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10월 ‘〈시사IN〉 트래블:나의 첫 아프리카 여행’에서 권주완(왼쪽)·황선영씨 부부는 처음 만났다. ⓒ김흥구

“나에겐 〈시사IN〉에 감사함을 느끼는 특별한 이유가 한 가지 있다. 〈시사IN〉에서 기획한 여행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기 때문이다.” 오랜 독자인 권주완씨(32)에게 〈시사IN〉은 각별하다. 권주완씨와 황선영씨(35) 부부는 2018년 10월 아프리카에서 처음 만났다. 그해 〈시사IN〉은 ‘〈시사IN〉 트래블:나의 첫 아프리카 여행’을 기획했다.

권주완씨는 2011년 군대에서 처음 〈시사IN〉을 알게 됐다. “일상생활에 매몰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잡지를 읽었다. 아프리카 여행을 신청한 것도 일터에서 맴도는 일과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황선영씨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지만, 선뜻 같이 가겠다는 친구가 없었다. 혼자 가기엔 위험해 보이는데 패키지여행은 싫었다. 그때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고 ‘〈시사IN〉 트래블’을 선택했다. “〈시사IN〉을 통해서 가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여행지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 기억에 남을 만큼 동행한 독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다 흥미로웠다.”

사건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일어났다. 귀국길 경유 항공편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낮에 도착했을 때 한산하던 공항은 저녁이 되자 사람들로 가득 찼다.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데, 황선영씨가 과호흡과 공황장애로 갑자기 쓰러졌다. 행사를 기획한 고재열 당시 〈시사IN〉 기자가 외쳤다. “주완씨가 업어요!” 그 자리에서 권씨는 황선영씨를 업고 자신의 짐과 황씨의 짐을 목에 걸었다.

남은 건 권주완씨가 인파를 뚫고 탑승 게이트 앞까지 가는 일이었다. 그는 군중 사이를 돌파해 앞으로 나갔다. 게이트까지 가지 못하면 아무 조처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비행기 안에서 황씨의 상태가 안정됐다. 권주완씨는 그때야 자신의 바지가 찢어지고 속옷이 비친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 가면 바지도, 밥도 사주겠다던 황선영씨의 말이 인연이 돼 두 사람은 2020년 결혼했다.

권주완씨는 “〈시사IN〉을 읽고부터 일상에 갇혀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반려자를 만났기 때문만이 아니다. 잡지를 읽으면서 여러 사람의 삶을 알게 됐다. 장점마을 이야기는 마음에 깊이 남았다('장점마을의 17년-해바라기 꽃 필 무렵' 기사 참조). 마을 공동체가 담배 찌꺼기를 태워 비료를 만드는 공정 때문에 병드는 모습을 목격했다. 충격적이었다. 암으로 숨지고 투병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가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읽기를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읽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읽으면서 나도 아파진다. 그런데 이렇게 아프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읽어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되고 타인의 고통에 반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나의 일상에만 고립되어 있지 않도록 〈시사IN〉이 아픈 사람,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깊이 있게 실어주면 좋겠다(권주완).”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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