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돈 독자(사진)는 2008년 발행된 〈시사IN〉 제24호부터 2022년 현재까지 구독하며 메모를 해왔다. ⓒ시사IN 조남진

‘한 번 읽고 잊기에는 아까운 기사가 많아’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김영돈씨(47)의 메모장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끝나지 않았다. 거창한 제목도, 깔끔한 편집도 없이 줄줄 써내려간 원고지 8500장 분량의 텍스트(txt) 파일. 2008년 3월1일자 〈시사IN〉 제24호 ‘파티는 끝나고…’부터 현재까지 14년의 기록이다. ‘인플레이션의 선행 지표 구실을 하는 원재료 물가’로 시작한 메모는 제772호에 실린 마지막 ‘시사 에세이’ 중제 ‘모든 약점은 이 사회의 가능성이다’로 끝맺어져 있었다.

이 메모는 김영돈씨에게 자신만의 사전 구실을 해왔다. “십몇 년이다 보니까 특정한 용어가 반복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그 단어를 메모장에서 검색해본다. 그러면 지금 기사에서는 나오지 않는 설명을 옛날 기록에서 찾을 때도 있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설명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첫 메모와 마지막 메모엔 모두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적혀 있었다. 그렇게 김영돈씨는 새로운 기사를 읽을 때마다 14년간의 한국 사회, 그리고 그에 대한 〈시사IN〉의 기록을 다시 돌아본다.

구독을 시작한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전까지 따로 구독하던 신문이나 잡지도 없었다. 그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당선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다음에는 투표를 잘하자, 이 말을 주변에 하기 위해 〈시사IN〉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주류 언론에 실리지 않는 것들, 그런 것들을 보고 싶었다. 처음 창간 당시 정신도 있겠거니 했다. 무엇보다 내가 좀 마이너리티 기질이 있다(웃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격일제 근무를 하는 김영돈씨는 여전히 기회가 되면 자신이 알게 된 것들을 주변에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다 읽고 난 후에는 한번 읽어보라며 〈시사IN〉을 주변에 나눠주기도 한다.

〈시사IN〉에 대해 “‘우리들’ 얘기를 많이 실어주는 매체”라고 김영돈씨는 말했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기사도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 ‘한 평짜리 감옥’에 갇혔던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전신주에 올라가는 노동자같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상위 5%가 아니라 아래쪽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실어준다. 그게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돈씨 일상의 많은 부분은 ‘읽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읽기’의 많은 부분은 〈시사IN〉에서 출발한다. 매주 〈시사IN〉을 읽고, 기사나 신간 소개 등에 나온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식이다. “아무래도 새로 읽는 책은 좋을지, 안 좋을지 알기가 힘들잖나. 그런데 〈시사IN〉에 소개된 책들은 한번 솎은 것들이니까, 좋은 책을 고르기에 품이 덜 든다.” 그렇게 그는 매일 100쪽 이상씩 ‘강제 독서’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에도 이벤트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시사IN〉 제300호를 들고 찍은 인증샷을 보내는 이벤트였다. 당시 자전거를 즐겨 타던 김영돈씨는 라이딩 복장을 하고 자전거 앞에서 찍은 인증샷을 보내 상품으로 스마트폰을 받았다. “그때 비싼 것을 주셔서 또 그만큼 구독을 하자 했다. 이번에도 상품을 받았으니 또 그만큼은 구독을 해야겠다.” 그렇게 김영돈씨의 ‘메모장 사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기자명 안산·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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