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이, 안형국, 서준, 정한신, 이효정, 한혜지 독자(왼쪽부터)가 〈시사IN〉 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사IN〉 읽기 모임이 있다. ‘일상학교 뉴스카페(facebook.com/everydaylifeschool)’다. 울산과 부산에서 2주에 한 번 〈시사IN〉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울산은 직접 만나서, 부산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정한신씨(47)는 2016년 이 모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우연한 계기로 구독했다. 시사잡지이지만 정치뿐 아니라 사회·문화 등 다루는 내용이 다채롭고, 시각도 비교적 균형 잡힌 데다 깊이가 있었다. 이런 잡지라면 사람들과 같이 읽어도 괜찮겠다고 여겼다. 사실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세상을 믿고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동료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같은 마음으로 연대해야 했다. 〈시사IN〉이 그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가면서도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먼저 커버스토리에 대한 토론을 하고, 각자 주목한 기사 한 개씩을 선정해 이야기를 나눈다. 따로 정해진 토론 규칙은 없지만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2018년부터 이 모임에 참여하는 이효정씨(29)는 “집이나 회사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시기에 지인 소개로 시작했다. 여기서는 나이·성별·직업에 상관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읽을 때의 장점이 있을까? 이효정씨를 통해 모임에 참여하게 된 한혜지씨(27)는 “혼자 기사를 읽으면 결국 개인의 문제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에 오면 이게 왜 구조의 문제인지 알려줘서 좋았다. 이관휘 교수님의 ‘자본시장 이야기’나 대장동 사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뉴스를 쉽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혼자 읽을 땐 이해되지 않던 내용이 이해된다”라고 말했다. 가죽공방을 운영하는 서준씨(31)는 “참여하는 분들 직업이 다양하다. 나 같은 자영업자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는 사람, 교육자, 회사원, 목사님까지. 생각의 결이 비슷해도 한 사안을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3년 넘게 읽기 모임에 참여 중인 안형국씨(30)는 “사회·정치 기사를 계속 읽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요한다. 지지부진하게 해결되지 않는 현상들을 혼자 고민하다 보면 피로감을 느끼고 소진되기 쉽다. 그래도 같이 읽으면 ‘어떤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얘기하면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찾으려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뉴스카페 회원들은 올해부터 ‘월간 작당’을 시작했다. 나무를 심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걷는 등 한 달에 한 번 작게라도 함께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여럿이 함께 볼 수 있는 매체는 많다. 그중에서도 〈시사IN〉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인터넷 기사를 보면 기승전결을 파악하기 어렵다. 독자가 이미 안다고 생각하고 기사를 쓰니까 ‘윤핵관’ 같은 얘기도 배경지식이 없으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 〈시사IN〉은 어떤 이슈를 다루든 용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결론에서는 관점을 가지고 사건을 보게 해주니까 한 기사를 읽더라도 ‘맥락’을 알겠더라. 그게 좋았다(한혜지).”

물론 회원들이 〈시사IN〉의 모든 논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고발 사주’ 논란을 연속해서 커버스토리로 다룰 때는 피로감을 느낀 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몇 년씩 시간을 내어 〈시사IN〉을 매개로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잡지 한 권에 4000원을 받아서 이익이 남느냐’며 회사를 걱정하기도 한다. 길촌자연교회 김광이 목사(47)는 “점점 종이잡지가 버티기 쉽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는데 오래 버텨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정보도 볼 것도 너무나 많다. 시민들이 모여서 생각을 공유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시사IN〉이 그런 믿음을 주고 있다. 적어도 이 잡지를 놓고 함께 대화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어떤 지점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시민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정표라는 느낌이 든다. 그 신뢰를 계속 유지해줬으면 좋겠다(정한신).” 창간 15년을 맞은 〈시사IN〉의 ‘이정표’가 보이는 듯했다.

 

기자명 울산·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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