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헤비 팬덤의 짐, 라이트 팬이 나눌 수 있을까 [K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지난해 1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HYBE) 의장의 말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케이팝의 위기를 거론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라이트 팬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강렬한 몰입과 소비를 보이는 ‘슈퍼 팬’이 케이팝의 확장성에 한계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음악시장을 긴 호흡으로 봐온 이들이라면 일견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였다. ‘굵고 짧게’가 아닌, 넓고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음악가가 많아질수록 신(scene)의 뿌리는 튼튼해질 터였다.그러나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갔 케이팝 속에서 움튼 ‘팝’의 새로운 정의 [K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케이팝이 팝다워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 이야기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팝(pop)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정된 지면을 고려해 이 글만을 위한 ‘팝’을 빠르고 쉽게 재정의해본다. 적어도 2023년 케이팝에서 자주 언급되는 ‘팝’은 ‘빌보드 차트를 중심으로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음악’의 의미에 가깝다. 주말마다 노트 뒷장에 ‘아메리칸 톱 40’을 역순으로 받아 적던 사람들부터 ‘느낌 있는 요즘 팝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다니는 사람까지 아우르는 사이, 추상적이지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음악. 그게 미국 NPR ‘타이니 데스크’가 한국에 처음 문을 연 이유 김영화 기자 바에 앉아 있는데 농구 경기를 응원하는 소리 때문에 가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 프로듀서 밥 보일런이 워싱턴 DC에 있던 자신의 ‘사무실’을 떠올린 순간이다. 2008년 4월, 음반과 책이 쌓여 있는 사무실 책상 뒤쪽에 작은 무대를 만들었다. 화려한 조명이나 음향 장비 없이 ‘날것의 음악’을 전달해보자는 시도였다. 튜닝 안 된 기타, 웃음소리, 딸꾹질까지 그대로 담긴 음악 영상에 반응이 좋았다. 독특한 친밀함을 바탕으로 차츰차츰 팬덤을 형성한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타이니 데스크)’는 아델, 존 강허달림이 보여주는 나이 듦의 즐거움 김영화 기자 제주에서 오는 길이었다. 공항철도를 타고 연습실이 있는 홍대입구역에서 내렸다. 5월5일 3집 앨범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강허달림은 서울과 제주를 출퇴근 중이다.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부스럭거렸는데 아이가 덩달아 깼다. 올해 열한 살인 딸이 ‘잘 다녀와’ 하고 배웅해주었다. 전날 야단을 치고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딸도 설움이 풀린 듯했다. '누굴 닮아 고집스럽다'면서도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의 세계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 맘대로 살아오다가 제대로 임자를 만난 거다. 아이란 존재는 자꾸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블루 노래가 긴 게 죄인 시대라니, 왜? 틱톡 때문에!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질문부터 던져본다. “현재 대중음악계에 가장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는 플랫폼은 무엇인가?”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유튜브”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유튜브라, 뭐 틀리진 않는다. 그러나 딱 하나만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이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틱톡(TikTok)이다. 틱톡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무려 30억 회가 넘는다.틱톡이란 무엇인가. 요약하면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무엇보다 국적이 중요하다. 틱톡은 미국 회사의 작품이 아니다. 중국 회사가 만든 것이다. 현재 틱톡은 논란의 중심에 ‘SM타운’ 떠난 이수만, SM과 케이팝의 미래는? 임지영 기자 “나무 한 그루가 시작이 될 것입니다.” 2023년 새해 첫날, 이수만 당시 SM엔터테인먼트(SM) 총괄프로듀서가 나무심기 운동을 제안했다. SM 소속 가수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를 앞두고 열린 ‘SM 서스테이너빌리티 포럼’에서였다. 기후위기 이슈에서 케이팝과 한류의 역할을 강조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나와 SM’도 지구를 살리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동참하겠다며 올해 몽골에 ‘나무를 심고 지구를 살리는’ 음악 페스티벌을 열자고 제안했다.불과 한 달 뒤 ‘나무심기’는 이수 걸그룹 초강세 ‘여덕’이 이끈다 김다은 기자 새벽 5시, 지소연씨(26)는 황급히 집을 나섰다.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팝업스토어가 개장하는 8월12일. 일찌감치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오픈런’을 준비해왔다. 행사장에 도착해 주위를 살펴보니 대부분이 자신과 같은 여성 팬들이었다. 지씨는 새삼 오프라인 ‘덕질’ 풍경이 참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제가 네이버 팬카페를 만들 정도로 소녀시대를 좋아했어요. 그때부터 줄곧 걸그룹을 좋아해왔는데요. 10년 전만 해도 여성 팬들은 눈치가 보여서 이런 오프라인 행사장에 오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현장에서 ‘덕메(덕질 메 케이팝 너는 누구냐? ‘난 알고 싶어요’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이정수 외 23인이 〈케이팝의 역사, 100번의 웨이브-케이팝 100대 명곡 리뷰 1992~2020〉(안온북스, 2022)을 내기 위해 협력했다. 1992~2020년 발표된 케이팝을 대상으로 명곡 100곡을 선정하고 순위 매기는 일에 참여했던 필자들은 선정된 곡마다 정성 들여 리뷰를 썼다.이 책의 의미를 찾으라면, 순위별로 목차를 만들지 않고 노래가 발표된 시간 순으로 100곡을 소개한 것을 꼽을 수 있지. 바로 그 때문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1992. 3.23)’는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방송 관계자, 음악산업 관계자들로 알고리즘이 만든 차트 역주행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지만 그간 국내 음원시장에는 문제가 많았다. 문제의 기원을 되짚자면 적어도 MP3라는 기술이 탄생할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기술이 당시 음악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한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음반을 구입하는 대신 불법복제된 MP3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식으로 음악을 듣곤 했다. 심각한 문제였다.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은 지금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이 디지털 음원시장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음원 서비스 플랫폼들은 저가의 정액제 상품으로 내 음악 취향 애인보다 잘 안다 임지영 기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해 회원가입을 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3명 이상 선택하라는 말에 신중을 기해 국내외 뮤지션 3명을 골랐다. 곧바로 7일간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무료로 시작되었다. 내가 고른 아티스트의 곡, 그와 비슷한 아티스트의 곡, 들은 음악 기반의 추천 리스트가 떴다. 틀어놓기만 하면 되었다. ‘취향을 저격’한 음악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마음에 드는 곡이 끝나기 전에 하트 표시를 하고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뜻의 ‘spot’과 식별한다는 뜻의 ‘identify’의 이 시대 대중음악 속 BTS의 좌표는? 이상원 기자 BTS가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습니다. 〈Butter〉로 7주 연속, 바로 뒤 이어 〈Permission to Dance〉가 바통을 이어받아 8주째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방탄 현상'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 지난 기사를 소개합니다. ‘BTS 현상’이라는 거대한 사건은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와 무관하게 벌어졌다. 일부 평론가들은 ‘음악평론가가 필요 없는 시대’라고 자조한다. 음악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사후 해석의 영역에서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들은 동시대 해외의 음악 트렌드나 한국 대중음 BTS - ‘우리를 사랑해줘, 너희를 사랑할게’ 이상원 기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방탄소년단(BTS) 현상’은 낯설다. 한국 대중문화가 먼저 세계를 휩쓴 뒤 그 인기가 국내로 도리어 ‘역수입’된 것이다. 한국인에겐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사건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봐도 비영어권 국가 ‘출신’의 대중문화가 서구권 주류 유행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BTS 현상의 본질은 서구권, 특히 미국에서의 인기다.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빌보드차트(빌보드 핫 100) 기록이다. 이 차트는 매주 음원 판매, 스트리밍, 라디오방송 기록 등을 종합해 BTS를 표지로 올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편집국장의 편지] 이종태 편집국장 레이프 개릿이란 가수를 아십니까? 저는 그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1980년 개릿의 내한 공연 당시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 김포공항과 공연장에서 그에게 집어던져진 속옷 등이 당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것을 기억할 뿐입니다. 혹시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란 아이돌 그룹은 들어보셨습니까? 그들은 1992년 한국을 방문했는데, 일부 팬들이 무대로 돌진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서방국가 출신 대중 스타들에 대한 한국인의 열광에는 그들의 캐릭터나 음악성 외에 서구에 대한 동경이 깔려 있 어쩐지 멜론 노래가 귀에 거슬리더라 고재열 기자 디지털 시대 음악산업에서 온라인 음악 서비스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음원 수익의 배분과 관련한 큰손이다. 5월27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는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 현 카카오M)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4개월 동안 수사를 마치고 9월25일 검찰은 로엔이 저작 권리자들로부터 182억원의 저작 권리료를 편취했다며 당시 신 아무개 전 대표이사와 이 아무개 전 부사장, 김 아무개 전 정산담당 본부장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업계에서는 이 편취 금액 역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음악산업은 크게 세 축으로 구 ‘방탄 현상’은 위대한 흐름 고재열 기자 “욕망은 본질적으로 혁명적이다. 혁명적인 것은 욕망이지 축제가 아니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이다. 영화철학자인 이지영 세종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방탄소년단 현상(이하 방탄 현상)’을 이해하는 데 들뢰즈가 말한 욕망과 혁명의 함수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3개 앨범 1위, 빌보드 뮤직어워즈 톱 듀오·그룹 부문과 톱 소셜아티스트 부문 수상, 아메리칸뮤직어워드 페이버릿 소셜아티스트상 수상, 그래미상 노미네이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9만 석 매진 “방탄소년단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고재열 기자 방탄소년단의 팬은 ‘아미’로 불린다. 영어로 A.R.M.Y.(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인데, ‘청춘의 사랑스러운 대변자’라는 의미다. 이지영 세종대 교수(대양 휴머니티칼리지)는 전 세계 아미들에게 자신들의 대변자로 불린다. 8월26~28일 사흘간 열린 ‘BTS 인사이트 포럼’에서 기조 발제를 했던 이 교수는 내년 1월4~5일 영국 킹스턴 대학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관련 학제 간 연구 콘퍼런스(BTS A Global Interdisciplinary Conference)에서도 기조 발제를 할 방탄소년단이 포스트 케이팝인 이유 이지행 (미디어·문화 연구자) “BTS 콘서트에 참석한 다른 아티스트들 모습 잘 봤다.” “살면서 다 큰 성인들이 그렇게 소리 지르는 모습은 난생처음 봤다.” “아시안 인베이전! 뉴 비틀스의 탄생이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빌보드 시상식에 등장한 지난 5월20일(현지 시각), 현지인들이 SNS에 남긴 말이다. 현지 미디어는 이제라도 BTS 열풍에 합류해야 하나 조바심을 냈고, R&B 가수 갤런트와 모델 출신 방송인 타이라 뱅크스 같은 유명인들은 “다양성의 관점으로 볼 때 BTS는 문화 면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이라며 거듭 강력한 지지를 ... 모두의 고민 ‘스트리밍 이후의 시장’ 홍콩·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엑소와 방탄소년단, IOI와 여자친구 등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이돌들이 홍콩에 모였다. 객석은 홍콩 현지인은 물론이고 싱가포르와 타이완 등 아시아 전역에서 몰려온 팬들로 가득했다. 아이돌 천국인 한국을 벗어나 해외의 한국 아이돌 팬들과 한자리에 앉아 그들의 공연을 본다는 건, 영국 트래펄가 광장이나 미국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처음으로 삼성과 LG의 간판을 보는 듯 묘한 기분이었다. 전국에서 230여만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기 하루 전인 12월2일, 홍콩에서 열린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마마) 얘기다. 1999년 ... 몰염치의 시대 이승한 (칼럼니스트) 텔레비전을 보고 글을 쓰는 게 직업이 된 탓에 생긴 고충이 있다면 보기 싫은 프로그램도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봐야 한다는 점이 첫 번째일 것이다. 막장 드라마도 어지간히 견딜 만하고 토론 프로그램도 참을 만한데, 가장 곤혹스러운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전 국민이 보는 무대 위에 올라 방송사와 심사위원들의 온갖 불합리한 요구에 맞춰가면서까지 ‘판’을 바꾸는 스타트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IT 부문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5년 전, 미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트윗을 썼다. “이 회사 기업 가치가 4조원이나 된다.” 그런데 현재 넷플릭스의 기업 가치는 60조원 정도에 이른다.내년에 한국에도 상륙할 넷플릭스가 단지 비디오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업체인 것만은 아니다. 빅데이터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