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휘파람 매력적 멜로디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610
  • 승인 2019.05.30 1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나의 귀를 홀리는 신곡을 소개한다. 앤드루 버드의 ‘시시포스(Sisyphus)’, 앤 마리의 ‘2002’, 나인의 ‘이별꿈’이다.
즐겨 듣는 신곡 중 몇 개를 오랜만에 소개한다. 전반적인 평가가 높은 곡들이니 꼭 찾아서 감상해보시길.

앤드루 버드 ‘시시포스(Sisyphus)’


휘파람을 잘 불지 못한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데 언제나 내 입에서는 김빠진 소리만 새어나올 뿐이다. 괜찮다. 주변에 도움을 구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기억회로를 최대로 가동해 휘파람이 인상적인 곡들을 쭉 떠올려본다. 빌리 조엘의 ‘더 스트레인저(The Stranger)’, 시티즌 제인의 ‘소 새드 앤드 얼론(So Sad And Alone)’, 제목 자체가 휘파람인 플로 라이더의 ‘휘슬(Whistle)’ 등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는다. 이제는 좀 지겨운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곡을 찾다가 앤드루 버드의 ‘시시포스(Sisyphus)’를 발견한 건 어쩌면 운명이었으리라. 앤드루 버드는 미국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여러 악기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데 휘파람도 기가 막히게 잘 분다. 유튜브에서 ‘The Whistling Caruso’라고 한번 쳐보라. 진짜 인간이 휘파람 부는 건지 의심이 들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가 올해 3월에 발표한 곡 ‘시시포스’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가 어떤 인물이었고, 지옥에서 어떤 형벌을 받았는지 알고 가사와 함께 감상하면 더욱 흥미로운 노래이기도 하다.

앤 마리 ‘2002’

ⓒGoogle 갈무리앤드루 버드(아래)의 휘파람 실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기실 이 곡은 신곡이 아니다. 거의 1년 전에 발표되었으니 구곡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데 이 곡, 언제부터인가 가요를 포함한 실시간 차트 톱 10에 계속 머물러 있다. 밝고, 매력적인 멜로디가 서서히 어필하면서 기적적인 역주행을 일궈낸 셈이다. 기실 앤 마리는 이 곡을 딱히 싱글감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공동 작곡으로 함께 작업한 에드 시런이 계속 싱글로 내야 한다고 졸랐다고 한다. 그것도 직접 말한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말이다. 참고로 이 곡의 가사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Oops, I got 99 problems singing ‘bye, bye, bye’/ Hold up, if you wanna go and take a ride with me/ Better hit me, baby, one more time.” 이 노랫말은 앤 마리가 좋아했던 곡들을 차용해 완성한 것이다. 바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과 ‘웁스 아이 디드 잇 어게인(Oops!… I Did It Again)’, 제이 지의 ‘99 프라블럼(99 Problems)’, 엔 싱크의 ‘바이 바이 바이(Bye Bye Bye)’, 스눕 독의 ‘더 넥스트 에피소드(The Next Episode)’, 그리고 넬리의 ‘라이드 윗 미(Ride wit Me)’다.

나인 ‘이별꿈’

가요도 추천한다. 디어클라우드의 보컬 나인의 신곡 ‘이별꿈’이다. 혹시 디어클라우드의 곡 ‘얼음요새’를 좋아했다면 이 곡도 마음에 들 것이다. ‘이별요새’가 그랬듯 나는 몽환적이면서도 힘을 잃지 않고 몰아치는 음악을 할 때 나인의 재능이 최대치로 발휘된다고 믿는다. ‘이별꿈’이 바로 그런 곡이다. 나인은 이 곡에서 밥 딜런 원곡, 건스 앤 로지스 커버로 유명한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의 가사를 레퍼런스로 활용하기도 했다. 전혀 뜬금없지 않고 곡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완성해냈다. 익히 들어온 전개로 진행되는 곡이지만 그게 도리어 좋은 곡들이 가끔씩 찾아오곤 한다. 관성을 넘어 보편을 일궈낸 덕분이다. 최근 나에게는 ‘이별꿈’이 그랬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