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통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정치적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 전 대표는 3김 이후 가장 강력한 ‘포스’를 보였다. 대중 흡입력 면에서 그와 비교할 정치인이 없다. 그가 이번 대선을 통해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이 간 정치인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드물다.
지난 12월20일 SBS에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박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절반 이상이 박 전 대표(51.0%)를 꼽았다. 박 전 대표는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자 “정도가 아니다”라며 ‘창풍’을 막았고, 선거 운동기간에는 ‘이명박 후보를 도와달라’며 전국 유세에 나섰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전날까지 세 번이나 자기 집으로 찾아온 이회창 후보를 만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 전날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감사 전화를 했고, 당선되자마자 ‘집권 후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당분간 국정 동반자로 밀월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재오・정몽준・강재섭 등 당내 중진과의 미묘한 역학 관계가 불씨로 남아 있다. 특히 이 당선자 측 일부 그룹은 당권 장악이 절실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측을 모두 끌고 가기는 무리라는 시각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말한 ‘이명박당’ 건설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한 참모는 “박 전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찬조 연설이나 합동 유세에 응하지 않았고 BBK 동영상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 의혹을 키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냉혹한 정치판은 똑똑한 2인자를 내버려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압도적 표차로 승리하면서 박 전 대표의 입지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박근혜계 의원들은 18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집단행동이라도 할 태세다. 벌써부터 새 총리와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월 초까지는 공천을 마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야 현역 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한 이 당선자가 물갈이 공천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 작동한다. 이명박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 진영 간에 또다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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