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읽어야만 본색이 드러나는 책 [여여한 독서] 김이경(작가) 끝까지 읽어야만 본색이 드러나는 책이 있다. 엄청난 반전을 숨긴 미스터리만이 아니다. 〈에코페미니즘〉이 그렇다. 처음엔 실현 가능성 없는 당위를 얘기한다고 여겼는데 자본주의 경제, 역사, 정치, 과학, 의학, 여성혐오와 폭력, 유전자조작과 재생산 기술, 식민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에 이르는 전방위적 논의를 좇다 보니 사고방식이 바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개벽이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책에서 말하는 변화는 크고 깊고 근원적이다.두꺼운 책을 완독한 뒤 앞으로 돌아가 다시 서론을 읽었다. 처음엔 선언적이라 [나와 시사IN] 14년 동안 〈시사IN〉을 메모하면 생기는 일 안산·주하은 기자 ‘한 번 읽고 잊기에는 아까운 기사가 많아’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김영돈씨(47)의 메모장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끝나지 않았다. 거창한 제목도, 깔끔한 편집도 없이 줄줄 써내려간 원고지 8500장 분량의 텍스트(txt) 파일. 2008년 3월1일자 〈시사IN〉 제24호 ‘파티는 끝나고…’부터 현재까지 14년의 기록이다. ‘인플레이션의 선행 지표 구실을 하는 원재료 물가’로 시작한 메모는 제772호에 실린 마지막 ‘시사 에세이’ 중제 ‘모든 약점은 이 사회의 가능성이다’로 끝맺어져 있었다.이 메모는 김영돈씨에게 자신만의 사전 구실을 윤석열 대통령, 노란봉투법 제대로 알고 있나? 전혜원 기자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시사IN〉에 보도된 한 기사를 보고 편집국장 앞으로 편지를 썼다. 쌍용차 노조가 손해배상(손배)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였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편지에는 현금 4만7000원이 들어 있었다.〈시사IN〉은 2014년 신년호에 이 사연을 실었다. 독 [기자들의 시선] ‘소년판 삼청교육대’로 불리던 곳 주하은 기자 이 주의 선거극우 정당이 재림했다. 9월25일(현지 시각)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 형제들(FdI)’이 상·하원에서 약 26%를 득표해 제1당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형제들’의 멜로니 대표가 총리가 될 예정이다. 멜로니가 총리에 취임하면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파 총리가 된다. 멜로니는 2014년 ‘이탈리아 형제들’ 대표가 된 뒤 반이민·반유럽연합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주의 의결서울시의회가 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 [포토IN] 누렇게 익어가던 벼가 진흙에 파묻혔다 익산·조남진 기자 콤바인이 들어갈 자리에 트랙터가 들어갔다. 9월27일 오전 전북 익산시 오산면 영만리 들녘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익산농민회가 농민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근본적인 쌀값 안정화 대책’을 촉구하며 추수를 앞둔 논 약 1200평을 갈아엎었다. “언제까지 자식같이 키운 벼를 갈아엎으면서까지 농사를 지어야 합니까?” 누렇게 익어가던 벼가 진흙 범벅에 파묻히자 농민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쌀값 추락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며 지난 9월15일 전농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논을 갈아엎은 것을 윤석열 정부 난맥상 드러낸 영빈관 신축 논란 문상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물려받은 건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1100조원에 육박하는 장부다. 그렇다고 건전재정을 훼손할 수 없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8월25일 2023년도 예산안 사전 브리핑).”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재정 운용 기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첫 예산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처음 편성한 2023년도 예산안을 8월30일 확정했다. 재정 운용 기조는 ‘허리띠 조이기’다. 지난 5년간 늘어난 나랏빚을 줄이고,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응하려는 조치라는 게 윤석열 [나와 시사IN] 시사주간지로 만든 ‘느슨한 공동체’ 울산·전혜원 기자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사IN〉 읽기 모임이 있다. ‘일상학교 뉴스카페(facebook.com/everydaylifeschool)’다. 울산과 부산에서 2주에 한 번 〈시사IN〉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울산은 직접 만나서, 부산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정한신씨(47)는 2016년 이 모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우연한 계기로 구독했다. 시사잡지이지만 정치뿐 아니라 사회·문화 등 다루는 내용이 다채롭고, 시각도 비교적 균형 잡힌 데다 깊이가 있었다. 이런 잡지라면 사람들과 같이 읽 대우조선해양 파업 후 남은 건 손배 470억원 거제·나경희 기자 최안. 전쟁을 겪었던 할아버지는 그가 최고로 평안한 삶을 누리기를 바랐다. 유최안(40)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 부지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름이 전부 성씨잖아요. 유씨, 최씨, 안씨. 그래서 늘 세 사람 몫을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는 지난 6월22일부터 7월22일까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에 불과한 공간에 스스로를 가뒀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임금인상 30%’와 ‘하청노조 인정’을 요구했으나 결국 하청업체 대표단과 ‘임금인상 4.5%’ 선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파업은 끝났지 MBC로 간 해외 순방?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지난 9월22일 밤. 지난 호 〈시사IN〉 마감 작업이 한창일 때였다. 김동인 기자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해명 기사를 전해주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니, 다시 한번 들어달라고 김 홍보수석이 말했다는 것이다. “앞부분 ‘이 ××’는 맞나, 그렇다면 이건 우리 국회라는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 의회가 아니라는 거다”라고 했고, 취재진이 “한국 의회인가”라고 묻자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 커지겠구나 예상했다. 불똥이 MBC로 튈 줄은 짐작조차 [기자들의 시선] “내가 마흐사 아미니다” 김은지 기자 이 주의 반성문포털사이트에서 ‘반성문’이라고 쳐본 적이 있는지? 대필 광고가 다수 뜬다. 해당 시장의 규모와 반성문이 악용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현재 ‘진지한 반성’은 감경·감형 요소다. 9월28일 불법 촬영으로 구속 기소된 한 의대생의 결심공판에서도 반성문이 등장했다. 여자 화장실에서 32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에 대해 검찰은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부모님이 매일 반성문을 쓴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성문이 감경·감형 요소인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이 주의 전 국민 청력 테스트 다음은 혈압 테스트?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순차가 아닌 동시통역으로 진행돼 핵심적인 얘기는 다 오갔다.”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미 정상이 48초 만나는 데에 그친 것을 두고 9월2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렇게 말해. “이미 만나기 전에 세 가지 현안을 협의 채널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 전부 전달했다”라고 설명. 그런 거라면 미국에는 뭣 하러 갔는지….“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윤석열 대통령이 9월26일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이 미국 순방 중 비속어를 쓰는 등 논란이 된 2023년 예산안 보도 정부와 언론 중 누구 잘못? [미디어 리터러시]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3년 예산안이 발표됐다. 모든 정부는 자신이 편성한 예산안의 장점을 홍보한다. 정부가 장점을 과장하니 언론은 검증해야 한다. 언론이 검증을 못하고 있다면 그 책임 소재를 따져보자. 책임은 언론에도 있지만 정부에도 있다.첫째, 2017년 3.7% 증가한 예산안을 내놓을 때, 정부는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자 ‘슈퍼 예산’이라는 말을 쓰면서 홍보했다. 정부가 슈퍼 예산이란 말을 쓰면 3.7% 증가도 슈퍼 예산이 되더니, 정부가 ‘건전재정’이란 홍보 문구를 쓰면 5.2% 증가도 건전재정이 된다. 정부의 표현을 검증하지 못 ‘구속 혁명’ 덕에 슬라이더도 뜨네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한국야구학회 이사) 올해 KBO리그는 강속구의 시즌이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4.2㎞로 역대 최고다. 구속 상승은 2018년 시즌부터 시작됐다. 패스트볼이 빨라지면서 슬라이더가 효과를 내고 있다. 여타 구종에 비해 투구 효과성을 측정하는 구종 가치(PV) 상승이 두드러졌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현재진행형인 현상이다.패스트볼 ‘구속 혁명’의 원조는 메이저리그다.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2002년부터 패스트볼 구속을 집계해왔다. 2002년 메이저리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9.0마일이었다. 환산하면 시속 143.2㎞로 올해 KB 중립금리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금리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 즉 금전대차 거래에 수반되는 개념입니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는 서로 합의한 금리에 근거해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주는 이는 이자를 받습니다. 자금대차 거래에는 만기가 존재합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언젠가는 원금을 돌려받아야 하기에 돈을 빌려준 날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날까지의 기간을 만기라고 부릅니다.정부도 시장에서 돈을 빌립니다. 한국 정부의 경우 통상 1년, 2년, 5년, 10년, 20년, 30년, 50년 만기로 돈을 빌립니다. 각각의 만기에 적용되는 금리는 모두 다릅니다. 직관적으로 보면 요양시설이 나을까 집이 나을까? [삶이 묻고 경제학이 답하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 및 정책학과 교수) 거의 20년 전 일입니다. 2004년 여름 저는 충남 아산시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 중 하나가 방문 진료였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집으로 찾아가 진료하는 일이죠.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환자 두 분이 있습니다. 중풍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60대 여성인데 고혈압 환자였습니다. 대소변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대변이 방바닥에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집으로 들어갈 때 신발을 정말 벗어야 하나 잠시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사는 아들은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습니다.또 다른 환자는 임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