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멜론 노래가 귀에 거슬리더라
  • 고재열 기자
  • 호수 629
  • 승인 2019.10.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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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과거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이 182억원의 저작권료를 편취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한다. 멜론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뮤지션유니온 제공6월20일 멜론의 저작권료 편취 의혹에 대해 뮤지션유니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디지털 시대 음악산업에서 온라인 음악 서비스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음원 수익의 배분과 관련한 큰손이다. 5월27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는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 현 카카오M)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4개월 동안 수사를 마치고 9월25일 검찰은 로엔이 저작 권리자들로부터 182억원의 저작 권리료를 편취했다며 당시 신 아무개 전 대표이사와 이 아무개 전 부사장, 김 아무개 전 정산담당 본부장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업계에서는 이 편취 금액 역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음악산업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오프라인 음반시장, 다른 하나는 온라인 음원시장 그리고 공연시장이다. 이 세 축 중에서 세계적으로 음원시장만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15~20% 정도 성장하는데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징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2010년 2994억원이었던 총매출이 2016년 6659억원으로 늘었다.

음원시장에서 멜론이 차지하는 위상은 압도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음악산업백서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이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멜론의 점유율은 58.5%(복수 응답)를 차지한다. 그 뒤를 유튜브(35.8%), 네이버뮤직(20.3%), 지니(19.2%), 벅스(11.1%) 등이 잇고 있다(60쪽 <표> 참조).

멜론은 2004년 SKT의 사내 벤처로 시작된 서비스다. 2009년 1월부터는 SKT의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이 서비스를 운영했다.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에 인수된 뒤 2016년 카카오에 인수되어 현재는 카카오M이 멜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13년 스타인베스트홀딩스가 SKT로부터 로엔 지분 52.56%를 사들일 때 금액이 2659억원이었는데, 2016년 카카오가 로엔 지분 76.4%를 사들일 때 금액은 1조8700억원에 달했다. 음원시장의 성장을 반영하는 수치다.

검찰이 밝힌 로엔의 수법은 이렇다. 멜론과 같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월정액이나 패키지 요금 등을 지불한 돈을 모아 저작 권리자에게 배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여기서 저작 권리를 가지고 있는 제작자, 저작자, 실연자는 수익을 나눈다. 그런데 로엔은 가상의 음반사인 유령 회사를 만들었다. 수익을 편취하고 당연히 음원 제공자에게 나눠야 할 수입을 줄여서 그만큼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로엔은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LS뮤직’이라는 가상 음반사를 저작권자로 등록하고 이용자들이 LS뮤직의 음악을 다운받은 것처럼 허위의 이용 기록을 만들어 한 해 동안 저작 권리자에게 지급해야 할 41억원을 가로챘다. LS뮤직은 주로 발표된 지 오래되어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클래식 곡을 이용했다. 이 곡을 멜론의 특정 상품 가입자 전체에 무료로 선물했다. 그런 다음 가입자들이 해당 곡을 다운로드받은 것처럼 허위의 이용 기록을 생성했다. 이에 맞춰 수익을 배분한 뒤 이와 관련된 자료를 멜론의 정산 시스템인 MLB(Music License Bank) 사이트에서 모두 삭제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사옥(현재 카카오M으로 사명 변경).

미사용자들 이용료를 정산에서 제외

다음은 음원 저작권 권리자에게 주어야 할 금액 자체를 줄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로엔은 2010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멜론 정액상품 가입자 중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회원들(미사용자)의 이용료를 정산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멜론 측이 이를 저작권 권리자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고 미사용자의 이용료도 정산해주는 것처럼 속여 141억원의 저작 권리료를 편취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엔 측은 미사용자 이용료 관련 부분을 정산 시스템인 MLB 사이트의 팝업창으로 공지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 음반기획사 정산 관계자는 “로엔이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공지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했다. 명확히 공지했다면 이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미사용자 이용과 관련해 편취한 금액이 141억원이라고 했지만 업계는 3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수사 결과를 받아본 뮤지션들은 분노했다. 음악인 노동조합 이씬 정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은 “음원 유통망에 남겨진 낙전의 규모가 그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에 다들 깜짝 놀랐다. 돌려주지 못하는 돈이 혹시 생기면 음악계의 여러 문제점과 낡은 제도 개선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 발표를 접한 한 대형 기획사 간부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심증은 갔지만 물증이 없었고 물증이 있어도 이를 따질 수 있는 원데이터가 없어서 확인이 안 되었다.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그리고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절대로 밝혀질 수 없는 내용이다.” 그는 “한 제보자가 우리 회사에도 찾아왔다. 처음에는 구두로 설명했지만 나중에는 자료까지 가져와 설명했다. 우리가 직접 멜론에 맞설 수는 없었다. 멜론의 위치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들도 멜론에 할 말을 못하는 것은 예전 방송사들이 누리던 지위를 이런 음원 서비스 업체가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음원 서비스 사이트에서 어떤 식으로 큐레이션하느냐에 따라 소속 뮤지션이 덕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사이가 안 좋으면 소속 가수의 노래가 추천곡 등에서 소외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멜론은 순위 위에 ‘오늘의 추천곡’을 올려서 그 곡의 가수와 기획사에게 혜택을 주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차지하는 이런 위상 때문에 음원 서비스에 대한 ‘중립성 이슈’도 발생한다. 이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배급사이면서 투자사 역할을 겸하고 있다. 자본력이 없는 군소 업체의 음반 제작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들이 투자한 음반의 노래나 가수에게 더 유리한 편집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카카오M은 아이유 등의 가수를 직접 매니지먼트하고 있기도 하다”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은 음악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막는다. 성미경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음원 서비스 업체를 기준으로 수직계열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대중의 취향과 다른 인위적인 음악시장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검찰이 밝혀낸 멜론의 미사용자 이용료와 같은 ‘낙전 수입’이 음악산업에는 도처에 널려 있다고 말한다. 음악산업발전위원회가 추정한 미분배 수입(음원 서비스 업체가 창작자들에게 분배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분류한 수입)은 2016년 기준으로 총매출의 약 25%인 1696억원에 달한다. 그 전해인 2015년은 843억원, 2014년은 242억원, 2013년은 641억원이었다.

이런 미분배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는 이렇다. 묶음 상품으로 판매된 곡 중에서 사용자가 듣지 않은 곡이거나 무제한 스트리밍에서 사용자가 플레이하지 않은 곡에서도 수입이 발생하는데, 이를 플랫폼 업자가 저작 권리자와 나누지 않는 것이다. 콘텐츠진흥원의 음악산업백서를 보면 이런 미분배 수입 때문에 플랫폼 업자와 저작 권리자의 수입 분배 비율이 형식적으로는 40대 60(현재는 35대 65로 바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53대 47 수준인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저작 권리료 징수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2013년 2월과 2015년 12월에 저작 권리료 징수 관련 규정을 개정했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개정했다. 음원 스트리밍을 기준으로 제작자(소속사 및 아티스트)의 몫을 44%에서 48.25%로, 저작자(작사· 작곡·편곡)의 몫을 10%에서 10.5%로, 실연자(가창 및 연주자 등)의 몫을 6%에서 6.25%로 늘렸다. 음악 서비스 업체의 몫은 40%에서 35%로 줄었다.

각종 협회가 저작권료·실연권료 등 징수

이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사용 금액을 분배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서비스 업체가 중요한 변동 사항이 생길 경우 정확히 공지하고 동의를 얻도록 조치했다. 음원 서비스 업체는 가격 변동을 고지한 후에는 적극적인 동의(Opt-in)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과도한 할인율도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마치 백화점 입점 업체가 백화점 방침에 따라 억지 할인행사를 하는 것처럼 저작 권리자들은 음원 서비스 업체가 할인 묶음을 만들면 이에 동원되어 할인율만큼의 손실을 감당해야 했는데 이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나서야 할 숙제는 더 있다. 음악 기획사나 뮤지션들에게 음원 서비스 업체의 징수 요율만큼 민감한 문제가 바로 방송보상금이다. 노래연습장에서 사용자가 부른 노래, 방송사에서 사용한 곡, 광고에서 사용한 곡,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과 벨소리의 저작 권리료는 권리자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권리를 신탁한 협회를 거쳐서 전달된다. 저작권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실연권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가, 저작인접권은 한국음반산업협회 (음산협)와 한국음악제작자협회 (음제협)가 징수해 이를 저작 권리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다.

권리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신탁하고 있는 이런 협회가 음원 사용자들에게 확실하게 이용료를 징수하지 못하고 분배율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경우 이런 문제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보상금 수령 단체로 지정한 것을 취소하기도 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이와 관련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음원 저작 권리자의 신탁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경우를 참고할 만하다. 한국은 권리 신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일본은 특화된 신탁 업체가 다양하게 있어서 저작 권리자가 고를 수 있다. 일본 신탁 업체들은 저작 권리자들의 선택을 놓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저작자의 권리를 집행하고 산업의 변화에 맞춰 전문 분야를 두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우리 음악산업 총매출액을 5조8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음악산업 관련 수입액이 1383만 달러인 데 비해 수출액은 5억1258만 달러로 약 37배에 이른다. 이에 걸맞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리라 보인다. 이런 저작 권리료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개설한 상생협의체에서 중재하던 것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정책 자문기구로 ‘음악산업발전위원회’를 두고 논의 중이다. 업계는 영화진흥위원회를 만들어 영화계 관련 이권을 정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산업진흥위원회를 설립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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