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해보셨나요 첫 파업은 어땠나요
  •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호수 610
  • 승인 2019.05.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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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저는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처음에 어땠는지 아세요? 몇 명이서 모여가지고 우리 대학교 행정실에 찾아가서 노조 만들어도 되는지 물어봤다니까요.” “지금 교섭이 결렬돼 노동위원회 조정하러 왔는데, 회사에서 교섭 제안 철회한다고, 조정 대상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네요. 교섭을 안 하고 일방적으로 임금제도 개악안을 시행하겠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는가요.” “변호사님, 예고된 파업 일에 맞춰서 회사가 출장을 지시했어요. 조합원들을 다 출장 보내서 파업을 못하게 하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이러면 부당노동행위 아닌가요.”

누구나 안다. 헌법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노동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판사도 노동법을 잘 알기 힘든 나라
ⓒ윤현지

“단결권은 노동자가 어떤 사전 허락 없이 스스로 선택해서 단체를 만들고 가입할 권리입니다. 회사 허락은 당연히 필요 없고요. 단체교섭권은 교섭 테이블에 앉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입니다. 시장 흥정과 달리 마음에 안 든다고 안 할 수는 없어요. 회사가 안을 철회해서 원래대로 돌아가면 모를까, 개악안을 고수하고 있다면 노동조건에 대한 의견 불일치 상태입니다. 쟁의 상태에서 교섭을 안 하는 건 성실교섭의무 위반이에요. 단체행동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무기로써 일손을 놓는 거예요. 꼭 사무실에서 안 해도 돼요. 출장을 안 가는 것도 파업입니다. 법전에 쟁의행위란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적혀 있어요.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파업’이라는 것은 ‘회사가 허락한 노조’처럼 불가능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관념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 삶에서 그것을 겪는 것 사이에는 백만 광년만큼의 거리가 있다. 나조차도,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직장에서는 업무 지시를 지키며 살아왔을 뿐, 무언가를 ‘주장’하고 주장이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이를 위해 살아온 질서를 ‘거역’한 적이 없는 것이다.

대다수가 노동자가 될 것이지만 노동법 교육을 받지 못한 나라에서, 판사들도 선택과목으로 택하지 않는 이상 노동법을 알기 힘든 나라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에 불과하고 교섭을 하고 파업을 겪어본 사람들은 더 적은 나라에서,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내걸고 싸우면 밥그릇 챙기기로 욕먹고,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아닌 직업적 요구와 정책들, 경제사회적 법 제도들,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위해 싸우면 불법파업으로 내몰리는 이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흔히 언론을 통해 떠올리는 노동조합의 이미지는 빨간 머리띠를 두른 투사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시작은 소박하다. 대규모 불법파견, 체불임금 110억원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리바게뜨 사건의 첫 시작은, 이미 강의를 마쳤는데도 교육 후 수강생이 일하다가 그만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수당 5만원을 환수해간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어느 청년 제빵 노동자가 노동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인간적으로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사실은 아주 사소한 계기들을 통해 노동조합을 찾고, 온 인생의 용기를 끌어 모아서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의 명령을 거부하고, 일방이 정한 룰을 넘어서 집단과 집단이 대등하게 대결하여 ‘새로운 권리의 경계선’을 만들어가는 순간. 우리에겐 아직도 그런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빨간 머리띠로만 재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 실제 삶에서 몸소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파업하기 쉬운 나라가 강성노조 불러왔다’는 신문지상의 레토릭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는 ‘파업하기 쉬운 나라’일까, ‘사업하기 쉬운 나라’일까 생각해보다가, 문득 그 글을 쓴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어졌다. 혹시 파업 해보셨어요, 당신의 첫 파업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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