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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프 개릿이란 가수를 아십니까? 저는 그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1980년 개릿의 내한 공연 당시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 김포공항과 공연장에서 그에게 집어던져진 속옷 등이 당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것을 기억할 뿐입니다. 혹시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란 아이돌 그룹은 들어보셨습니까? 그들은 1992년 한국을 방문했는데, 일부 팬들이 무대로 돌진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서방국가 출신 대중 스타들에 대한 한국인의 열광에는 그들의 캐릭터나 음악성 외에 서구에 대한 동경이 깔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겐 한국 출신 아이돌 그룹인 BTS가 서방국가의 대중 사이에서 이뤄낸 일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1980~1990년대엔 한국인이 서구 스타에게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상상조차 못했거든요. 이런 한계 때문에, BTS의 음악 자체보다 그들이 서구인들에게 환호받는 모습에 이른바 ‘국뽕’이 차오르는 촌스러운 체험만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이상원 기자가 ‘BTS 현상’과 케이팝에 대한 기사를 발제했을 때 반갑기도 두렵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그 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분석 기사를 써달라고 주문했지요.

저에게는 ‘국뽕’인지 모르겠지만 이상원 기자는 아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과 시장 환경의 변화, 서구인에게 청룽·저우룬파 등 다른 아시아계 스타들과 BTS의 차이점, 케이팝의 ‘생산’ 시스템, 지난 수년 동안 글로벌 차원에서 바뀐 음악 향유 수단 등의 단서를 종횡무진하면서 BTS의 성공 배경을 매우 사실적이고 차갑게 분석하고 있어요.

읽는 분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연예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획사들이 음악시장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깃 시장’을 바꾸고 아이돌 육성·관리 시스템을 형성해가면서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탄생합니다. 이상원 기자는 BTS의 성공이 케이팝의 틀을 다시 어느 정도 극복한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다른 분들이라면 기사에서 제기되는, BTS가 균열을 냈다는 ‘성애에 대한 인종적 고정관념’, 나름의 상업적 효과를 발휘했으나 부작용도 크다는 스타 생산 시스템, 매체 환경의 흐름에 따른 관객과 스타의 관계 변화 등에 주목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과연 ‘문화’라는 장르에 걸린 이야기는 굉장히 풍부하네요. 〈시사IN〉은 앞으로 정치나 정책, 경제, 국제 문제는 물론 좀 더 다양한 주제를 비중 높게 포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BTS의 멋진 사진을 표지로 올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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