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새 정부도 경제 관료들(위)과 힘 겨루기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3년, SK 사건과 신용카드 대란이 터지자, 보수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과 386 정치인들을 ‘경제 무능아’로 몰아세웠다. ‘새 정부가 잘못된 경제 인식으로 경제 관료들의 합리적 판단을 묵살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난이었다. 두 대형 사건을 거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386 정치인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경제정책을 재경부에 의존하게 됐다. 이때부터 재계에서는 ‘SK 사태와 신용카드 대란으로 경제 관료들이 새 정부를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집권 내내 ‘경제 관료들에게 포위 되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제17대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직후, 재계에는 또 다른 소문이 돌고 있다. 경제 관료들이 이명박 정부를 길들일 ‘폭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재료는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대출. 새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해서 대규모 부동산 PF 대출 사태가 터지고, 이를 계기로 새 정부 역시 경제 관료들에게 경제정책을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9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 규모는 총 80.5조원이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이 직접 대출해준 금액은 62.3조원이고, 나머지 18.2조원은 대출금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금액이다. 미분양이 늘면 시행사와 건설회사는 분양대금 미납 등으로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돼 도산할 우려가 크다. 미분양 주택은 이미 12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도산하면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 경제학자는 “최근 몇 달간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미분양이 크게 늘어 부동산 시행사와 건설회사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데도 금융당국에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처럼 새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 PF 대출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선자의 한 측근은 “참여정부에 비하면 ‘실용정부’는 경제 관료들과 ‘코드’가 잘 맞는데 굳이 힘겨루기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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