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BBK 특검법 상정을 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매번 부정선거 소동이나 재검표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02년 대선이 끝났을 때는 한나라당에서 전자개표기 조작이 있었다며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재검표를 요구했다. 재검표 결과 조작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선거는 워낙 표차가 크다 보니 재검표나 부정선거 논란은 없다. 대신 그 자리를 ‘BBK 특검’이 차지하고 있다. BBK 특검이 성사된 것은 지난 2000년 10월 이명박 당선자가 광운대학교 강연 자리에서 직접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12월16일 밤 이명박 당선자는 BBK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 특검법 저지 농성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은 본회의장을 떠났고 17일 특검법은 통과되었다.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51.3%의 국민 중 일부는 BBK 특검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BBK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데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맹세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하야할 것’이라는 주장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과연 BBK 특검이 이명박 당선자를 떨어뜨릴 수 있을까? ‘특검법 한 방’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말이겠지만, 이명박 낙마는 실현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먼저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직을 걸었다는 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예전에 ‘대통령직을 거는 조건이 뭐냐’는 〈시사IN〉 기자의 질문에 “주가조작 관여했느냐, BBK를 소유했느냐”라는 두 가지 문제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그런데 이 두 조항은 이명박 당선자가 특검을 받더라도 빠져나갈 여지가 많다.

주가조작의 경우는 검찰 조사 이전부터 이명박 당선자의 관련성이 약했던 부분이다. BBK 소유와 관련해서는 e캐피탈이 갖고 있던 BBK 주식을 김경준이 대양E&C라는 회사 투자금 50억원을 유용해 인수했다는 검찰의 설명이 나와 있다.

물론 대양E&C의 투자금을 다스 돈으로 메웠다는 반론도 있다. 다스가 실질적으로 이명박씨 회사이기 때문에 결국 이명박씨 돈으로 BBK 자본금이 채워졌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대양E&C나 다스 투자금은 마프 펀드에 합쳐 섞여 있어서 ‘다스-〉대양E&C’를 구도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설사 다스 돈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당선자는 ‘직접적으로 소유’한 게 아니라고 회피하면 된다.

특검 이전에 과거사 소상히 밝혀야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무용지물은 아니다. 지난 12월5일 검찰 수사 발표의 ‘미싱 링크’(잃어버린 고리)를 채우는 역할은 특검이 해야 할 몫이다. 검찰은 ‘이명박 후보의 명함 배포나 언론 인터뷰 등 정황 증거는 중요하지 않다’ ‘이명박 후보 측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문제다’라고 말해왔다. 특검은 이 부분에 관해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해명할 의무가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과거 BBK 투자 유치를 권유하고 다니면서 ‘BBK 전도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왜 그가 BBK를 자신의 소유로 여겼는지 전말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검이 성공하려면 기대를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를 무너뜨리자는 생각보다는 그가 거짓말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쪽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거짓말을 밝히는 데 국력을 소모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특검 이전에 이명박 당선자가 국민 앞에 과거사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제 허물을 솔직히 말한다고 해서 당선 여부가 바뀌는 단계는 지났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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