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땅, 코카서스
현경채 지음, 띠움 펴냄

“코카서스에서 만나는 이름 푸시킨, 톨스토이, 고리키.”

코카서스는 한국 사람들과 참 잘 맞는 곳이다. 압도적인 대자연의 풍광, 입에 맞는 음식과 술, 풍류를 즐기는 현지인 등 좋은 여행지의 조건을 두루 만족시킨다.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이곳을 소개하는 책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반가운 여행서가 나왔다.
중년 배낭여행자인 저자가 ‘짠내 투어’를 하며 긁어모은 깨알 정보가 돋보인다. 게스트하우스와 대중교통을 활용해 여행지를 저공비행하며 그때그때의 소회를 솔직하게 기록했다.
음악 인류학자인 저자는 춤과 음악을 중심으로 코카서스를 소개한다. 코카서스의 음악에는 ‘한’과 ‘흥’이 있다.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 기독교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당한 설움은 한을 담게 했고, 코카서스의 웅장한 산세는 음악에 힘찬 기운을 불어넣었다.



북한 사람과 거래하는 법
오기현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욕망의 도시 평양 실전 매뉴얼.”

저자는 1999년, 최초로 남북한 당국의 공식 승인을 받은 다큐멘터리 〈조경철 박사의 52년 만의 귀향〉을 연출했다. 동료 PD들로부터 이 경력 뒤의 숨은 비사를 들었다. 촬영을 다 마쳤을 무렵 북한 당국이 촬영한 테이프를 압수하려 하자 호텔 창문으로 뛰어내리려 했다고. 당황한 북한 측 관계자들이 일 없다며 그냥 보내주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북한을 28차례 다녀오며 〈조용필 평양 공연〉 등을 제작했다. 2018년에는 〈84년생 김정은과 장마당 세대〉를 제작해 통일언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남북 교류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한다. 대북 사업 승인이 나기까지 거쳐야 할 단계, 생길 수 있는 변수, 북한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꼼꼼히 설명했다.



기분이 없는 기분
구정인 지음, 창비 펴냄

“모르는 척하고 얼른 도로 닫아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고장 난 데를 고칠 수 없겠지.”

아버지 통장에는 167만5230원이 남았다. 자동차도, 주택도, 토지도, 연금도 없었지만 빚은 2억원 넘게 상속되었다.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가고, 주식 투자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였다. 자식을 낳아보니 아버지를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식이 이렇게나 예쁘고 귀한데, 아버지는 왜 그러는 걸까.” 경찰의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2년 넘게 왕래 없이 지내던 아버지가 고독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차분한 그림 안에 서늘한 가족의 그림자를 담았다. 장례를 치르고, 상속 포기 절차를 밟는 동안 주인공은 기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하지만 거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용기 있게 주변의 조력을 구하는 모습이야말로 이 만화의 백미다. 책을 덮고 나면 어쩐지 돈가스를 먹고 싶어진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김효경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책을 쓰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었다.”

일상의 의욕을 잃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울던 저자는 한동안 알약에 의지해 지내야 했다. 이듬해 한 마을로 이사했고 거기서 산 지 세 번째 해, 치과에서 만난 한 간호사가 그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너무 밝아서 제 기분이 다 좋아져요.” 그는 명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일생일대의 꿈 하나를 이뤘다. 마을 덕분이었다. 신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루마을’은 저자가 이전에 살던 곳과 전혀 달랐다. 배려하는 대화가 일상이었고 돈이 얼마나 많은가보다 얼마나 더 많이 베풀 줄 아는가로 평가받았다. 왜 이곳에서 행복해졌는지 알고 싶어진 저자는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행복이 드물어진 요즘 우리가 같이 나눌 만한 이야기’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무증거 범죄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한 명이 자백하는 순간 우린 셋 다 끝장이야.”

중국 본토에서 나오는 추리소설을 이토록 재미있게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 3년째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살인자는 언제나 현장에 지문과 ‘날 잡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놓아두지만, 그 외엔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는다. 한편 한순간의 실수로 동네 불량배를 살해한 젊은 여성과 청년이 절망 가운데서 만난 중년 남성은 살인 혐의를 피해 갈 수 있는 완벽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두 사건이 연결되면서 최고의 법의학자와 천재 범죄논리학자 사이에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지고, 마침내 범인의 정체와 더불어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범죄 동기가 드러나게 된다. 이 소설을 웹드라마로 각색한 〈무증지죄〉가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이다.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유호현 지음, 스마트북스 펴냄

“제조업 방식으로 모든 일을 해온 우리는 혁신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문과 출신 엔지니어’가 쓴 조직 문화 탐구서. 트위터를 거쳐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저자는 기업 문화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맨 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아래에서는 결정된 사항을 빠르게 따르는 ‘위계조직’과, 위아래가 아닌 각자의 역할에 따라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조직’이 그것이다. 전자는 제조업 시대 한국 대기업 대부분이 채택한 방식이다(애플과 전통적 미국 기업도 포함된다). 반면 구글·페이스북·트위터· 에어비앤비 등 최근에 생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선택한 방법은 후자다. 우리나라도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위주의 혁신 산업으로 넘어가는 만큼, 기업 문화 역시 위계조직에서 역할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