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지난 11월21일 한나라당 창당 10주년 기념식에서 글을 남기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라기보다는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대결 구도였다. 대통령 선거 승리 요인도 주로 이명박 개인에게서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한나라당이라는 브랜드가 큰 노릇을 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5년 뒤 한나라당과 맞붙을 상대 당은 한나라당의 승리 전략을 벤치마킹해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승리에서 배우는 3대 교훈을 정리해보았다.

1. 당명을 바꾸지 마라
한나라당의 계보는 민정당에서 출발해 민자당을 지나 신한국당으로 이어진다. 1997년 11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한나라당이 탄생했다. 선거를 앞두고 급히 만들어진 한나라당은 김대중 후보에게 졌다. 선거 패배 이후 당 이름을 바꾸자는 요구가 많았고, 2002년 선거에서도 패배한 후 ‘차떼기당’ 오명을 들을 때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끝내 당명을 바꾸지 않고 10년을 버텼다.

덕분에 한나라당은 현존하는 정당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당이 되었다(두 번째로 역사가 긴 당은 2000년 1월 창당한 민주노동당이다). 10년째 당명을 유지하다 보니 야당으로서 정통성이 생겼다. 이회창 후보의 바람몰이에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과거 정치에서는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당 이름을 바꿔 새로 출발하는 것이 바람몰이에 유리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잦은 창당과 합당 과정이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비호감을 낳았다.

2. 지자체를 장악해라
이명박 당선자가 만약 서울시장 5년을 보내지 않았다면 경선 과정이나 대선 검증 과정을 쉽게 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자체 장을 거쳤다는 것은 유권자에게 강한 신뢰를 준다.  정동영 후보의 당내 라이벌이었던 손학규 후보도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출신이었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는 점점 예비 대선후보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12년 대선도 한나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해 주요 지자체 장은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다. 다음 지자체 선거는 2010년에나 열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연임 뒤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3. 경선을 일찍 해라
2007년 8월 치루어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외국의 선거 일정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그러나 대선을 두 달 앞두고 후보를 뽑은 대통합민주신당보다는 덜 늦었다.

신당이 경선을 늦게 치른 데는 2002년 ‘노무현 흔들기’ 학습효과가 작용한 듯하다. 당시 노 후보는 2002년 봄 일찌감치 ‘노풍’을 일으켰으나 여름을 거치면서 당내 후보 교체론에 시달렸다. 막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기사회생했지만 그 기억 때문인지 신당은 경선일을 늦춰 잡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다.

신당은 경선이 늦은데다 후보군이 정리된 것도 대선 막판이었다. 일찌감치 이명박-박근혜 양강 구도로 재편된 한나라당과 다른 모습이었다. 경선 일정이 빨라지면 후보자에게 대선 경쟁에 나설 여유를 준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 경선 검증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이미 한 차례 다뤄졌고, 후에 신당에서 이 문제를 공격했을 때는 이미 이 후보에게 내성이 생긴 뒤였다. 프랑스나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의 경우 당내 경선을 대선 5~8개월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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