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습니다. 〈Butter〉로 7주 연속, 바로 뒤 이어 〈Permission to Dance〉가 바통을 이어받아 8주째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방탄 현상'의 배경과 의미를 짚어본 지난 기사를 소개합니다.  

ⓒ시사IN 신선영1월22일 김영대(왼쪽),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가 서울 마포구에서 만나 BTS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BTS 현상’이라는 거대한 사건은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와 무관하게 벌어졌다. 일부 평론가들은 ‘음악평론가가 필요 없는 시대’라고 자조한다. 음악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사후 해석의 영역에서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들은 동시대 해외의 음악 트렌드나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안에서 BTS의 좌표를 좀 더 수월하게 찾는다. ‘왜 BTS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두 평론가의 대담으로 모색한 까닭이다.

김영대 평론가는 지난해까지 13년간 미국에 머무르며 해외 케이팝의 흐름을 지켜봤다. BTS의 미국 공연을 직접 본 경험을 토대로 〈BTS:The Review〉를 펴냈다.

김윤하 평론가는 아이돌 대중음악인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에 대해 저술해왔다. BTS가 아이돌 최초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상’을 수상한 2018년, 선정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BTS가 명실공히 ‘케이팝 대표선수’가 된 상황에서 대담은 자연히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두 사람의 생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BTS의 인기는 케이팝의 강점을 극도로 연마한 산물이자, ‘X팩터’로 차별화를 꾀한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것. 1월22일 BTS 멤버들의 얼굴로 꾸며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대담을 나눴다.

BTS를 언제부터 주목하기 시작했나?

김윤하:케이팝 보이그룹의 흐름에 집중하다 보니 ‘어? 뭔가 왔는데?’라는 느낌이 온 지점들이 있었다. 우선 ‘상남자’를 발표한 2014년 무렵부터 케이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BTS에 대한 ‘언급량’이 늘었다. 확연히 주목하게 된 건 2015년 〈화양연화 pt.1〉 앨범이 나오면서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타이틀곡인 ‘아이 니드 유(I need you)’의 티저 영상이었다. (그룹의) 기존 색깔과 완전히 달라진 것도 놀라웠는데, 그에 대한 온라인상 반응도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실제로 이 음반이 정식 발매된 뒤가 국내 BTS 팬덤의 급성장이 시작된 시점이다.

김영대:‘래퍼들을 중심으로 한 보이밴드가 만들어진다’는 말은 데뷔 전부터 전해 들었다. 본격적으로 눈여겨본 건 2014년 미국에서 한 ‘K콘’ 공연을 직접 보면서였다. 2013년 데뷔했는데 이듬해 미국 공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반응을 훨씬 넘어섰다. 알고 보니 몇 달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극장에서 200명 정도 모아놓고 공연을 했는데, 거기서도 열기가 굉장했다고 하더라. 강렬한 무대와 소수이지만 열광적인 팬들의 시너지를 보고 ‘넥스트 빅뱅’ ‘대박 아티스트’가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느낌의 영역이다.

ⓒ연합뉴스2014년 2월11일 미니 앨범 〈스쿨 러브 어페어〉를 발표한 BTS가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뷔 초 BTS는 ‘힙합 아이돌’을 표방했다. 힙합과 아이돌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다.

김영대:사실 BTS 데뷔 전에는 힙합 아이돌이란 기획이 좀 위험하다고 봤다. ‘힙합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여타 아이돌에게도 나온 적이 있다. 지금 평가하자면 BTS와 다른 팀의 가장 큰 차이는 ‘음악의 서사 속에 멤버들의 이야기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BTS는 RM이나 슈가, 제이홉이란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가 음악에 고스란히 담기도록 노래를 만들었다. 초창기 BTS 멤버들이 랩 가사를 써오면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보고 여러 차례 내쳤다고 한다. ‘나는 차가 있고, 여자가 어떻고’라는 내용의 가사에 대해 ‘너 차 있어? 부자야? 너희가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가사가 중소 기획사의 한계, 연습생 시절의 고난, 지방 출신의 서울 상경 같은 이야기였다. 아이돌이지만 다른 힙합풍 아이돌과 다른, 진정성의 경계가 형성됐다고 본다.

김윤하:사실 BTS를 힙합과 결합시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굉장히 초기에 한한다. ‘아이 니드 유’ 발표 이후로는 완전히 팝 스타일로 바뀌었다. BTS의 초기 음악은 특히 태도 면에서 10대가 선호하는 힙합의 측면이 강했다. 반항적이고 사회비판적이고, 좀 어두운 스타일이었다. 10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되 멤버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인 힙합을 쓴다는 것이다. 처음 데뷔했을 땐 아예 ‘학교 3부작’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점으로 다뤘다. 힙합이 가진 반항적 느낌을 음악으로 풀어내던 시기였다.

어째서 ‘팝 스타일’로 선회한 건가?

김윤하:외부에서 전부 알 수는 없다. 다만 초기 대중적 반응이 아주 뜨겁지는 않았다. ‘하는 만큼 성과가 안 나온다’는 멤버 인터뷰가 공개되기도 했다. 회사 측 판단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을 수도 있고, 멤버들이 음악에 관여하는 팀이기에 스스로 스타일을 바꿔보겠다고 했을 수도 있다. 멤버와 기획사 스태프들이 1년 활동을 결산해보고 ‘바꿔보자’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사실 ‘모 아니면 도’인 판단이었는데, 아주 좋은 쪽으로 결말이 났다.

김영대:힙합 콘셉트가 잘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변신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큰 그림이 있었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 (초기부터) 이 그룹은 꿈이나 행복을 찾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당시에는 멤버들이 어려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힙합 요소를 활용해 푸는 모델은 서태지와 아이들, H.O.T. 등에게 따왔다고 본다. 그런데 멤버들이 20대로 넘어가면서 이런 방식으로 풀 수 없는 지점이 등장했고, 그래서 변신하게 된 것일 수 있다. 사실 이미지 변신을 통한 아이돌의 성장 서사는 대부분 그룹의 정석이기도 하다. 변화 시점이 언제냐의 문제일 뿐이다.

‘BTS 팝’이 일반적 케이팝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김윤하:사운드 면에서 기존 케이팝과 다른 이 팀만의 특별한 부분은 보컬 풀(pool)의 느낌이다. 아이돌 팝을 오래 들어온 분들은 알 텐데, 기본적으로 케이팝은 ‘질러주는’ 메인 보컬이 있어야 한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예~’ 하고 고음을 내지르는 멤버가 있다.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각 그룹의 대표 멤버다. 이 멤버의 존재가 그룹 전체의 음악 스타일에도 영향을 준다. 이 보컬을 살리려면 곡이 연약해서는 안 된다. 강렬한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 니드 유’나 ‘페이크 러브(Fake love)’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런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곡들이 해외 팝 느낌이 드는 이유는 한국 가요 스타일의 기승전결이 없어서인 것 같다.

김영대:기존 케이팝 공식대로라면 예컨대 뷔가 처음 부르면 다음 진이 부르고 그다음 지민이 부른 뒤, 마지막 고음은 정국이 불러서 확 터뜨려야 한다. 그런데 그런 전형을 따르지 않는다. 곡 분위기에 따라 (구성이) 다르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컬들의 음색 차이도 크다. 단순히 목소리가 좀 다른 게 아니라 각 멤버들이 지향하는 정서,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 또 하나는 (음악) 엔지니어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인데, 음악이 거칠다(raw). 케이팝 프로덕션은 깔끔하고 정돈된 사운드로 유명하다. 그런데 BTS와 그 이후 남자 아이돌 그룹의 사운드는 좀 ‘지저분한’ 느낌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기술이 충분히 있는데도 굳이 거친 느낌을 살렸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BTS 음악은 일반적 케이팝에 비해 더 현대적이다.

수록곡의 메시지나 ‘세계관(그룹이나 특정 앨범에 대한 가상의 설정)’이 특별하다고 이야기하는 팬들이 있다.

김윤하:BTS의 메시지 중 가장 사랑받은 걸 꼽자면 ‘너 자신을 사랑하라’인데, 누구에게나 유효한 이야기다. 더 많은 국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나 세계관이 막상 깊이 들어가보면 심오한 구석도 있다. 뮤직비디오든 세계관을 설명한 글이든 ‘파볼 수 있는’ 요소가 숨겨져 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은 소재가 겹치다 보니 점점 복잡해지는 일이 잦다. 심플한 메시지를 내세워 문턱을 낮추되 들어가서는 펼쳐지는 게 많아야 성공적 결과를 낳는 것 같다.

김영대: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메시지와 서사의 독창성이야말로 BTS를 차별화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2018년 발표한 ‘아이돌(Idol)’이란 곡도 가볍게 들으면 신나는 파티 트랙이다. 그런데 가사의 의미를 보면 ‘네가 나를 아이돌로 부르든 아티스트로 부르든 상관없어. 나는 나일 뿐이야’라는 메시지가 있다. 케이팝 아이돌이 이런 식의 대범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없다. 같은 해 나온 ‘페이크 러브’는 ‘지겨운 사랑에 지쳤다’는 내용이다. 이 앨범의 테마가 ‘자기애(Love yourself)’라는 걸 생각하면 ‘너희는 너희를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는 거니? 아니면 그건 거짓 사랑이야’라는 말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기존 케이팝 그룹들이 가진 장점에 더해 이런 메시지를 음악에 녹여낸 게 BTS의 특징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방탄소년단은 2018년 1월13~14일 아미(ARMY) 4기 팬미팅 ‘BTS 4TH MUSTER [Happy Ever After]’를 개최했다.

BTS가 물려받은 ‘케이팝적’ 특성은 무엇이 있나? 서구권 주류 음악과 어떻게 다른가?

김영대:미국 음악은 기본적으로 장르주의다. 각 지역과 인종을 기반으로 한 시장이 한데 모인 게 미국 음악시장이다. 그래서 목표가 확실하다. 앨범 수록곡 1번은 발라드, 2번은 댄스, 3번은 힙합으로 삼는 구성이 한국에서는 흔하지만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 청중을 겨냥해 그 사람들을 위한 음악만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은 그런 식의 독립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절충적이다. 힙합을 지향하는 곡도 하드코어 힙합은 아니고, EDM(파티 등에서 활용되는 전자음악)도 완전한 클럽 EDM은 아니고.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도로 안전한 레벨의 절충주의가 케이팝의 특징이다.

김윤하:무엇보다 케이팝은 퍼포먼스가 두드러진다. 절대 음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치 밴드의 한 악기처럼 퍼포먼스는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필수 요소에 가깝다. 노래만 듣고 즐길 수도 있지만, 퍼포먼스가 결합되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BTS의 앨범 〈맵 오브 더 솔:7(Map of the soul:7)〉의 타이틀곡 ‘온(On)’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다. 노래만 들은 뒤에는 ‘왜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걸었지?’라는 생각이었는데, 함께 공개한 퍼포먼스 비디오를 보자 바로 이해가 갔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밴드, 군무의 여러 요소, 글로벌한 배경 등 BTS가 만들어온 여러 서사가 집약된 비디오였다. BTS뿐만 아니라 대부분 케이팝 아이돌은 음반을 만들 때 절대 음악만 생각하지 않는다.

해외 뮤지션들도 공연이나 뮤직비디오에서 안무를 보여주지 않나?

김영대:선후의 문제다. 과거 세계적 인기를 모은 미국 보이밴드 백스트리트보이스(Backstreet boys)나 엔싱크(Nsync)는 ‘춤도 출 줄 아는 가수’에 가깝다. 한국(케이팝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노래와 랩을 할 줄 아는 댄서’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한 흑인음악 전문 교수에게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더니 ‘얘들은 비보이들처럼 춤을 춘다’고 하더라. 실제 아이돌을 훈련시킬 때 가장 중점을 두고 가르치는 게 춤이다. 안무를 제일 강하게 훈련시킨 뒤 보컬, 랩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데뷔를 한 뒤 음반을 낼 때에도 중심은 퍼포먼스다. 퍼포먼스, 비주얼, 뮤직비디오를 먼저 구상한 뒤, 사운드를 거기 끼워 맞춘다.

김윤하:퍼포먼스는 댄스가수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발라드형 아이돌, 밴드형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퍼포먼스라는 게 춤일 수도 있지만 ‘무대연기’라고 쓰기도 한다. 표정, 제스처, 감정표현 등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이 퍼포먼스에 속한다.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케이팝 그룹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노래만큼 중요하다. 해외 뮤지션 대비 BTS의 강점 역시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서 매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BTS의 인기는 해외에서 먼저 올라왔고, 추후 역수입됐다고 보나?

김윤하:단계별로 올라간 부분이 있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좋은 반응이 늘어난 구간도 분명 있고, 해외 온라인 반응이 뜨거워진 때가 있고, 해외에서 수상하면서 더 넓은 폭의 대중이 궁금증을 가진 구간도 있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로 선정되고, 빌보드 차트 순위에 들면서 ‘갑자기?’ ‘그 정도야?’ ‘누군데?’라는 질문이 나온 때가 두드러진 역수입 구간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미국 진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팀이 아니었기에, 이 시기 ‘방탄소년단이 누구예요?’ ‘왜 인기가 많아요?’라는 질문을 100번쯤 받은 것 같다(웃음).

김영대:무명 그룹이 갑자기 해외 인기 덕에 떴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BTS를 ‘현상’으로 만든 인기는 단연 미국발이다. 2017년 내가 미국 언론에 기고한 게 국내 언론에 역으로 인용되기도 했다. BTS가 ‘이건 왜 미국 애들이 좋아해?’라는 반응을 자아낸 첫 번째 가수라고 본다. 이전까지 ‘미국 진출’이라는 말을 붙이는 가수는 정말 한국과 동아시아를 ‘점령’한 검증된 사람들이었다. 한국 최고의 케이팝 스타가 미국 최고의 케이팝 스타인 게 당연했다. 오히려 시차가 늦다. BTS의 인기는 그 분화 양상이 중요하다. 세계 각 지역마다 한국의 인기와 관계없이 ‘나는 얘들이 좋은데?’라고 드러낸 사례다. 미국 등지에서 동시대 한국과 아시아권 인기에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선택했다.

BTS와 달리 적극적으로 미국 진출을 꾀한 이들은 대개 실패했다.

김윤하:뉴미디어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간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로 해외에 진출하는 이들은 해외에서 ‘주입형’ ‘톱다운’식 전략을 폈다. 해당 지역 유명 가수의 오프닝 공연에 서고,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음반을 파는 등 위에서 떨어뜨리는 식이었다. 자본과 인력, 연결고리가 필요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대형 소속사 가수들만 해외시장을 노크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 그런데 유튜브 등 뉴미디어는 선택형이다. 누가 ‘이게 좋아, 먹어봐’라고 알려줘서가 아니라, 직접 보다가 ‘어 좋은데?’ 하면 스스로 더 보고 듣는다. 이미 2015년쯤부터 BTS의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영상은 국내 피드백이라고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유튜브 조회수가 폭발했다. 해외발 리액션 영상도 속속 올라왔다.

김영대:빅히트에서도 처음에는 해외 인기에 깜짝 놀랐다고 들었다. 의식적으로 해외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중이 BTS를 선택했다고 할 수도 있고, 발견했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일종의 분기점에 온 것 같다. 보편적 음악 대중이라는 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라디오와 TV가 만들었던 문화다. 김건모 노래는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라디오에 나와서 히트곡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개인이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한 달 치 돈을 낸 뒤 스스로 선택한다. 신곡이 나오면 들어보고 별로면 다른 걸 듣는다. 이 구조에서는 가이드가 필요 없다. 음악 미디어, 유명 PD, 라디오 채널이 취향을 쥐고 다수 대중을 움직이던 시대가 끝났다.

어떻게 BTS가 뉴미디어 시대의 수혜자가 되었나?

김영대:팬덤과 유대감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음악이나 영상 면에서 자연적 이미지를 많이 살렸다. 한동안 케이팝이 인공적 세트와 화려한 그래픽, ‘하이퍼모던’과 ‘카리스마’만 연상케 하던 때도 있었다. BTS는 청춘 담론을 내세우고 SNS로 팬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사는 모습을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고 무대 뒷모습도 보여줬다. 트위터에 엉뚱한 사진도 올리고. 음악을 떠나서 유쾌하고 인간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는 팬들이 있었다. ‘저 사람이 진짜라는 느낌’에서 오는 심리적 애착관계가 굉장히 크다. 화질이나 음질의 향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취약성을 드러내 매력으로 승화했다.

김윤하:노출을 많이 한 데서 온 결과 같다. 예전 케이팝 그룹들이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사적인 부분을 가려 ‘신비주의’를 표방한 반면, BTS는 이면을 더 드러내면서 팬들과 유대감을 쌓는 방식을 취했다. 데뷔 초부터 뉴미디어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거의 모두 팬들과의 소통을 겨냥했다. 지금은 이 방식이 업계 표준이 됐다.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 과거 아이돌은 무대 위에서 내려오면 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하인드 영상을 찍고, SNS에 ‘셀카’ 찍어 올리고, 팬들과 SNS로 직접 소통해야 하는 등 절대적 노동량이 늘었다. 공사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너무 많은 영역을 노출하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는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 형식에 대중이 익숙해져버렸다는 생각도 든다. 문화적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방탄소년단 트위터 갈무리2019년 10월30일, 1년2개월의 월드투어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를 마친 BTS가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팬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음악, 마케팅, 기술 등 케이팝 아이돌은 여러 면에서 조력을 얻는다. 비틀스 같은 과거의 밴드들처럼, BTS의 성취도 각 멤버들의 것으로 볼 수 있나?

김영대:기준점을 비틀스에 맞춘다면 다른 종류의 성취가 맞다. 물론 비틀스를 필두로 팝 음악의 거장들 역시 알고 보면 프로듀서, 프로모션, 레코드사 등의 상업적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케이팝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전문화되다 보니 각 파트가 담당하는 역할 또한 더 중요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요소가 세분화되어 있다는 이유로 (BTS의 성공이)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밥 딜런이나 BTS나 청중이 음악에 감동하고 상호 교감할 수 있다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케이팝 아티스트가 꼭 ‘케이팝 싱어송라이터’여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김윤하:대중음악계에 일종의 진정성 신화, 음악적 순혈주의가 남아 있다. 케이팝 판에서도 아직 자작곡을 쓰는 멤버가 있는 팀을 더 대접하는 분위기가 있다. 어떻게 보면 BTS도 이런 인식의 수혜를 얻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곡을 쓰지 않으면 모두 거짓이고 가짜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무대는 수백 명이 달라붙어 만든 에너지원이 폭발하는 곳이다. 무대 위 가수는 모든 힘을 모아 완성품으로 만드는 최종 퍼포머, 메신저이다. 케이팝 아이돌이 자부심을 더 가져도 좋다고 본다. 시스템의 부속일 뿐이라는 생각보다는 최종 전달자, 결정권자라고 생각해도 된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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