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2일 밤. 지난 호 〈시사IN〉 마감 작업이 한창일 때였다. 김동인 기자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해명 기사를 전해주었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니, 다시 한번 들어달라고 김 홍보수석이 말했다는 것이다. “앞부분 ‘이 ××’는 맞나, 그렇다면 이건 우리 국회라는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 의회가 아니라는 거다”라고 했고, 취재진이 “한국 의회인가”라고 묻자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 커지겠구나 예상했다. 불똥이 MBC로 튈 줄은 짐작조차 못했다.
‘날리면’이냐, ‘바이든’이냐. 이 코미디 같은 질문이 한 주를 휩쓸었다.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고 ‘청력 이상 없음’이라는 결과지를 받았는데, 내 귀에 혹시 이상이 있나. 해당 영상을 열 번도 넘게 들어보았다. 나한테만 그렇게 들리나, 면봉으로 귀를 후비고 들었다. 이쯤 되니 다른 사람은 어떻게 들었을까 궁금했는데 때마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KBC광주방송과 UPI뉴스가 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9월26일부터 27일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에게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 맞는다가 61.2%, ‘날리면’이 맞는다가 26.9%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가 이렇군’ 하면서도 정말 이런 여론조사를 할 지경에 이른 현실을 떠올리니, 마음이 허허롭다.
9월29일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가 대검찰청을 방문해 MBC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취재기자 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들리는 대로 ‘자막’을 쓴 게 무슨 죄가 되나 싶고, 앞으로 검찰이 수사에 나설 풍경을 상상하면 헛웃음이 난다. 검사들도 ‘날리면’인지, ‘바이든’인지 확인하려면 해당 영상을 수십 번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평소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라도 있으면, 그를 불러 ‘이 ××’라는 용어를 쓸 가능성이 있는지 참고인 조사라도 할 건가. 국민 61.2%가 ‘바이든’이라고 들린다고 답했는데, 검찰이 ‘날리면’이 맞는다고 하면 ‘날리면’이 맞게 되는 건가? 어이없는 상상이 이어진다.
유승민 전 의원의 말처럼,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다. MBC를 공격하며 허송세월하다 심상치 않은 경제위기를 대처할 기회를 날리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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