스는 한국 사람들과 참 잘 맞는 곳이다. 압도적인 대자연의 풍광, 입에 맞는 음식과 술, 풍류를 즐기는 현지인 등 좋은 여행지의 조건을 두루 만족시킨다.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이곳을 소개하는 책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반가운 여행서가 나왔다. 중년 배낭여행자인 저자가 ‘짠내 투어’를 하며 긁어모은 깨알 정보가 돋보인다. 게스트하우스와 대중교통을 활용해 여행지를 저공비행하며 그때그때의 소회를 솔직하게 기록했다. ... 성희롱 즐긴 이들이 선생님이 된다면 양정민 (자유기고가) 지난 3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자 대면식’ 행사에서 성희롱이 벌어졌다는 폭로가 있었다. 남학생만 모여 진행된 이 행사는, 재학생이 새내기 여학생들의 동의 없이 사진과 신상 정보를 모아 졸업생에게 건네고 외모 등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악습은 수년간 이어졌다. 사회 전반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폭로 직후 서울교대 김경성 총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두 달여가 지난 5월10일,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 결과가 발표됐다. 국어교육과 16 여기가 독일인가 네덜란드인가 위민복 (외교관) ‘미니 메르켈’ 안네그레트 크람프 카렌바우어 기민당(CDU) 총재는 독일 남서부 자를란트주 출신이다. 2014년부터 자를란트주는 독일어와 더불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만큼 공용어를 정할 수도 있지만, 이런 사례가 흔한 건 아니다. 자를란트주의 공용어에는 지리적 인접성과 독일·프랑스 화해라는 유럽연합(EU)의 가치 외에도 역사적 이유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는 자를란트를 점령했다. 원래 프랑스의 의도는 자를란트를 하나의 독립국으로 만들어 서유럽연합(WEU)에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주민투표... 승희의 꿈은 꿈꾸는 것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꿈이란 뭘까. 도대체 뭐길래 그토록 많은 이들이 평생 두 눈이 먼 것처럼 좇아대는 걸까. 세상의 모든 불확실이 철없는 무모함으로 수렴하는 작금에도 신기루 같은 그 이름, 꿈만은 끝내 살아남았다. 그것이 진실한 희망의 신호인지 흔하디흔한 희망고문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우리 각자의 몸 어딘가에 아직 이루지 못한 ‘내 어릴 적 꿈’이 살아 숨 쉰다는 것뿐이다. 뜬금없이 꿈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은 건 그룹 오마이걸의 승희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2015년 WM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 멤버로 데뷔하기까지 승희가 보낸 9년... 진보 보수 따로 없는 가짜 사진의 덫 이상엽 (사진가) ‘가짜 뉴스’ 있는 곳에 ‘가짜 사진’이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부실한 인터뷰 자체야 얼마든지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런데 기자에 대한 온갖 신상 정보가 알려질 때부터 심상치 않더니, 그가 ‘박근혜 추종자’라며 그 증거로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취재 사진까지 동원됐다. 사진 속 인물은 송 기자가 아니었다. 다른 취재기자가 송 기자라고 지목되어 SNS에 퍼졌다. KBS는 가짜 뉴스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예고했다.사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확신에 찬 주장 또는 그럴 공포와 절망 이겨낸 자갈치 할머니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노란 비닐앞치마에 빨간 비닐장갑 차림으로 커다란 도미를 치켜든 채 위풍당당하게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할머니 모습이 범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막두라는 이름의 이 할머니, 초반부터 응대하던 손님에게 눈을 있는 대로 흘겨가며 “안 살라면 그냥 가이소, 마!” 소리를 버럭 지른다. 손님이 꾹꾹 눌러보기만 하면서 싱싱하지 않다는 둥 트집을 잡다가 그냥 가버린 도미를 손질하는 분노의 칼질에 비늘이 회오리치며 날린다. 동료들과 호탕하게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커피 아주머니 궁둥이를 향해서는 발길질을 날릴 자세다. 부산 자갈치시장을 ... 난동의 어드밴티지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신박한 휘파람 매력적 멜로디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즐겨 듣는 신곡 중 몇 개를 오랜만에 소개한다. 전반적인 평가가 높은 곡들이니 꼭 찾아서 감상해보시길. 앤드루 버드 ‘시시포스(Sisyphus)’ 휘파람을 잘 불지 못한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데 언제나 내 입에서는 김빠진 소리만 새어나올 뿐이다. 괜찮다. 주변에 도움을 구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기억회로를 최대로 가동해 휘파람이 인상적인 곡들을 쭉 떠올려본다. 빌리 조엘의 ‘더 스트레인저(The Stranger)’, 시티즌 제인의 ‘소 새드 앤드 얼론(So Sad And Alone)’, 제목 자... 반야의 거룩한 배 수많은 중생 살렸나니 김형민(SBS Biz PD) 1925년 식민지 조선을 강타한 을축년 대홍수는 가히 20세기 최악의 대홍수로 기억되고 있어. 을축년 대홍수의 시작은 장마철의 끝물인 7월 초였단다. 장마철 빗줄기가 아직 거센 터에 태풍이 휘몰아쳐왔고 1차 물난리가 났어. “1차 홍수는 400㎜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내려 한강 이남의 낙동강, 금강, 만경강 유역에 큰 피해를 주었다. 2차 홍수는 약 65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내려 한강 수위가 12.74m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기록을 남겼으며 한강 유역의 영등포·용산·뚝섬·마포·신설동 등지가 침수되었다(국가기록원).” 이후 8... 파업을 해보셨나요 첫 파업은 어땠나요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님, 저는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처음에 어땠는지 아세요? 몇 명이서 모여가지고 우리 대학교 행정실에 찾아가서 노조 만들어도 되는지 물어봤다니까요.” “지금 교섭이 결렬돼 노동위원회 조정하러 왔는데, 회사에서 교섭 제안 철회한다고, 조정 대상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네요. 교섭을 안 하고 일방적으로 임금제도 개악안을 시행하겠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는가요.” “변호사님, 예고된 파업 일에 맞춰서 회사가 출장을 지시했어요. 조합원들을 다 출장 보내서 파업을 못하게 하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이러면 부당노동행위 아닌가요. 데이터가 이야기를 압도하는 시대 엄기호 (문화 연구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낫겠지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결국 병원에 갔다.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고 지인이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2차 병원이라 그 친구 ‘실적’도 올려줄 겸 해서 방문했다. 의사는 어떻게 아픈지 물어본 뒤 침상에 누우라고 한 다음 이것저것 해보라고 했다. 손으로 여기저기를 만져보기도 하고 눌러보기도 했다. 엑스레이도 보면서 약간의 척추측만증과 디스크가 있고 협착도 의심된다고 했다. 협착은 엑스레이로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단계에... “이게 다 노무현 덕분이다” 장재원 어느새 서른 살이 되어버렸다. 나는 08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던 해에 새로운 ‘경제’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에 대한 당시 내 시각은 모호했다. “알아서 잘하겠지, 뭐.” 반면 막 임기를 마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관점은 달랐다. 공부만 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그에 대한 생각은 다소 명확했다.‘일 못하고 성깔 더러운 대통령.’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그는 희화화의 대상이었고, 나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댓글을 수도 없이 달았다. 당시 그는, 적어도 내겐 그런 존재였다. 누군지도, 무 그날, 봉하마을의 소나기 이진욱 아내와 첫째 아이는 등교하고 둘째는 유치원에 가서 한가로운 시간이 되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약간 높은 편이었지만 언제 봄이었나 싶게 초여름 날씨인 5월 첫날이었다. 노동절이라는 의미 있는 날이지만 내게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 5월의 시작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열 번째 5월이다.둘째 아이의 심한 멀미로 인해 먼 곳에 다니기 힘들어 봉하마을에도 가족끼리는 두 번밖에 같이 가지 못했다. 혼자 있으니 편하게 봉하마을에 갈 기회여서 10년여 세월을 함께한 애마를 몰고 봉하로 향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는 마음으로 내비 6.6%였던 노무현 신뢰도, 10년만에 45.3%로 장일호 기자 민주주의란 어떤 정당이든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는 체제다. 정치학에서는 ‘민주주의 공고화(democratic consolidation)’의 기준 중 하나로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꼽는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집권 세력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평화롭게 정권이 이양되는 과정을 두 번 이상 거칠 때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고 간주한다.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은 집권 정당과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한국은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테스트를 통과했고, 2017년 세 번째 검사스러웠던 그들 어디서 무엇을 하나 김은지 기자 “과거 모 언론지상을 보면, 대통령님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어디서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토론이 한창 뜨거워지던 때, 박경춘 당시 서울지검 검사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검찰 개혁에 관한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대학 학번을 물었다. 노 대통령은 “네… 80학번쯤으로 보시면 됩니다”라고 답했다.박 검사는 “그렇습니까(웃음). 저는 그 보도를 보고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인데, 대통령님이 되셨구나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졸 출신 사시 합격’은 널리 알려진 노 대통령의 이력이었는데도, 박 검사는 학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